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전법제자 완허당 원준(圓俊)의 진영(眞影)이다. 화면의 반을 차지하는 화문석 위에 우측으로 비켜 앉은 채, 왼손은 석장을 걸쳐 잡고 오른손에는 염주를 쥔 모습이다. 우측 궤에 「완허당대선사진영(玩虛堂大禪師眞影)」이라 쓰여 있고, 좌측에는 완허당(玩虛堂)의 <임종게(臨終偈)로 추정되는 다음 2구의 찬문(讚文)이 흑색 바탕에 금니(金泥)의 행서(行書)로 쓰여 있다.
雨散雲收後(비 내리고 구름 거둔 뒤) / 崔嵬數十峯(뾰족히 (드러난) 수십 봉우리)
倚欄頻顧望(난간을 의지해 자주 바라보고) / 回首與誰同(누구와 함께 돌아갈까 머리 돌려보네)
失不加君子(군자에게 실수를 전가시키지 않듯) / 禮不責少人(소인에게 예를 책하지 않으니)
戱飮花前酒(희롱삼아 꽃 앞에서 술 마시며) / 落魄過陽春(정신없이 한 세월[陽春] 보냈네)

2구의 오언시(五言詩) 중 전구(前句)는 마조(馬祖)의 제자 「남천(南泉)의 송(頌)」을 적은 것이고, 후구(後句)는 완허당 내면의 깨달음을 써둔 것으로 추정된다.

완허당 원준(圓俊, 1530∼1619)은 조선 중기의 선승(禪僧)으로, 서산 휴정에게서 의발(衣鉢)과 전법게(傳法偈)를 받은 인물이다. 서산 휴정의 입멸 후 학인을 지도했으며, 강백 허백명조(虛白明照)도 원준에게 교(敎)를 사사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