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노해는 “사람이 희망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바라는 평화통일의 여정에서도 북한 불교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곧 희망일 수 있다. 그 분들을 통해 우리는 조국의 통일을 이야기하고 북한 불교계와의 교류 협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 불교계를 움직이는 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코너의 ‘북한불교를 움직이는 사람들’ 편은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 분들은 실질적으로 북한불교를 대표하는 조불련을 운영하고 있는 북한지역 불교의 당당한 주인공이다. 그 분들이 북한 당국과의 연락과 협의를 비롯하여 북한지역의 사찰 복원과 운영, 그리고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관장하고 있다. 또한 북한 주민들과의 상시적인 접촉도 결국 북한불교의 현주소이다.

그동안 북한을 다녀온 몇몇 사람들조차 북한의 스님들에 대해 ‘삭발여미하지 않았다’, ‘출퇴근을 하는 분들이다’ 등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일본 불교에서도 스님들이 사찰에 상주하지 않고 출퇴근을 하는 종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북한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그들 자신들이 정한 기준의 잣대이거나 남한에서의 스님들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승가 풍토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데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바탕으로부터 출발한다. 북한불교의 모습을 가지고 갑론을박하기보다 오늘날 북한불교가 갖추고 있는 종교성을 이해하고 교류협력의 진정한 대상으로 인정할 때 통일의 꿈이 한걸음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 중국이 전통적인 대외정책 기조로 사용하고 있는 투이불파(鬪而不破 : 필요하면 다투더라도 관계 자체를 망가뜨리진 않는다)의 원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부처님의 일불제자로 살아온 남북한의 불교가 함께 불법환처(佛法還處 : 원래 있던 불법을 다시 그 자리에 돌려놓는 것)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북한불교계를 이끄는 스님들

현재, 북한 불교계를 이끌고 있는 분들은 해방과 분단 이후까지 전승된 법맥(法脈)을 그대로 잇고 있다. 스승과 제자, 법계와 문중 등을 통해 사자상승(師資相承 : 제자가 스승에게서 정법을 받아, 이의 뒤를 잇는 제자에게 전하는 것)이 되고 있다. 그러한 면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해외 약탈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남북불교도합동법회, 2009.5.23. 평양 광법사

○ 북한불교의 최고 석학 - 심상진 대선사

2008년 8월 조불련 5대 위원장에 오른 법봉(法峯) 심상진 대선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북한불교의 대강백(大講伯 : 경론을 강의하는 승려)이다. 분단이후 북한불교를 최초로 소개한 「태양의 따사로운 품」(1998년)과 함께 「불교도들의 참다운 삶」(2001년)단행본을 집필 출간했다.

조불련 심상진 위원장의 행장은 법계가 대선사로 현재 세속 69세, 법랍은 45년이다. 1989년 8월 입적한 법등(法燈) 홍화두 조불련 고문의 맏상좌이다. 1965년 삼수갑산 중흥사에 4년 학제로 설립된 조불련의 승려교육기관 불교학원(佛學院)에서 1970년~74년까지 수학했다. 1951년 신설된 량강도에서 출생한 심 위원장은 김일성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문화재보존총국에서 부장으로 근무하였다. 1974년부터 1999년까지 조불련의 서기장을 맡았다가 2004년 11월 1일부터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대화를 할 때 “그래가지고 서리”를 곧잘 사용하는 심상진 위원장의 주요활동을 보면, 1991년 미국 LA 방문과 1995년 중국 북경에서 가진 남북불교회의를 주관했다. 1997년 북경회의를 통해 부처님오신날 봉축 ‘남북공동발원문’이 채택, 발표하는데 기여했다. 1998년 평양 광법사에서 청공 윤이상 선생 천도재를 봉행했고, 6·15와 8·15남북공동행사 등에 참가했다. 이 시기까지 심상진 위원장은 조불련 이외에도 세계불교협회 조선센터 서기장과 ‘아시아불교도 평화회의 조선센터’ 서기장을 맡아 활동했다.

북한불교계의 인물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심상진 위원장은 2008년 7월 30일부터 조불련 제5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8년 9월 1일 제5대 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심 위원장은 2009년 3월 26일~4월 3일까지 중국과 중화민국(대만)에서 열린 제2차 세계불교포럼에 조불련 위원장 자격으로 처음 참석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30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남북불교 간의 첫 공식회의를 가졌다.

▲ 2010년 1월 평양을 방북한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 완쪽에서 세번째가 조불련 심상진 위원장이다.

○ 북한불교를 상징하는 스님 - 최형민 대선사

현재 한국 등 언론에 가장 많이 회자된 분이 청운(靑雲) 최형민 묘향산 보현사 주지 스님이다. 자율적 의지에 따라 삭발하는 북한불교계에서 삭발한 청운 스님의 모습이 여러 언론에 소개되어 북한불교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조불련 심상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대선사의 법계인 최형민 스님은 조불련 홍화두 고문의 상좌라는 설도 있지만, 은사 스님이 누구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일제강점기 때까지 스님으로 계셨던 어떤 분의 상좌는 분명하다. 북한 조불련의 홍화두 고문과 학림(鶴林) 박태화 위원장과 같이 조불련의 1세대를 형성해 온 최형민 스님은 북한불교계의 계맥(戒脈)을 이었다. 현재 최형민 스님의 친아들도 묘향산 보현사에서 출가 수행하고 있다.

북한불교 종찰(宗刹)의 지위를 갖고 있는 묘향산 보현사의 주지를 맡고 있는 최형민 스님은 1984년 6월 보현사의 대웅전과 만세루 등 유적이 복원되면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고려대장경 번역 사업이 1980년부터 추진하고 있다고 북한 언론이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최형민 스님은 1987년 7월 3일 보현사에서 개최된 국제불교도평화행진 개막 행사와 1988년 1월 10일 처음으로 연 조국통일기원법회(묘향산 보현사)를 주관했다. 1988년 5월 5일 묘향산 보현사에서 종전(終戰) 이후 북한 종교계가 최초로 석가탄신일 기념법회를 봉행한 것을 평양방송이 1988년 5월 6일자로 보도했다.

청운 최형민 스님의 이미지는 1989년 6월 미국 유학을 하던 법타 스님(현 동국대 정각원장)이 평양을 방문하고, 묘향산 보현사 대웅전에서 주지 스님과 같이 법담을 나눈 한 장의 사진이 압권이다.

그 기간에는 1974년 보현사로 옮겨진 금강산 유점사의 범종을 타종하는 의식을 갖기도 했다. 이후 각종 남북교류 행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할 경우, 묘향산 보현사는 거의 대부분 방문 기본코스로 정해져 있다. 그 동안 남북불교도 합동법회가 가장 많이 열린 곳도 바로 보현사이다.

○ 교학과 불교의식에 정통한 서기장 - 리규룡 선사

연암(蓮庵) 리규룡 선사는 현재 북한불교를 대표하는 염불습의의 권위자이면서 조불련의 서기장이다. 고 박태화 위원장의 상좌인 리규룡 서기장은 금년에 49세이다. 조불련 중앙위원회 책임부원(부장급)으로 1989년부터 조불련 청사 법당 및 사찰, 불학원에서 염불 등 불교의식을 담당해왔다.

1996년 중국 북경 남북불교회의에 처음 참석한 연암 스님은 그동안 조불련 중앙위원회의 주요한 업무를 관장하고, 염불 등에 많은 지식과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 특히 2003년경 신설된 것으로 알려진 조불련 중앙위원회의 포교부 부장(책임부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7년부터 개성 영통사 복원 이후 주요한 업무를 관장했다.

2009년 5월 조불련 중앙위원회 서기장에 공식 취임한 연암 스님은 남북한 교류 및 국제교류 등 주관하는 조불련 서기국을 총괄하고 있다. 연암 스님의 주요한 활동은 2003년 3월 2일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열린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에 당시 황병준 부위원장(2004.9.8 입적) 등과 함께 참가했다.

2009년 10월 13일 금강산 신계사 복원 2돌 기념법회를 주관한데, 이어 매년 금강산 신계사에서 남북불교도 합동법회와 개성 영통사 대각 국사 의천 스님 다례재를 주관하고 있다.

○ 종무행정의 최고 전문가 - 차금철 선사

고 박태화 위원장의 상좌인 소명(昭明) 차금철 선사는 조불련 중앙위원회의 책임부원(부장)을 맡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한 소명 스님은 남북한 불교 교류 및 협력사업 등의 주요한 종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03년 3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한 소명 스님은 고 황병준 부위원장과 리규룡 서기장 등과 그해 2003년 3월 2일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열린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에 함께 참가했다. 이 합동법회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민족대회’(2003.3.1~3일)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면서 각 종교별로 이루진 행사였다.

소명 차금철 스님은 2004년부터 원불교와 관련된 업무도 관장하고 있다. 원불교 업무는 2001년 민족통일대축전 기간에 평양을 방문한 원불교 장응철 교정원장과 고 박태화 위원장이 서명한 ‘원불교 독립창구 개설 의향서’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소명 스님이 북한불교계에서 종무행정의 달인으로 불리게 된 것은 2003년 2월 27일 중국 북경에서 조불련-천태종단 간에 체결된 ‘개성 영통사 복원에 관한 약정 합의서’와 2002년 12월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에 관한 합의서’에 이어 2004년 1월 조불련-조계종단 간의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에 관한 실행합의서’가 체결되면서부터이다. 천태종, 조계종 등과의 협력사업 등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소명 스님은 2010년 1월 30일~2월 2일까지 평양방문을 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방북대표단과의 업무협의를 직접 주관하고, ‘남북공동선언의 이행과 민족의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기 위한 합의서’ 체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 2010년 1월 평양 조불련 법당에서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가 북한 스님들과 법회를 하고 있다. ⓒ불교닷컴 자료사진

○ 그 외 조불련의 주요 임원

염불과 종무행정의 전문가인 혜안(慧眼) 리영호 선사(책임부원)는 현재 조불련 스님들 가운데 가장 키가 크다. 법회 및 각종 행사에서 불교의식을 주관하고 있다.

연설 등 문안 전문가인 청담(淸潭) 류인명 선사(책임부원)는 각종 법회 및 교류 행사의 연설문과 법문안을 작성하는 등 연설 문안의 전문가이다.

외국어에 능통한 국제교류 전문가인 한성기 선사(국제부장)와 조불련의 교육 및 불학원 등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리승한 선사(교육부장)는 2006년 9월 1일 금강산 신계사에 개최된 2차 남북불교도합동법회에서 첫 법문을 한 바 있다.

1995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석한 어명식 책임부원, 리덕수 책임부원, 리동철 평양시 부장 등 조불련 임원 스님과 부원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 주 내용: ‘북한불교를 움직이는 사람들Ⅱ’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