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淨甁)은 수병(水甁), 감로병(甘露甁) 또는 보병(寶甁)이라 하며, 범어(梵語) 군디카(Kundika)의 번역어이다. 차[茶]나 맑은 물을 담는 불교 공양구 중 하나이다. 본래 「대승비구 18물」 중 하나인 물병으로, 차츰 부처님께 정화수를 바치는 공양구로 이용되었으며, 특히 관세음보살이 지니고 다니는 지물(持物)로 인식된다. 정병을 손에 든 관세음보살을 「군다리(kundari) 보살」이라 칭하며,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고 갈증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군다리보살은 구제자의 의미를 지닌다.
정병은 가늘고 긴 목과 어깨, 불룩한 몸체를 지닌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형태로 ①동체(胴體), ②경부(頸部), ③첨대(尖臺)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동체(胴體)는 불룩한 타원형의 형태로 바닥면에는 굽이 생략되어 있다. 동체(胴體)의 넓은 어깨 부분에는 띠장식이 두드러져 있으며, 띠장식과 상판 사이에는 입수구(入水口)가 뚫려 있고, 일반 정병에서 볼 수 있는 귀때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동체 위에 형성된 ②경부(頸部)는 어깨선에서 긴 목이 올라오다 중간 부분에서 살짝 외반하면서 접시를 얹어 놓은 모양의 턱을 거친 다음 다시 좁아진 모습을 보인다. 경부(頸部) 위로는 ③8각형의 형태를 한 첨대(尖臺)가 뾰쪽이 솟아 있으며, 구멍이 뚫려 출수구(出水口)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적갈색을 띠고 있으며, 연질(軟質)의 토기로 만들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