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地獄)과 천계(天界)
- 지옥의 세계 -

定方晟

   

8단계가 있는 지옥
대개의 종교적 우주관을 살펴보면 우주의 어딘가에 지옥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불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옥(地獄)이란 말은 인도어(語) 나락까(naraka)의 의역(意譯)이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지옥이란 낱말이 중국에 없었다. 나락까의 의역은 날락가(捺落迦)·나락(奈落) 등이다.
지옥의 수(數)·종류·위치·크기·상황 등에 대해서는 갖가지 경전이 여러 가지 설을 말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구사론(俱舍論)』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팔열지옥(八熱地獄)이 있다.
이 여덟지옥은 서로 포개져 남섬부주(南贍部洲) 밑에 존재한다.
땅의 표면 가까운 곳으로부터 아래로 그 지옥들의 이름을 차례로 적으면 다음과 같다.

① 등활(等活) 지옥(地獄)
② 흑승(黑繩) 지옥
③ 중합(衆合) 지옥
④ 호규(號叫) 지옥
⑤ 대규(大叫) 지옥
⑥ 염열(焰熱) 지옥
⑦ 대열(大熱) 지옥
⑧ 무간(無間) 지옥

가장 밑의 무간지옥(無間地獄)은 특히 커서, 한 변이 2만 유순(由旬)의 입방체를 이루고 있다. 무간지옥의 상면(上面)은 지표(地表)에서 2만 유순 밑에서부터 시작되고 하면(下面)은 지표에서 4만 유순에 달하며, 그 두께가 2만 유순이 된다. 무간지옥 상면에서 지표까지의 2만 유순의 영역 안에 나머지 칠열지옥(七熱地獄)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는 『구사론』에 설명이 없다.
그래서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을 보면, 팔열지옥(八熱地獄)의 배치에 관한 세 가지 설을 들고 있다.
그중 첫째 설이 『구사론』의 미비점을 보완해 준다. 거기에 따르면, 무간지옥 위 (지표 쪽으로) 2만 유순 가운데 밑쪽의 1만 9천 유순을 칠열지옥이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지표 쪽의 1천 유순 가운데 밑의 500 유순이 백토(白土) 층이고, 위의 5백 유순이 진흙[泥土] 층이다. 칠열지옥의 넓이는 각각 한 변이 1만 유순의 정방형이다. 그러나 두께에 관해서는 설명이 없다. 아마 1만 9천 유순이 일곱으로 규모 있게 나누어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둘째 설이 보완해 준다. 이 설은 무릇 무간지옥은 첫째 설보다 2만 유순이나 더 깊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무간지옥 위에 지표까지 4만 유순의 두께가 되는 셈인데, 두께는 각각 5천 유순의 칠열지옥(입방체)이 포개지므로 합계 3만 5천 유순을 차지하게 된다. 나머지 5천 유순은 두께 1천 유순의 4종의 토층(밑으로부터 靑土·黃土·赤土·白土) 및 두께 5백 유순의 백토층과 또 5백 유순의 진흙층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설은 숫자상으로도 맞는다.
셋째 설도 소개한다면, 지옥은 수직으로 포개있는 것이 아니고 수평으로 위치한다는 것이다. 무간지옥을 중심으로 일곱 지옥이 둘러 있다. 마치 대 성곽을 둘러싼 시읍(市邑)과도 같이…

쉴새 없이 부대끼는 무간지옥
실제로 보고 온 것 같이 말하는 지옥의 설명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다.
남섬부주(南贍部洲)의 넓이가, 둘레는 6,003.5 유순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렇게 큰 지옥(남섬부주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이 몇 씩이나 그 밑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학승(學僧)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남섬부주는 위가 뾰족하게 좁고 아래가 넓게 퍼져 그 밑은 부채꼴로 확대된다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마치 피라밋 꼭대기를 조금 잘라버린 모양이라고나 할까?(그림. 6 참조)

그러면 팔열지옥에서는 도대체 어떤 형벌들이 행해지는 것일까.
각 지옥의 기본 성격에 대해서는 그 이름에 대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문헌에 따라서는 지옥도 확실치 않고 어느 지옥이나 비슷한 형벌이 행해져 과연 밑의 지옥일수록 형벌이 심한지는 의문스럽기도 하다.
『구사론』에는 자세한 설명이 없으므로 이하는 대강의 말이 된다.
최상층의 등활지옥(等活地獄)은 죄인이 형벌에 시달려 죽는(?)일이 있더라도 되살아나 잠시나마 사는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지옥으로, 쉴새없이 죽음의 극형에 부대끼는 최하층의 무간지옥(無間地獄)과는 대조를 이룬다. 무간(無間)이란 ‘고통이 끊임없이’라는 뜻인데 그 원어는 ‘Av?ci(아비, 阿鼻)’이다. 그러나 ‘아비’가 틀림없이 ‘무간’을 뜻했는지 아닌지는 의문스럽다. 어쩌면 ‘아비’의 본래 뜻을 잊은 채 A(阿)가 부정사(否定辭) 무(無)를 뜻한다는 연유로서 적당한 해석을 붙였을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등활지옥과 무간지옥 사이에는 여섯 지옥이 이어져 있다. 등활지옥 밑에 흑승지옥(黑繩地獄)이 있다.
여기서는 옥졸이 대목(大木)이 쓰는 먹줄을 써서 몸에 먹줄을 치고 먹줄대로 몸을 잘라간다…죽었다가 살아난다.
다음은 중합지옥(衆合地獄)인데 ‘중합’이란 뜻으로는 지옥의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잔인(殘忍)이란 뜻을 살려 중잔(衆殘)이라 하면 좀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중합(重合)을 뜻하는 Samghata의 Sam은 ‘함께’의 뜻이며 ghata는 ‘잔인한 살해’의 뜻이다. 곧 이 지옥에서는 모든 고통이 한꺼번에 닥친다. 역시 죽었다가 살아난다. 아주 죽는 것이 편안한데 지옥에서는 되살아나게 되니 그것이 더욱 참지 못할 고통이 된다.
그 다음 호규지옥(號叫地獄)은 죄인이 고통이 너무 심한 나머지 울부짖는 지옥이다.
대규지옥(大叫地獄)은 더욱 심한 고통으로 더 큰 비명을 지르고 신음하는 지옥이다.
염열지옥(焰熱地獄)은 화염(火焰)과 열탕의 고통을 받는다.
대열지옥(大熱地獄)은 더욱 심한 화염으로 고통을 받으며 끓는 물, 끓는 기름, 끓는 쇳물 등을 죄인에게 뒤집어씌우기도 한다.
일순간이나마 죽어보지도 못하고 쉴새없이 형벌의 고통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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