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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음(中陰) 가운데 얻게 되는 절대 자유 쵸감 투룽빠·강순구(불교대 2기) 譯
《티벳 사자의 서》는 끝없는 삶 가운데 '탄생'과 '죽음' 사이의 기본적 원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어떤 이는 이 책을 《티벳 탄생의 서》라 말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죽음에 기초를 두지 않고, 죽음의 또다른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이 책은 '중음(中陰)을 위한 책'이다. 중음(中陰)은 탄생과 죽음을 포함한다. 중음(中陰)은 반응하고 숨쉬고 행동하는 환경을 창조한다. 이러한 점은 이 책에 영감을 제공하는 근본 전제가 되기도 한다.
티벳에서 '불교 이전의 본교(Bon敎) 문화'는 사자(死者)에 의해 남겨진 영혼의 힘, 그가 떠날 때 남겨둔 족문(足紋)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한 매우 정확한 지시를 담고 있다. 사자(死者)에 대한 티벳 본교(Bon敎)의 전승과 이집트의 전승은 죽은 자의 의식(意識)에 대해 언급하기보다는, 죽은 자의 경험을 족문과 관련해 설명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사자(死者)에 대한 티벳불교 - 특히 《사자의 서》에서는 분별과 무분별, 혼란과 깨달음의 중간 단계에 머물고 있는 죽은 자의 의식과, 그 의식 상태에서 생겨나는 온갖 종류 환영(幻影)과의 마주침 속에서 죽은 자의 의식이 어떤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게 될 「바르도(Bardo)」란 '사이'를 의미한다. 그것은 '죽음과 삶 사이'의 중간 단계로 '중음(中陰)'이라 불리는 것으로, 죽음 이후 또다른 삶과의 중간 단계 내지 살아있는 상태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부유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죽음은 죽음으로서 뿐만이 아닌, 살아있는 상태 속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바르도(Bardo)의 체험은 우리 기본적 정신 구성의 부분을 이룬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바르도 경험들은, 매일 생활 속에서 겪게 되는 과대망상의 정신적 불일치와 불확실성의 경험들이 그것이다. 즉 내가 있는 곳을 확신하지 못하고 내가 어떤 상태에 빠지려 함을 잘 알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이 책은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 및 이미 죽은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일 뿐 아니라, 이미 태어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탄생과 죽음이란 이 순간 모든 이에게 끊임없이 적용될 것이기에…
한편 바르도의 경험은 죽음 이후 우리가 겪게 되는 존재의 여섯 가지 영역, 즉 우리 정신 상태의 여섯 영역 안에서 보여지기도 한다. 그 경험은 우리에게 접근하는 여러 신(神)들의 독특한 말로서 보여질 수도 있는데, 그 신들의 모습이 이 책에 묘사되어 있다.
죽음 이후 첫 일주일간은 평화의 신들을, 그리고 마지막 일주일간에는 분노의 신들을 마주하게 된다. 다섯 분 여래(如來) 및 헤루카(Heruka: 밀교의 부처)와 다섯 여래(如來)의 사자(使者) 가우리스가 나타나 온갖 무시무시하고 반감을 품은 형상을 한 자신들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보여지는 죽음 이후의 세부적 모습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단지 죽음 후에 나타나는 황홀한 경험이나 환상들이 아니다. 이 경험들은 우리가 살아온 삶의 환경을 순수하게 투영해 보여주는 경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바르도의 경험 속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려 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그 각자에게 순수하게 남겨진 채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맡겨진다. 스승들이나 정신적 친구들이 그 구원의 가능성을 촉구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리란 것을 어찌 우리가 알겠는가? 누구라도 무덤에서 나와 그들이 겪은 경험을 우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가?
물론 최근 태어난 누군가 - 전생 및 중음(中陰) 동안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러나 그 역시 성장함에 따라 현세의 부모와 사회에 영향을 받은 채 현세의 또다른 틀 속에 자신을 몰입시킨 속에서 전생 및 중음 동안의 일들을 잠시 힐끗 돌이켜 보는 것 외엔 그 깊은 인상들마저 희미해져 버린다.
현상적 관점에서 중음(中陰) 속에서 맞게 되는 전체 과정을 살펴본다는 것은 마치 환영(幻影)을 연구하는 것과도 같이 여겨질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에는 바르도의 지속적 과정에 대한 실제 경험을 필요로 할 것이기도 하다.
육체와 의식간에는 충돌이 있다. 그리고 죽음과 탄생의 계속적 경험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경험 가운데 현상과 미래에 대한 바르도의 경험이 또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분노의 신과 평화로운 신들의 환상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이 순간에 생겨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식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열려 있고 진실이 충분하다면, 그땐 죽음과 바르도 상태의 실제 경험이란 신화도 특별한 충격도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실 속에서 이미 그것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은 채 그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인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