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원각사

예불에 깃든 의미 및 상징성

정각스님

1) 예불과 음양(陰陽) 및 오행(五行)사상

"양(陽)은 음(陰)을 기본으로 동(動)하고, 음(陰)은 양(陽)을 의지하여 정(靜)하게 된다." 이는 『주역(周易)』의 중심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예불(禮佛)의 내재적 질서 안에 주역(周易)의 '음양(陰陽)사상' 및 '오행(五行)'의 이치가 깃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불에 깃든 음양(陰陽) 및 오행(五行)사상을 설명키 위해 우선 예불의 형식적 진행 과정을 들어야 할 것인 바, 이는 전체 예불의 내재적 원리를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를 설명키 위해 다음 도표를 전제해 두는 바, 이것은 '하도(河圖)'를 기본으로 한 '오행(五行)'의 전체적 구성 및 특성을 간략화 한 것이다.(도표. 5)

위 도표를 전제로 새벽 도량송(道場誦)에 쓰이고 있는 의식용 법구(法具), 즉 목탁(木鐸) 및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왜 수많은 의식용 법구 중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도량송에 나무[木]로 만든 목탁이 쓰이게 되는 것일까? 이를 설명키 위해 우리는 위 도표를 참고해야만 할 것이다. 즉 하루의 시작이 방위상 동쪽으로부터 시작된다면, 그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데 쓰이는 도구로는 나무[木]가 적당한 것이라는 말이다. 1년의 시작은 봄이고 하루의 시작은 동쪽이며, 그러므로 하루의 시작은 나무[木]의 울림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바,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는 나무로 만든 목탁이 은은히 울려 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목탁을 울리는 데에도 일정 격식이 주어져 있어, 그것을 도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도표. 6)

위 도표에서 살펴볼 때 A로부터 시작된 목탁의 울림은 작은 소리로부터 큰 소리로, 큰 소리로부터 작은 소리로 이어지는 세 번의 오르내림 끝에 B 지점에 이르는 바, 그때서부터 도량송 가창(歌唱)이 시작된다. 거기서부터 도량송 가창이 끝나게 되는 C 지점에 이르기까지는 같은 크기의 소리로 목탁을 울리며, 도량송 가창이 종결되는 지점인 C에 이르러 목탁을 세 번 내려치는 형식으로 도량송 목탁의 울림이 구성되어, 이 형식 가운데 음양(陰陽) 사상이 내재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작은 소리로부터 큰소리로, 아래로부터 위로 향하는 소리의 진행 및 형태. 소리의 크기에 있어 작은 소리는 음(陰)이며 큰소리를 양(陽)이라 한다면, 소리의 진행은 음에서 양으로 진행된 채 마지막에 이르러 또다시 음에로 그 세력을 되돌려 주고 있는 것이다.(이는 체<體>와 용<用>의 작용과 관련된 것으로, '종체기용<從體起用>'의 원리로서 설명될 것이기도 하다. 어두운 부동<不動>의 본체로부터 진리의 작용으로 나아가는 체용<體用>의 관계성. 그러나 어둠이 찾아들면 또다시 용<用>은 체<體>에로 섭수 된다. 섭용귀체<攝用歸體>의 원리.)

이렇듯 예불에 깃들어 있는 음양 및 오행 사상은 도량송 이후, 종송(鐘誦)의 진행에 이르러 그 뜻이 더욱 명백해진다. 즉 도량송 목탁[木] 소리는 이어 종송의 쇠[金] 소리로 그 형태가 변화되는 것인데, 여기에는 오행의 전개 및 그 변화적 측면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오행은 화(火)·수(水)·목(木)·금(金)·토(土)에로의 전환적 성격을 갖는다. 그러므로 도표 5를 참고해 볼 때 하루의 시작, 목(木)으로부터 시작한 목탁의 울림은 이후 그 소리를 금(金) 즉 쇳소리로 이어줘야 하는 바, 도량송 목탁의 울림 다음에는 종송의 쇳소리가 울려 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다시 예불의 음양오행의 관념은 종송 말미에 이어지는 사물(四物)의 전개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우선 사물(四物)의 진행 순서를 말해 본다면, 아침에는 종송을 끝으로 법고·목어·운판·범종이 차례로 울리게 된다. 또한 저녁에는 법고·운판·목어·범종 순으로 순서가 바꿔지는 바, 목어(木魚)의 목(木)과 운판(雲版)의 금(金)과의 관계에서 아침에는 동쪽 방위를 말하는 '목(木)'이 먼저요 저녁에는 서쪽 방위를 말하는 '금(金)'이 그 앞선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범종(梵鐘)을 치는 횟수와 오행과의 관계를 설명할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석문의범』의 규범에 따라 아침 예불시 28번 범종(梵鐘)을 치고 저녁 예불시 36번 범종을 친다고 할 때, 이것은 '하도(河圖)'의 '오행 배치도(五行配置圖)'에 근거하여 성립된 형식임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설명키 위해 '하도(河圖)'의 '오행 배치도'를 도표로 그려 보이면 다음과 같다.(도표. 7)

여기서는 각각 수리학(水理學)의 이치에 따라 동·서·남·북 사방 및 중앙에 1에서 10까지의 숫자를 배열하고 있는데, 이와 더불어 수리(數理)상의 성질을 각각 목·금·수·화·토의 오행(五行)과 결합시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볼 때 숫자 3과 8은 오행 중 목(木)에 속하는 것이고 4와 9는 금(金)에 속하는 바, 방위적으로는 동과 서를, 시간적으로는 아침과 저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원리 속에 '아침에 종을 28번 친다' 함은 동방의 숫자 3과 8을 곱한 것에 간방(間方)의 4를 더한 것이요(3 8+4=28), '저녁에 종을 36번 친다' 함은 서방의 숫자 4와 9를 곱한 것이라(4 9=36)는 이치가 생겨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는 예불의 구성 속에서 발견되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를 살펴볼 수 있었다. 물론 이외에도 전체 예불의 구성 안에서 우리는 세세한 측면의 것들 - 예를 들어 법고(法鼓)의 양쪽에 각각 암·수소의 가죽을 대어 북을 울리도록 하는 바, 이는 음양의 조화라는 화합의 측면이 전제되어 있는 등 - 을 발견할 수 있기도 하나, 그 세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만 간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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