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폐지인(朝鮮通幣之印), 상서원(祥瑞院), 1460년경
제작 : 1460년경, 상서원(祥瑞院) 주조
형태 : 1과 ;
높이 폭 7.4 × 7.4cm
[조선통폐지인(朝鮮通幣之印)]은 15세기에 화폐를 대용한 폐포(肺布) 제작을 목적으로 상서원(尙瑞院)에서 주조한 인신(印信)이다.
이는 현존하는 유일한 것으로, 조선초 화폐사(貨幣史) 연구 및 인신(印信) 연구, 조세제도 연구에 있어 중요 자료로 여겨진다.
한편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외관에 약간의 부식만 있을 뿐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 또한 크다고 하겠다.
1) 조선 초기 화폐 개관
태종 2년(1402), 닥나무 껍질로 만든 저화(楮貨)가 유통된 적이 있다. [문헌비고] 기록에 의하면 1402년 사섬서(司贍署)에서 42.4cm × 48.5cm 크기의 화주지와 30.3 × 33.3cm 크기의 상주지로 저화를 인조(印造)해 포(布)와 함께 공식 화폐로 사용했던 바, 저화 1장은 상5승포(常五升布) 1필 내지 쌀 2되의 가치를 지녔다 한다.
이후 저화는 1425년에 이르기까지 명목상 화폐로 존재하였으며, 일부 계층에서만 유통되었다 한다. 현재 저화의 실물은 전해지지 않는다.(원유한, [한국의 전통사회 화폐]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5, pp.48～49.)
이후 1423년 저화의 유통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사섬서에서는 당(唐)나라 개원통보를 본떠 조선통보를 주조하였으며, 지방 관아에서도 주전소(鑄錢所)를 설치해 동전을 주조 유통케 하였다. 그러나 주조 금속의 부족으로 인한 유통량의 부족 등으로 인해 명목 화폐로서 동전 조선통보의 유통 또한 활발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실물화폐로 상용되던 미(米)와 포(布) 중 포(布)를 화폐(貨幣)로서 법제화하고자 하였다.
2) 포폐(布幣)의 사용과 조선통폐지인(朝鮮通幣之印)
이에 세조 6년(1460), 전부터 통용되던 실물화폐인 포(布)를 공식 화폐로 사용키 위한 조치로 상서원(尙瑞院)에서 [조선통폐지인(朝鮮通幣之印)]을 전서(篆書)로 주조하였다. 그리고 사섬시(司贍寺)에서 이를 포(布)에 찍어 공식 포폐(布幣)로 유통케 했던 바, [세조실록]에는 이와 관련한 다음 기록이 전한다.
“형조(刑曹)에서 아뢰기를, ‘[경국대전] 권지이(卷之二)의 호전(戶典) 국폐(國幣) 조(條)의 해당 절목에, ”국폐(통용화페)는 3등으로 나누어 5승포(升布)를 상등으로 하고, 3승포를 중등으로 하고, 저화(楮貨)를 하등으로 하고, 폐포(幣布)의 양 끝에 반드시 관인(官印)을 찍는다“ 하고, 그 주(註)에 이르기를, ”경중(京中)은 사섬시(司贍寺)에서, 외방(外方)은 각기 그 고을에서 <조선통폐지인朝鮮通幣之印>의 印을 아울러 사용하고 (…) 하였습니다. (…) 폐포는 아직 인신(印信)을 만들지 않아 민간에서 印을 찍는 폐포(幣布)가 없기 때문에…청컨대 폐포에 인을 찍어 민간에서 행하여 사용할 사이까지는 구례에 의하여 잡폐를 사용하여 수속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世祖實錄] 世祖21卷, 世祖6年(天順4, 1460), 8月 21日, 2번째 記事.)
위 기록은 사섬시에서 [조선통폐지인] 도장을 찍어 유통시킨 폐포(肺布)가 아직 민간에 널리 유통되지 않았음을 말하는 바, 이에 따르면 [조선통폐지인]의 초기적 사용은 1460년 초반부터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3) 조선통폐지인 홍통(弘通)과 납세인(納稅印)
한편 [세조실록] 다음 기록은 [조선통폐지인]이 외방의 고을에까지 널리 유통된 실례를 전하는 바, 1461년에 이르러서는 상서원(尙瑞院)에서 주조된 [조선통폐지인]이 지방 관아에까지 배포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호조에 전지하기를, ‘이전에 반강(頒降: 하사)한 ｢대전국폐조(大典國幣條)｣에 ”폐포 1필의 길이를 35척으로 하거나, 혹은 17척 5촌을 반필로 하여 그 양단에 모름지기 관인(官印)을 거쳐야 하는데, 경중(京中)은 사섬시에서, 외방은 각기 그 고을에서 모두 조선통폐지인(朝鮮通幣之印)의 관인을 거친 뒤에야 바야흐르 그 매매를 허가하여 관인을 거칠 때 그 20분의 1을 세(稅)로 거두고, 세는 납입자의 정원(情願)에 따라 3등 폐로 하여 계산, 통용한다 하였다.’” ([世祖實錄] 世祖23卷, 世祖7年(天順5, 1461), 2月 7日 3번째 記事.)
위 기록은 또한 [조선통폐지인]이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용도로 쓰였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바, [조선통폐지인]은 포폐(布幣) 발급의 수단뿐만이 아닌, 조세 부과의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4) 조선통폐지인 관련 기록
[조선통폐지인]은 이후 언제까지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승정원일기] 인조 15년(崇禎10, 1637) 4월 15일 기사 중 다음 기록을 찾을 수 있는 바, 이 기록을 통해 볼 때 당시까지 [조선통폐지인]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목서흠(睦敍欽)이 말하기를, ‘[조선통폐지인] 일과(一顆)를 김화(金化)에 거주하는 사노(私奴) 입이(立伊)가 찾아 김화지(金化地)의 진기(陳基)에 와 바쳤습니다. 이 印을 호조(曺)에 갖추어 보내니, 상급(賞給)의 여부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하자 전하여 말하기를 계에 따르라 하였다.” ([承政院日記], 仁祖15年(崇禎10, 1637) 4月 15日 記事.)
5) 평가
이상의 예를 통해 볼 때 [조선통폐지인(朝鮮通幣之印)]은 폐포(肺布) 제작을 목적으로 15세기에 주조된 인신(印信)으로, 현존하는 유일한 자료에 해당한다. 이는 조선초 화폐사(貨幣史) 연구 및 조세제도와 인신(印信) 연구의 중요 자료에 해당하는 것이라 하겠다.
정리: 정각
조회 : 3,658
박물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