일본의 나니와시(浪華子)가 목판으로 제작한 불교 중심의 세계지도이다. 이전부터 전해오는 불교 자료를 바탕으로 서양에서 들어온 새로운 지리지식을 첨입해 만든 지도로, 남섬부주의 만국을 장과(掌菓), 즉 손바닥 위에 놓인 과일과 같이 낱낱이 볼 수 있도록 만든 지도이다.
제작자는 에도시대 중기 화엄종(華嚴宗)의 학승 소슌(僧濬)으로, 법명은 호탄(鳳潭, 봉담)이고, 나니와시(浪華子, 낭화자)는 그의 필명이다. 그의 문도 가쿠슈(覺洲)가 1764년에 집필한 『화엄춘추(華嚴春秋)』 중 「호탄연보(鳳潭年譜)」에 의하면 그는 오사카(大阪) 출신으로 1659년에 태어나 1738년에 작고했다.
‘남섬부주만국장과지도’는 목판 단색 지도로, 세로 114cm, 가로 142cm에 이르는 것으로, 횡으로 4판을 판각(板刻)해 각 판마다 3장씩의 인출본(印出本)을 이어 붙인 것이다.
지도는 『구사론(倶舎論)』의 설명과 같이 북쪽은 넓고 남쪽은 좁은 부채꼴(⌔)로, 상단 중앙에 지도 제목과 그 왼쪽에는 지도를 제작할 때의 참고문헌과 각종 지도 등이 나열되어 있다. 지도 제작에 참고한 자료는 총 102가지로, 장아함경(長阿含經), 구사론(俱舍論), 서역전(西域傳), 불조통기(佛祖統紀), 사기(史記), 전한서(前漢書) 등 불전(佛典)과 중국 사서뿐만 아니라, 방여승람(方輿勝覽), 만국도지(萬國圖志) 등의 지리서, 삼재도회(三才圖繪) 등 백과전서, 그리고 산해경(山海經)과 같은 신화적 지리서, 부상국도(扶桑國圖), 홍모국도(紅毛國圖), 고려도(高麗圖) 등의 지도를 참고했다. 여기서 <고려도>는 윤포(1063~1154)의 묘지명에 기록된, ｢오천축국도(五天竺國圖)｣로 추정된다.
지도 하단 좌우측에는 호탄의 발문과 판권이 적혀 있다.
“사람의 행위에 한이 없듯이 세계도 역시 끝이 없다. 그러나 성인聖人의 혜안으로 보면 대천세계大千世界도 손 안의 망고菴羅菓와 같다. 무수한 4천하가 벌판의 냉이와 같아도 다만 염부제의 모양은 사람의 얼굴과 비슷하고, 그것도 창고 안에 한 알의 좁쌀 같은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범부는 동굴 안에서는 불과 한치 앞을 못 본다.”
지도에 그려진 범위는 북쪽은 고비사막 너머 몽고(蒙古)까지이고. 남쪽은 인도 남부, 동쪽은 아메리카, 서쪽은 유럽이다. 지도의 중앙부는 천축(天竺), 즉 인도가 자리하고, 그 동쪽에 중국과 조선, 일본 등이 있다. 아메리카(亜黒利加)가 일본 남쪽에 섬으로 표현되고, 유럽은 인도 북동쪽으로 여러 나라가 10여 개의 섬으로 나타나 있다.
조선은 반도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지명은 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마한 등의 국명과 평안도, 강원도, 충청도 등 도명이 표기되어 있다. 섬으로 표시된 청주(淸州)는 제주(濟州)의 오기인 것 같고, 부산은 부산해(釜山海)로 표기되어 있으며, 강원도 동쪽에는 18세기까지 일본에서 조선을 일컫던 ‘한당(韓唐)’이 표기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