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삼매 속에서

- 희랑대사 이야기 -

편집실

 

  희랑(希朗) 대사는 신라 말기의 스님으로서 지금의 거창에서 태어나 해인사로 출가한 분인데, 화엄학(華嚴學)의 대가로 커다란 명성을 떨쳤다. 최치원(崔致遠)과 시문(詩文)으로 많은 교류가 있었던 그는 또한 고려 태조 왕건의 정신적인 귀의처가 되기도 하였다.

 

  통일신라가 무너짐으로써 한민족이 다시 삼국으로 나뉘어 한창 어지럽던 무렵에, 왕건은 백제의 왕손인 월광(月光)과 미숭산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월광의 전략에 빠져들어 완전히 고립된 채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던 왕건은 해인사의 희랑스님에게 사신을 보내 도움을 구하였다. 그러자 스님은 화엄삼매(華嚴三昧)에 들어가 화엄신장(華嚴神將: 불법을 보호하는 선신)들을 불러서 궁지에 빠진 왕건을 돕게 하였다.

 

  왕건의 진영으로 쳐들어가던 월광의 군사들은 하늘에 가득하게 신병(神兵)이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 가운데에 신령한 사람이 있음이 분명하니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

 

  그리하여 겁에 질린 월광의 군사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이 일로 왕건은 희랑대사의 높은 도력을 더욱 흠모하게 되어 스님께서 주석하던 해인사를 크게 중건하였다고 기록이 전한다.

 

  해인사의 희랑대(希朗臺)는 희랑대사가 창건하고 정진하던 기도처이며, 해인사 보장전(寶藏殿)에 봉안되어 있는 목조(木彫) 소상(塑像)은 희랑대사가 손수 자신의 모습을 따서 조성한 것이다.

 

  희랑대사의 학통(學通)을 이어받은 스님으로는 '보현십원가'로 널리 알려진 균여(均如)대사가 있다. 균여대사가 지은 『균여전(均如傳)』을 보면 희랑대사에 대한 짤막한 기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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