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델란드의 지도 제작
스페인 식민지였던 네덜란드는 지도 제작의 중심지로 부상했던 곳으로, 메르카토르(G. Mercator)를 비롯한 유명한 지도 제작자가 많이 배출된 곳이다. 네델란드에서 제작된 서양 고지도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1569년 메르카토르의 <세계지도>와, 1570년 오르텔리우스(Ortelius. A)의 지도책 <세계의 무대>, 1584년 바헤나에르(Lucas J. Waghenaer)의 해도집 <항해의 거울>, 그리고 1592년 프란치우스의 <양반구(兩半球) 세계지도>를 들 수 있다.
2. 프란치우스(Petrus Plancius)
프란치우스는 1552년 벨기에 북서부의 후페르란트(Heuvelland)시 드라누텔(Dranouter)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독일과 영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24세 때인 1576년 네덜란드 개혁파 교회의 목사가 됐다. 그러나 1585년 브뤼셀이 스페인에 점령되면서 종교 탄압이 시작되자 그는 암스테르담으로 피신했다.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항해술과 지도제작에 심취하였고, 천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바, 37세 때인 1589년에는 암스테르담의 지도제작자 쟈콥 랑그렌(Jacob F. van Langren)과 협력해 최초로 남반구 하늘을 묘사한 지름 32.5cm짜리 천구의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 천구의에는 남십자성을 비롯해 남삼각형성운, 대마젤란성운, 소마젤란성운 등이 그려졌다.
3. 프란치우스의 세계지도
그는 1590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양반구형 세계지도를 제작했던 바, 동판조각가인 얀 반 데테쿰(Jan van Doetecum)이 그 지도를 동판에 새겨 넣었다. 가로 52cm, 세로 29.2cm 크기의 이 지도는 1587년 메르카토르의 세계지도를 기반으로 제작했는데, 남아메리카를 수정하고 아메리카 서부 해안과 아시아 동쪽 해안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추가했으나, 이 지도에 한반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1592년, 코르넬리스 클래즈(Cornelis Claesz)와 함께 동남아시아 지도를 제작하고, 이어 북대서양 지도와 ‘새롭고 정확한 지리학과 해양학적인 세계지도(Nova et exacta Terrarum Tabula geographica et hydrographica)’라는 제목의 새로운 양반구형 세계지도를 연이어 제작하기도 하였다.
4. 프란치우스의 1594년 세계지도
1592년 제작된 이 세계지도는 처음에는 벽걸이용으로 제작했던 바, 2년 뒤 1594년에는 기존 지도의 여러 곳을 수정한 후, 종이에 인쇄해 재간행 하였다.
처음에는 지도만 따로 간행했으나, 이후 그 지도는 해양탐험가 린쇼텐(Jan Huyghen van Linschoten)의 책 <여행일정 (Itinerario)>에 실려 전해지기도 한다.
5. 1594년 세계지도의 제작과 구성
이 지도는 프란치우스가 1590년에 제작한 양반구형 세계지도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리정보를 담아 두 개의 천구도를 추가해 증보 개정한 것으로, 당시의 유명한 동판조각가 얀 반 데테쿰(Jan van Doetecum)이 지도를 동판에 새겨 넣었다.
이 지도는 가장서리 부분이 갖가지 아름다운 채색 그림으로 장식되어 화려함이 돋보이는데, 이 그림들은 화가 테오도르 드 브리(Theodore de Bry)의 회화작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도의 장식적 요소는 다음 세기의 예술적 지도 제작법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지도의 가장자리에는 각 대륙을 상징하는 자연과 생활풍습, 전투장면, 각종 동물들이 빈틈없이 그려져 마치 자연도감을 보는 듯하다. 유럽과 아시아는 상단에,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하단에 배치하였고, 남쪽과 북쪽에 그려진 2개의 작은 천구도에도 별자리와 부합하는 각각의 상징을 그려 넣었다.
네 모서리에는 4대륙을 상징하는 여인들이 그려져 있는데, 좌측 상단에는 오른손에 풍요의 뿔을, 왼손에 귀족을 상징하는 패를 든 우아한 모습의 유럽 여인이 그려져 있다. 한편 우측 상단에는 정숙한 예복 차림으로 코뿔소에 앉아 오른손에 향로를 들고 있는 인도 여인이 그려져 있다.
좌측 하단에는 멕시카나(Mexicana)라 쓰여진 채 아메리카 여인이 아르마딜로에 앉아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여전사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악어를 타고 활과 화살로 무장한 벌거벗은 모습의 아프리카 여인이 그려져 있다.
6. 동아시아의 상세 표현과 Corea 표기의 등장
이 지도는 이전 세계지도에 비해 북극과 아시아 극동지역이 보강되었는 바, 이는 1576〜1587년에 행해진 영국의 Frobisher와 Davis의 항해 기록을 바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극의 경우, 영국의 항해보고서를 인용해 노바야젬랴섬을 새로 표시하엿고, 동아시아 지역에는 한국이 최초로 길쭉한 반도 형태로 그려진 채, ‘Corea’와 조선을 뜻하는 ‘Tiauxem’이란 명칭이 표기되기도 하였다.
일본(Iapan)의 경우, 포르투갈의 사제이자 지도제작자인 루이스 테이세이라(Luis Teixeira)가 1592년에 그린 지도를 참조해 3개의 섬으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7. 한국 명칭이 표기된 2번째 인쇄지도
1594년 제작된 프란치우스의 세계지도가 한국 국명이 명기된 최초 지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 국명이 표기된 최초 지도는 1568년 제작된 듀라도(Fernao Vaz Dourado)의 <필사본 지도>를 들 수 있다. 한국이 COMRAI라 기록된 유일한 필사본 지도로, 현재 이 지도는 스페인 마드리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위 <필사본 지도> 외에, <인쇄본 지도> 중 한국 명칭이 최초 등장하는 지도로는 1593년 제작된 디 요드(C. De Jode)의 아시아지도를 들 수 있다. 지도에 한국 국명으로 Coora 라는 표기가 등장하는 바, 이 지도는 현재 원각사에 소장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 한국 국명이 명기된 1594년 프란치우스 세계지도를 들 수 있는 바, 프란치우스의 이 지도는 인쇄본 지도로서는 2번째, 필사본까지를 합하면 3번째로 한국 국명을 표기한 지도라 할 수 있다.
정리 : 정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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