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원각사에 소장된 「대청흠사필담록(大淸欽使筆談錄)」 필사본은 김홍집(金弘集：1842~96)이 1880년 수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초대 주일(駐日) 중국 공사 하여장(何如璋), 참사관 황준헌(黃遵憲, 1848~1905) 등과 나눈 필담을 정리한 자료이다.
  이 자료는 1934년부터 진행된 [이왕가실록 편찬작업]의 사료수집위원으로 참여한 이능화(李能和, 1869-1943)의 친필 원고로, 이왕직실록편찬용지(李王職實錄編纂用紙)에 정서된 것이다. 이에 이 원고는 실록 편찬을 위한 사초(史草) 격에 해당하는 중요한 자료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한편, 「대청흠사필담록」은 본 자료 외에도 『수신문적(修信文蹟)』 및 『수신사일기(修信使日記)』와 『김총리유고(金總理遺稿)』 등에 필사되어 전하기도 하는 바, 각 자료마다 기록에 상이점이 발견되고 있다. 이에 위 원각사 소장의 이능화 친필본은 「대청흠사필담록」의 상이점을 수정해 줄 중요 자료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2. 필사자(筆寫者)
  위 「대청흠사필담록」은 이왕직실록편찬용지(李王職實錄編纂用紙)에 정서되어 있다. 표지의 제목은 「청사필담(淸使筆談)」이라 쓰여 있으며, 표지 우측에 <庚辰年 月日>이라 기록되어 1880년 때의 일을 기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사료수집건(史料蒐集件)>이란 부제(副題)가 기록되어 있는 바, 실록 편찬을 위한 사료 수집차 작성된 문건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표지에는 <委員 李能和>란 이름과 함께 하단에 <能和>라 새겨진 도장이 찍혀 있음을 볼 수 있는 바, 동일 필체로 전체 문건이 기록되어 전체 원고를 이능화가 작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能和>란 도장 왼쪽에 <小田>이란 도장이 찍혀 있는 바, 이는 위 자료가 실록 편찬을 위한 사료로 쓰였음을 말해주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능화는 한국 근대사에 있어 대표적 사상가 및 학자라 칭해지는 인물로, [고종실록]에 의하면, 이능화는 고종44년(1907) 2월 법어(法語, 프랑스어)학교 교관(敎官)으로 임명된 이후 1922년 조선총독부가 조직한 조선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15년간 활동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 조선총독부에서는 1934년부터 [이왕가실록] 편찬 작업을 개시하였던 바, [고종실록] 말미에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 감수위원 6인, 편찬위원 6인, 사료수집위원 4인, 서무위원 2인, 회계위원 1인, 감수 보조위원 4인, 편찬 보조위원 5인 등 총 30명의 이름과 직함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이능화는 사료수집위원 4인 중 한명으로 <사료수집위원 원조선총독부 편수관 정5위 훈6등 이능화(史料蒐集委員 元朝鮮總督府編修官 正五位 勳六等 李能和)>라 기록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위에 언급한 도장의 또다른 인물인 <小田>의 경우, 그는 감수위원 6인 중 한명으로, <감수위원 경성제국대학교수 종3위 훈3등 오다 쇼고小田省吾(監修委員 京城帝國大學敎授 從三位勳三等 小田省吾)>임을 알 수 있다.
  이로서 본다면 위 자료는 「청사필담(淸使筆談)」이라 칭해진 채 경진년(庚辰年) 즉 1880의 일을 사료수집위원 이능화가 <사료수집건(史料蒐集件)>으로 작성, <위원 이능화>라는 서명과 함께 <能和>란 날인 후, <(감수위원) 오다 쇼고小田省吾>가 날인해 실록 편찬을 위한 자료로 사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3. 내용
  「대청흠사필담록(大淸欽使筆談錄)」은 김홍집(金弘集)이 1880년 5월 21일부터 8월 28일까지 수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주일(駐日) 청국정사(淸國正使) 하여장(何如璋), 부사(副使) 장사계(張斯桂), 참찬관(參贊官) 황준헌(黃遵憲), 양추(楊樞) 등과 나눈 필담의 기록이다.
  「대청흠사필담록(大淸欽使筆談錄)」이란 제목 밑에 김굉집(金宏集)이라 하여 김홍집의 아명이 기록되어 있고, 그 밑에는 괄호(  ) 안에 경진(庚辰)이란 간지(干支)가 기록되어 있다. 이어 7월 15일부터 8월 3일까지의 만남의 전황 및 대화 내용을 날짜 별로 기록하였다.
  7월 15일 첫날은 황준헌(黃遵憲)과 양추(楊樞)가 찾아와 안부 인사를 나누고 국제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음을 기록하였다. 이날 황준헌이 ‘자강(自强)’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고 김홍집도 크게 동조하였다. 황준헌의 발언 내용은 ‘헌왈(憲曰)’ 로, 김홍집의 발언 내용은 ‘굉왈(宏曰)’로 표기하였다. ‘굉(宏)’은 김홍집의 아명인 ‘굉집(宏集)’의 첫 글자이다.
  이어 16일과 21일, 8월 3일에는 김홍집이 대청공서(大淸公署)에 찾아가 공사(公使)인 하여장(何如璋)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18일에는 하여장과 장사계(張斯桂)가 김홍집을 찾아와 문답하였고, 8월 2일에는 황준헌이 찾아와 필담을 나누었다.
  황준헌 및 하여장과 김홍집과의 총 6차례 필담을 기록해 둔 것으로, 하여장과의 필담 내용은 주로 무역이나 관세에 관한 것으로, 일본은 서양 각국과 조약 개정을 하고자 준비하고 있으니 일본이 개정하려는 조약 초고를 얻어 보면 일본과의 관세 협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하고 있다. 한편 황준헌과의 대담은 주로 러시아 방비책에 관한 것으로, 근일 서양 각국에는 균세(均勢)라는 법이 있어 만약 한 나라가 강국과 이웃해서 후환의 두려움이 있으면 각국과 더불어 연합하여 견제를 도모하는데 이것이 급할 때 대응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김홍집은 이들과의 필담을 통해 국제정세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 정보를 얻고 문호개방과 부국강병책의 절실함을 깨닫게 되었는 바, 청국 참찬관 황준헌은 김홍집과의 필담에 자신의 지론을 더하여 지은 글, 『조선책략』을 김홍집이 귀국할 때 선물로 주기도 하였다. 『조선책략』이 주장한 것은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의 정책으로 이는 당시 고종을 비롯한 조선 위정자들이 개화 정책을 채택하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친 자료였다는 점에서 위 필담록은 중요한 가치는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서지적 특성 및 자료의 가치
  원각사 소장 『대청흠사필담록』은 이능화(李能和)의 친필로 이왕직실록편찬용지에 정서된 것이다. [고종실록]의 사료수집위원 이능화의 이름 및 도장(能和)과 감수위원 오다 쇼고〔小田省吾〕의 도장(小田)이 찍혀져 있는 실록 편찬의 사료로 쓰였던 자료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잘 정서된 사초(史草)에 해당할 수 있는 자료로, 자료의 정본(正本) 격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능화의 친필 자료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큰 것이라 하겠다.

  「대청흠사필담록」은 원각사 소장 자료 뿐만이 아니라 『수신문적(修信文蹟)』, 『수신사일기(修信使日記)』와 『김총리유고(金總理遺稿)』 등에도 수록되어 있다.

 『수신문적』의 경우 다음 사이트 참조.
http://www.dibrary.net/search/dibrary/SearchDetail.nl?category_code=ct&service=KOLIS&vdkvgwkey=1159646&colltype=DAN_OLD&place_code_info=153&place_name_info=%EB%94%94%EC%A7%80%ED%84%B8%EC%97%B4%EB%9E%8C%EC%8B%A4&manage_code=MA&shape_code=B&refLoc=portal&category=storage&srchFlag=Y&h_kwd=%7C&lic_yn=N&mat_code=RB&guCode3=null#dummy

   『수신사 일기』의 경우 다음 사이트 참조.
   http://db.history.go.kr/item/level.do?itemId=sa&setId=66381&position=0

 그러나 위 자료의 내용은 원각사 소장본과 비교해 볼 때 여러 곳에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바, 원각사 소장본은 조선 근대기 중요 외교자료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규준(規準)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리 : 정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