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천교 십일전을 해체 복원한 조계사 대웅전

조계사 대웅전이 정읍에 있었던 보천교(普天敎) 십일전(十一殿)을 이전·건축하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지금의 보천교는 그 교세가 극히 미비하지만, 한때는 600만 신도를 가졌다고 이야기될 만큼 큰 세력을 형성하였던 신흥종교였다. 먼저 보천교 십일전과 현재의 조계사 대웅전 사진을 살펴보자.

▲ <사진1> 보천교 십일전

▲ <사진2> 조계사 대웅전

얼핏 봐서도 겉모습에서는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기둥을 받치고 있는 석주의 크기만 다를 뿐이다. 보천교 십일전을 해체하고 지금의 대웅전을 짓는 과정에서 기둥의 일부가 잘라졌기에 석주를 크게 만든 것이다. 대웅전의 창살 문양은 어느 절집의 창살 모양과 다르다. 보천교 십일전에 구성되었던 창살을 옮겨 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조계사 대웅전을 해체 복원하면서 대웅전의 안의 삼존불을 새로 모셔 법당의 모양도 달라졌었지만, 그 이전에 모셔진 대웅전 불단 역시 여느 사찰의 불단과는 아주 달랐다.

지금의 조계사 대웅전은 1938년 세워진 것이다. 조선불교교무원이 지금의 터에 자리 잡은 이후부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보천교와 관련해서는 <참고자료>에 나와 있는 안후상의 글과 김재영의 책을 주로 인용했음을 미리 밝힌다.)

보천교(普天敎)와 십일전(十一殿)

태을교, 훔치교라고도 불리는 보천교는 일명 차천자(車天子)라고 불리는 월곡 차경석(車京石)이 증산도의 창시자인 강일순(姜一淳)을 만나면서 세운 신흥종교이다. 1919년경에 임명된 간부가 55만7천700명이고 신도가 600만 명이라고 스스로 내세울 만큼 규모 있는 종교 조직이었다. 민족주의 색체가 강하였고 당시 독립운동에도 자금과 인력이 결합했다.

▲ <사진3> 정읍에 있었던 보천교 성전 전경, 1931년

<사진3>이 정읍에 있었던 보천교 본당의 모습인데, 1925년부터 1929년까지 4년의 역사 끝에 2만평의 부지에 세워졌다. 건축물이 45채, 부속 건물이 10여 채로 성전(聖殿)이라 불렸다. 보천교 본당이지만 궁궐을 짓고자 한 것으로 본다. 정문은 보화문이라 이름했는데 광화문을 본떴다. 중앙에는 경복궁의 근정전을 모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십일전을 지었는데 136평으로 근정전보다도 크며, 지금까지의 목조 건축으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십일전은 경복궁의 근정전을 중건한 최원식이 건립을 지휘했다.

본당 규모는 들어가서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시간 이상, 건설비는 총 150만 원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십일전을 짓는데 필요한 원목은 만주 훈춘현(琿春縣) 및 노금 방면에서 가져 왔다.

▲ <사진4> 보천교 차경석의 모습

십일전이 현재의 조계사 대웅전으로 사용되는 데는 보천교의 운명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차경석이 1936년 타계하자 그때까지도 보천교에 대한 의심과 억압을 하였던 일제는 보천교 해체를 추진한다. 중요 간부 24인을 경찰서로 연행해 ‘보천교 해산’, ‘신건축 포기’, ‘삭발’ 등을 강요하며 협박을 하였다. 이어, 성전 내 개금된 성상과 제기, 신앙 대상인 삼광경 벽화(三光影 壁畵)나 도금된 제단 모두를 뜯어갔으며, 이어 정읍경찰서 소속 수십 명의 경찰이 본소로 난입하여 나머지 시설들을 철거하였다.

일제는 보천교 측 재산처리위원회라는 유령 단체를 만들어 이들에게 재산 포기 각서를 받아낸 뒤, 십일전에 대한 경매에 들어갔다. 어느 누구도 경매에 응하지 않아 경매가는 절반으로 떨어진 500원에 낙찰되었다. 십일전 건축비용이 50만원인데 비해 경매가는 터무니없는 500원이었다.

이렇게 경매로 넘어간 보천교 십일전이 제 삼자를 통해 불교계로 들어오니 이때가 1937년이다.

총본산 건립 운동과 태고사

1930년대 중반까지도 불교계는 통합기관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1929년 승려대회로 조선불교선교양종 중앙교무원이 설립되었으나, 총독부가 이 통일 기관을 승인하지 않았기에 통합기관으로서의 위상은 갖지 못하였다.

지지부진하던 총본산 건설운동이 1940년 태고사 건립으로 결과 맺어지기까지는 후대의 불교도들에게는 아쉽지만 일제의 전시총력체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학자들은 평가한다. 일제가 효율적인 전쟁 수행을 위해 그동안 억제해왔던 불교계의 통합 기관 설립을 지원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1937년부터 시작된 총본사 건립 운동은 1940년 태고사가 설립되고 1941년 사찰령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완료된다. 1900년초 원종 설립 추진으로부터 무려 근 40년에 걸친 과정에 이르러서 불교계는 통합기관을 갖게 된 것이다. 총본사는 각황사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으나 최종적으로 태고사로 정해졌고, 교단의 명칭도 ‘조선불교선교양종’에서 ‘조선불교 조계종’으로 확정되니 현재 조계종의 뿌리가 된다. 이 과정에 보천교 십일전이 태고사 대웅전으로 해체·이전·복원된다.

▲ <사진5> 해체된 십일전을 이전 건축하는 모습

불교계는 1937년 3월, 십일전 건물을 답사하고 경매 낙찰자 에도 쵸오지로오(江戶長次郞)과의 매입 계약을 체결하여 대금으로 1만2천원을 지불했다. 이어 두 달간에 걸쳐 건물 해체 공사가 진행되어 1937년 5월 5일에 종료했다.

교무원에 있었던 명성학교와 대자유치원은 각황사 부지로 이전하고 교무원과 부속 건물은 철거한 다음, 주변 한옥 대지 160평을 19,415원에 매입하여 그 자리에 총본사 대웅전을 건립하기로 하였다. 십일전 재료가 도착하자마자 1938년 7월 27일에 기공, 9월 3일에 정초, 10월 12일에 상량(上樑)하여 11월 26일에 공사는 완료되었다. 대웅전 낙성 봉불식(奉佛式)은 1938년 10월 25일 거행됐다.

▲ <사진6> 동아일보에 실린 대웅전, 1940년 7월

총본산 건설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총본산의 사격(寺格)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중앙에 사원을 창건하여 총본산을 만들자는 견해와 역사와 사격이 있는 고유한 사찰을 선정하자는 두 가지 견해로 집약된다. 총본사 대웅전이 건립되고 나서도 그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총본산의 성격과 위상이 불분명하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논란을 거쳐 총본산의 명칭을 태고사(太古寺)로 정하였는데, 이는 태고 보우국사(太古 普愚國師)가 주석하였던 삼각산 태고사의 사격을 인용하려는 발로로 이해해야 하며, 이는 당시 한국 불교의 법통(法統)을 태고 보우에서 찾으려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불교계에 남은 보천교의 자취

보천교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 또 한 곳 있다.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사 대웅전이다. 내장사 대웅전은 보천교 본소의 정문이었던 보화문을 해체·재건축한 것이다.

▲ <사진7> 보천교 본당의 정문이었던 보화문

▲ <사진8> 내장사 대웅전

보화문은 광화문을 따라 2층 누각으로 건축되었으나 내장사 대웅전으로 옮겨지면서 1층 건물이 되었다. 지금의 대웅전은 복원 후 화마가 할퀴고 가서 본래의 모습은 아니다. 다만 대웅전 기둥만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 사진으로 보다시피 대웅전 기둥이 나무가 아니라 돌기둥이다. 보화문 1층의 기둥이 바로 그 것이다.

동학으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신흥 민족 종교의 한 갈래였던 보천교는 공간적으로만 그 자취를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설왕설래되고 있기만 하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이 이 곳 저 곳, 특히 제주도 법정사 항일운동에서 보듯이 불교계의 어느 구석엔가 남아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안후상, 불교 총본산 조계사 창건에 대한 고찰, ‘조계사의 역사와 문화’ 학술회의 자료집
김재영, 보천교와 한국의 신종교, 신아출판사
불학연구소, 불교근대화의 전개와 성격, 조계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