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불교는 조선불교도연맹이다. 남한과 같이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등으로 구분되는 종단이 아니라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로 일원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조선불교도연맹을 이해하는 것이 곧 북한불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가늠할 수 지렛대이다.

이번 코너에서는 해방 이후 남북간의 혼잡한 정치적인 배경 속에서 다시 출발한 북한의 불교가 조선불교도연맹이라는 조직으로 어떻게 정착하고 활동하고 있는가를 살펴봄으로서 앞으로 통일시대에 있어서 불교 통합을 위한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불련의 탄생 배경

해방 이후 소련의 스탈린(Joseph Stalin)이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 사령관 슈티코프에게 하달한 지령 제6호에는 “북한에 있는 소련 군대에게 규율을 엄격히 지키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도록 지시할 것, 종교의식과 예배를 방해하지 말고, 성당과 기타 종교 시설에 손을 대지 말 것”(조광,「북한의 종교 현황과 종교적 심성」,『민족의 화해를 향하여』, 도서출판 새남, 1996, p.323)을 규정하면서, 북한 사회에서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였다.

그러나 1945년 10월 12일 소련 제25군 사령관 치쓰챠코프 대장이 “성결(聖潔)들과 기타 교회들에서 예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성명서 발표로 종교의식과 활동이 처음으로 규제되기도 했다. 더욱이 북한에서의 종교인들은 1946년 2월 8일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수립된 다음, 그해 3월 5일에 전격 단행한 토지개혁으로 말미암아 실질적으로 종교적인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북한의 토지 개혁은 1946년 3월 5일 제정된「북조선 토지에 관한 법령」에 의거하여 제5조의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원칙에 따라 5정보 이내 자경지(自耕地)를 제외한 토지를 몰수하여, 제6조 ㄱ항의 경작자인 농민들에게 분배한 것으로서 북한 정권 성립의 기초가 된 중요한 사건이었다.(고태우,『북한의 종교정책』,개정판, 민족문화사,1989. p.58.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민경제발전 통계집 1946~1960』, 국립출판사, 1961, pp.59~60)

이러한 토지개혁 조치는 1945년 11월 16일 제정 실시된 북한 사법국 포고 제2호「북조선에서 시행할 법령에 관한 건」이라는 인민정권 최초의 법(김규승,『南北朝鮮の法制定史』, 사회평론사, 일본, 1990, p.341)과 함께 1946년 3월 7일「친일파, 민족반역자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는 등 일제의 청산작업과 법제정 체계의 수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취해진 것으로 이른바 반제반봉건 민주혁명을 수행하겠다는 의도를 법제화 한 것이다.(김민배,『북한에서의 토지개혁과 법적논리와 그 역사적 전개』,「인하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논문집」, 제11호, 1993. p.284)

한편, 북한은 인민정권 수립 이전에 “전 인민의 소유” 또는 “국가적 소유”를 표방하지 않고 “땅이 없는 농민에게 토지를 준다.(耕者有田)”는 슬로건 아래에서 시작한 토지개혁의 과정에서 대량의 토지를 소유했던 사찰이나 종교 기관이 소유한 토지도 무상 몰수되어 농민들에게 무상 분배하였다. 결론적으로 토지 개혁은 종교단체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켰거나 제거한 사례가 되었으며, 북한 기독교인들의 대규모 남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강인철,「현대 북한종교사의 재인식」,『해방 후 북한교회사』, 다산글방, 1992, p.429)
북한에서 토지개혁이 단행되면서부터 “김일성의 권위와 노동당의 권위가 현저하게 높아진”(와다 하루키,『북조선 : 유격대 국가에서 정규군 국가로』, 돌베게, 2002, p.81) 상황 속에서 북한의 불교계가 1945년 11월 26일「북조선불교총연맹」,「북조선불교연합회」를 결성하고, 1946년 12월 26일에는「북조선불교도총연맹」이라는 통합 조직을 창립시켰다. 1972년경에「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로 명칭을 바꾼 총연맹의 초대 위원장에는 김세율, 부위원장에 한춘, 장상봉, 위원에 김세율, 김해진, 장범석 스님 등 30명이 선출되었다.

이 시기의 북한 종교는 종교 활동보다는 정치적 행보를 거듭했다. 1946년 3월 23일에 발표된 ‘북조선 노동당 20개 정강’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전체 인민에게 언론․출판․집회 및 신앙의 자유를 보장시킬 것”(『조선중앙연감』, 1950년판, 조선중앙통신사)이라고 종교의 자유를 명문화하면서, 그 당시 주요한 종교는 기독교, 불교, 천도교 등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 종교계의 이러한 행적은 1948년 3월 25일 북조선 민주주의 민족통일전선 중앙위원회의 제의로 그해 4월 19일 평양의 모란봉극장과 대동강 쑥섬에서 개최된 ‘전 조선 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약칭 남북연석회의) 제의와 참가에서도 알 수 있다. 김구·김규식 선생 등과 김일성 주석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는 북측의 3개 정당과 12개 사회단체, 그리고 남측은 13개 정당과 28개 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총 56개 정당 및 사회단체가 참가하였고, 참석한 대표자 수는 695명으로서 회의의 기획과 진행은 북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북조선천도교청우당 김달현, 북조선기독교도연맹 강양욱, 북조선불교연합회 김세률, 기독교민주동맹 김창준, 전국유교연맹 김응섭 등 종교계도 참여했다.”(김우전,『김구주석의 남북협상과 통일론』, 도서출판고구려, 1999. pp.86~93)

이들 종교단체는 1948년 4월 30일 이 연석회의에서 채택하고 발표한 ‘남북조선 제정당 및 사회단체 공동성명서(약칭 남북지도자 공동성명서)’에 북조선불교연합회 김세률 회장이 서명하는 등 실질적으로 참여했다.
그 당시, 이러한 남북간의 정치적인 공간 속에서 김창숙 선생(운암스님) 등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북한지역 내에서 불교조직을 재건하기 위한 조직 활동이 주요하게 이루어졌다.

한편, 남북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김구 선생은 1948년 4월 26일 대보산(大寶山) 영천암(靈泉庵)을 아들 김신, 김종항, 안신호, 김두봉 비서와 함께 다시 찾았다. 이 영천암은 독립운동 초기에 김구 선생이 승려의 모습으로 피신한 곳이기도 하다.(김우전,『김구주석의 남북협상과 통일론』, 도서출판고구려, 1999. 화보집)

▲ <출처: 김우전,『김구주석의 남북협상과 통일론』, 도서출판고구려, 1999. 화보집>

▲ 표1: 조선불교도연맹 조직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