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 문구해설·II

정각스님

2)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五方內外安慰諸神眞言)은 진언 명칭상 동·서·남·북 사방 및 중앙에 위치한, 곧 온 천지에 널려 있는 모든 신들을 편안케 하고 위로코자 하는 진언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오방(五方)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를 설명키 위해 앞서 인용한 『구사론』 중 4개의 대륙[四洲]에 대한 설명을 또다시 들어 말할 필요가 있게 된다.(도표 8, 10. 참조)
그에 의하면 우주의 중심 수미산(須彌山) 밖 철위산(鐵圍山) 안에는 남섬부주·동승신주·서우화주·북구로주라 불리는 4개의 대륙이 널려 있어 이것을 사방(四方)이라 부르며, 그 중앙의 수미산까지를 포함하여 우리는 오방(五方)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방내외(五方內外)란 무엇을 뜻하는가? 수평적으로 동·서·남·북·중앙을 포함한 그 상하(上下)까지를 합해 말하는 것으로, 이것은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상?하, 즉 33천의 세계를 포함한 전체 우주의 구성을 뜻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 전체 우주에 널려진 모든 신들을 안위(安慰)코자 하는 진언(眞言), “나무 사만다 몯다남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南無 三滿多 沒馱? 唵 度魯度魯 地尾 娑婆訶)”.
이 진언은 내용상 ‘나무 사만다 몯다남(南無 三滿多 沒馱?)’과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唵 度魯度魯 地尾 娑婆訶)’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선 앞부분 ‘나무 사만다 몯다남’은 namah sarva buddhanam 내지 namah samanta buddhanam이라 표기될 수 있는 바, 여기서 ‘나무(namah)’는 namas의 변격동사로 ‘귀의한다’는 뜻을 가진다. 또한 ‘사만다’의 sarva는 ‘일체의’란 형용사, 그리고 samanta는 ‘두루하는’이란 부사로 쓰인다. 그리고 ‘몯다남(buddhanam)’이란 ‘깨달은 자’를 뜻하는 buddha에 복수 여격어미 anam이 붙어진 것이다. 이에 위 문장은 “일체의(또는 두루하는) 깨달은 자들께 귀의합니다”라 번역된다.
한편 뒷부분 진언에 대해, 『칠구지불모준제대명다라니경』에서는 “도솔천(兜率天:아가니슬타천궁)의 비로자나여래와 십지보살이 집회 가운데 준제불모 성자를 청하자 준제보살 성자께서 칠보(七寶)로 장엄한 수레를 타고 계심을 마음으로 생각한 채 ‘옴 도로도로(Om turu turu)’란 묘언(妙言, 眞言)을 세 번 외우라” 하고 있다.

여기서 ‘옴(om)’이란 창조로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생성 및 변화를 함축시킨 상징적인 말로, 굳이 번역한다면 “아!” 정도의 감탄사 격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도로(turu)’란 ‘달리다’ ‘재촉하다’는 뜻을 갖는 tur의 명령형으로 “달리소서”라 이해될 수 있다. 이에 내용상 이 부분은 “아! (수레를 타고) 달리소서! 달리소서!”라 번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관자재보살여의륜염송의궤』에 의하면 위 진언을 외우자 “이 진언(眞言) 가지(加持:佛의 위신력에 우리 마음을 합치시키는 일)로 말미암아 칠보의 수레가 저 극락세계에 닿아 여의륜관자재보살 및 제 성중 권속들이 에워싸는 가운데 칠보 수레를 타고 도량 가운데 이르러 허공에 머물게 될 것”으로 “모든 성중들께서 ‘지미(地尾)’하시도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여기서 ‘지미(地尾)’는 산스끄리뜨어로 jimi라 표기되며, ‘내려오다’는 뜻의 동사 ji에 능동어미 mi가 붙어 ‘(남을 위해) 내려오다’는 뜻을 갖는다. 그리고 뒷 부분의 ‘사바하(svaha).
이에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전체 문구는 “아! (수레를 타고) 달리소서! 달리소서! 내려오시도다! (모든 것 그대로) 이루어지이다!”라 번역될 수 있다. 즉 위 진언은 ‘오방내외, 온 천지에 널려 있는 모든 신들을 편안케 하고 위로코자 하는 진언’이 아닌 ‘준제보살 내지 성중(聖衆)들을 도량에 청해 모시는 진언’으로서 소청진언(所請眞言)의 뜻을 갖는다고 하겠다.
여하튼 이렇듯 진언을 외운 후, 이후 도량송은 개경게(開經偈) 및 개법장진언(開法藏眞言)으로 이어지게 된다.

3) 개경게 및 개법장진언
개경게(開經偈)란 ‘경전을 열어 젖히는 게송’의 뜻으로, 경전 독송에 앞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인가를 일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여기 그 게송을 들어 설명해 보면,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受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

더없이 높고 극히 심오한 미묘한 법
백 천만 겁에 걸쳐 만나기 어려운 바,
내 이제 보고 듣고 받아 지니오니
원컨대 여래의 진실한 뜻을 이해케 하소서

그런데 여기서 겁(劫)이란 무었인가?
겁이란 산스끄리뜨어 kalpa의 음역(音譯) 겁파(劫波)가 줄어서 된 말로, 뜻으로 번역하면 대시(大時)가 된다.
그렇다면 겁의 시간적 길이는 얼마나 되는가. 힌두 신화에 따르면 겁이란 ‘창조신 브라흐마(Brahma)의 하루’를 말하며, 1,000의 마하유가(Mahayuga) 또는 인간의 햇수로는 4,320,000,000년의 기간을 가리키게 된다.
즉 1겁은 43억 2천만 년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백만 겁이며 천만 겁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 시간적 길이는 가히 헤아려 볼 수 없는 것이 된다. 그 헤아려 볼 수 없는 영원한 시간, 영겁(永劫)의 시간 가운데 다행히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 법 ‘무상심심미묘법’을 보고 듣고 받아 지니니, 원컨대 이번 기회에 여래의 진실한 뜻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말로서 개경게(開經偈)는 마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후 개법장진언(開法藏眞言) “옴 아라남 아라다(唵 阿羅南 阿羅馱)”를 외우게 되는데, 이것은 ‘법(法)의 창고를 열어젖히는 참된 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이 진언이 뜻하는 바, 그 의미성은 무엇인가?
위의 게송 “옴 아라남 아라다”는 산스끄리뜨어 ‘om aranam arata’를 음역(音譯)한 것으로, 다음과 같이 그 뜻을 풀이할 수 있다.
우선 ‘아라남(aranam)’은 ‘심연(深淵)’의 뜻을 갖는 명사
arana에 대격어미 m이 붙어 ‘심연(깊은 곳)에로’라 해석된다. 한편 ‘아라다(arata)’는 ‘유희(遊戱)하다’는 뜻의 동사 ram의 과거 수동분사로, 개법장진언은 “아! 깊은 곳(진리)에로 (이르러) 유희함을…” 바라는 소망 내지 “아! 깊은 진리를 통달하였음”을 확신하는 상태의 의미로서 이를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소망 내지 확신의 어구를 세 번 되풀이한 후 진언 또는 다라니(陀羅尼), 경문(經文) 등을 독송함으로서 도량송의 다음 단계에로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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