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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리(大慈里)의 대자사(大慈寺) 터 편집실
좋다는 약은 모두 써보고 좋다는 치료법은 모두 사용해 보았으나 세종의 병세는 차도가 없이 갈수록 심해지니, 한글을 창제하는 일도 중단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한 신하가 "깊으내(벽제 碧蹄의 옛 지명)에 가면 큰절이 있는 데 그 절이 매운 영험한 절이라 하니 그곳에 한번 가보심이 어떠하실지요" 하고 권유하였다. 세종은 이 권유를 받아들여 어가(御駕)를 타고 도성을 떠나 새원을 거쳐 송강 고개를 넘었다.
오랜 행차에 지친 세종은 고개 마루턱에서 어가(御駕)를 멈추게 하고 "절이 아직 멀었느냐?" 하고 물으니, 승지(承旨)가 고개 밑을 둘러보고는 "깊으내에 있다는 절의 용마루가 보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세종께서 "그래, 어디에 보이느냐" 하면서 승지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저만큼에 깊으내 절의 용마루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자 세종의 눈병이 깜쪽같이 나아 버렸다.
세종은 기뻐하며 "정말 영험한 절이로구나" 하시고는 큰 덕(德)을 입은 것을 기념하여 그 절에 대자사(大慈寺)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리고 절의 주지(住持)에게는 앞이 안보일 때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선물로 주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입궐하도록 하였다 한다.
그러나 이 절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지고 지금은 자리만 남아 있다.
- 대자 1리(大慈1里), 권응수(64세) 구술(口述) -
이 이야기에 나오는 대자사(大慈寺)는 문헌상 대자암(大慈庵)을 말한다. 『태종실록』에 의하면 대자암은 조선 태종의 왕비 민씨(閔氏)가 아들 성령대군 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원당(願堂)이었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에도 이 대자암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성종 때에 유학자 서거정은 이 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詩)를 남겼다 한다.
산 속에 여윈 말 채찍질하고 절 안의 고승(高僧)과 이별을 한다 빽빽한 수목(樹木)엔 구름 어둡고 명랑한 모래엔 물이 절로 맑구나 거친 둔덕에서 예전의 비(碑)를 찾고 기우는 날 전조(前朝)의 능(陵)을 조문(弔問)하니 가을을 슬퍼하는 객(客)이라 마소 다락집 오르니 한(恨)이 많이 생겨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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