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원각사

수미산(須彌山)의 세계

定方晟

동서남북에서 흘러 나오는 강

이 호수는 한변의 길이가 50유순인 정방형이다. 이에 『대비바사론』으로부터 다음 기사를 보충해 보기로 한다.

이 사변 가운데 동쪽에 '은으로 된 소[銀牛]'의 입이 있다. 여기로부터 갠지스강이 흘러 나온다. 남쪽에는 '금 코끼리[金象]'의 입이 있다. 여기로부터 인더스강이 흐른다. 서쪽에는 '유리로 된 말[瑠璃馬]'의 입이 있다. 여기로부터 옥사스강이 흐르고 있다. 북쪽에는 '파려(　　)로 된 사자'의 입이 있다. 여기로부터 시타강(엘칸트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네게의 큰 강은 호수를 떠나 호수를 만(卍)자 형으로 한바퀴 돌아(그 방향은 분명치 않다) 본격적인 흐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흘러 나오는 곳이 동물의 입과 같은 모습을 한 것은 예날 오리엔트와 그리이스의 주수기(注水器), 그 후 서양에서의 분수, 일본의 공중목욕탕 등에 있는 사자 입의 물뿜기와 같은 전통에 속하고 있는 것이리라.

네 개 큰 강의 흐름은 매우 도식화되어 현실의 지리에 거의 대응하고 있다. 호수의 동·서·남·북에서 흐르는 출구의 재료, 그리고 동물들이 각기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은 현실의 그 방향 산물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쪽에는 금과 코끼리가 있다고 하듯…

그런데 금(金)은 네 보배 가운데 제일이다. 금이 남쪽에 배치된 것은 인도인들에게 있어서는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 우주관은 외국인 불교도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당대(唐代)의 명승(名僧) 현장(玄　)은 이 도식 외에 다음 도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섬부주(贍部洲)의 네 군주에 대한 도식으로, 그에 의하면 남에는 상주(象主), 서에는 보주(寶主), 북에는 마주(馬主), 동에는 인주(人主)가 나타난다. 즉 동에는 인주(人主)가 배치되어 앞의 도식보다는 동쪽의 격이 한단계 올라가 있다.

동쪽 지역은 인의(仁義)가 행해지는 곳으로, 분명히 중국을 가리키고 있다. 서쪽의 보주(寶主)가 통치하는 지역이란 이란을 포함한 오리엔트이며, 사람들은 재산과 보배, 돈을 중요시하고 예의는 소홀히한다.

북쪽 마주(馬主)가 다스리는 나라의 국민들은 성질이 몹시 거칠다. 남쪽 상주(象主)가 다스리는 나라는 적어도 불교 승려인 현장(玄　)의 입장에서는 뛰어나게 훌륭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그는 말한다.

"예도와 법도는 동쪽에 위치한 나라가 훌륭하지만, 종교는 남쪽에 위치한 나라가 더욱 훌륭하다."

아울러 덧붙인다면 현장법사는 앞서 4대 강의 하나인 시타강은 황하의 원류라는 설을 전해주고 있다.

"시타강이 일단 모래 속에 스며 다시 황하강으로 나타난다."

사막의 오아시스, 무열뇌지(無熱惱池)

무열뇌지(無熱惱池) 연못으로 이야기를 돌려 보기로 하자. 왜 이것을 무열뇌(無熱惱)의 연못[池]이라 했는가? 우선 무열뇌지가 히말라야 산계의 고지(高地)에 있고, 물은 뜨겁지 않다는 정도는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염열(炎熱)의 나라 인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더위의 고통이 없다는 것은 이향향의 조건 중 하나이며, 신성한 땅에는 불가결의 요소로서 생각되었을 것이다.

중국 국경 가까운 소련 영토에 열해(熱海)란 것이 있다. 호수 면 높이 1,600 미터의 이 호수 둘레의 땅은 호수 때문에 추운 기후가 완화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점에서 유추해 본다면 그 반대의 무열뇌지(無熱惱池)란 둘레를 덮게 하지 않는 호수, 더위를 식혀주는 호수가 된다. 뒤에 이 호수에는 같은 이름의 용왕 무열뇌용왕(無熱惱龍王)이 산다는 말이 첨가되었다.

무열뇌지 주변에는 잠부(jambu: 漢譯 섬부贍部)라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나무열매는 매우 달콤하다고 전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섬(대륙, 지구)이 섬부주(贍部洲)라 불리는 것은 이 나무에서 유래하고 있다.

무열뇌지 북쪽에 향취산(香醉山)이 있다. 『기세인연경(起世因緣經)』에 따르면 이 산에 가지각색의 나무가 있어 여러 가지 향기를 뿜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인드라(Indra) 신(神)을 섬기면서 음악을 담당하는 건달바(乾　婆, Gandharva) 신이 살고 있다. 그들은 향기(gangha)를 먹고 살아간다. 그들 밑에는 수없이 많은 긴나라(緊那羅, Ki nara)가 있어 역시 가무음곡을 맡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산에서는 늘상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이 산은 현실의 산으로는 카일라사 산에 해당될 것이다. 카일라사 산의 이름은 『마하바라타』 속에 등장한다. 거기에서 이 산은 쉬바( iva) 신의 거처로 소개되며, 힌두교도의 순례지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티베트인들이 이 성산(聖山) 순례에 가담했다. 다만 본교 및 불교도로서였다. 티베트인들의 경우 본교도가 먼저 이를 자기의 성산으로 삼은 것 같고, 뒤늦게 찾은 불교도와 다툰 일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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