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한불교를 바로 볼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코드는 법회이다. 법회는 불교 문화적인 요소가 가장 짙게 깔려있다. 분단 이후 북한지역에서 행해진 각종 법회를 통해 북한불교의 종교성과 의식적 요소를 살펴보고, 또한 법회가 가지고 있는 내용가치 등을 통해 남북한 불교의 동질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남과 북이 갈라진 이후, 북한지역의 사찰에서 행해진 음력 사월초파일 봉축법회를 직접 보거나 참관해 본 남한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조불련 등 북한불교계가 주관한 공식 법회에 참석하거나 보고 동참한 것은 대부분이 묘향산 보현사와 평양 대성산 광법사, 평양 용악산 법운암, 금강산 신계사 등지에서 열린 ‘00000 조국통일기원법회’이다.

북한불교계도 이러한 경험이 전무하다. 그러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금년 1월 17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북한 조불련 대표단의 초청’을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 한층 실현가능성이 높았지만,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조불련 초청은 2008년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 등으로 말미암아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에서의 부처님오신날

북한에서 공휴일이 아닌데 반하여 남한의 부처님오신날(釋迦誕辰日)은 1975년 1월 15일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고, 음력 4월 8일을 기해 봉축법요식과 연등 거리행진 등 다채로운 봉축행사가 열린다.(중국은 음력 4월 8일, 일본은 양력 4월 8일을 기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하고, 2000년에도 공휴일로 지정한 대만은 음력 4월 8일에 불탄일佛誕日 행사를 갖는다. 1998년 휴일로 정한 홍콩에서는 불탄일Buddha's Birthday 명명하고, 마카오에서도 불탄절佛誕節, Dia do Buda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음력 4월 8일 기해 봉축행사를 한다. 그러나 티베트는 티벳력에 따라 4월 15일, 베트남은 매년 음력 4월 15일 부처님오신날Lễ Phật đản 행사를 갖고, 미얀마=버마, 태국, 스리랑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부탄, 캄보디아, 라오스에서는 매년 5월 중순경에 봉축행사를 갖는다. 그러나 네팔에서는 네팔력 1월 15일 기해 '룸비니동산'에서 봉축행사가 열린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음력 4월 8일의 부처님오신날을 ‘석탄일’, ‘불탄일’, ‘석탄절’, ‘성탄절’, ‘불탄절’ 등으로 부르고 표시하지만, 조불련이나 북한 언론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석탄절’(釋誕節)이다. 그리고 2007년 5월 5일부터는 석탄절의 명칭을 ‘부처님오신날 조국통일기원 북남불교도 동시법회’로 고쳐 부르고 표기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달력에서는 이를 표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평양출판사 등이 매년 컬러판으로 발행하는 달력은 일력(1일 단위)과 월력(1개월 단위) 형태로 제작되는데, 여기에는 조선옷(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한 공훈배우, 교예단원 등이 등장하고 좌우측 또는 하단에 숫자판이 배치되어 있다.

2012년도 북한 달력을 보면, 매년 제작하는 것과 동일한 형태이다. 표지에는 ‘주체 100’이라는 제목을 세로 형태의 큰 글자로 내려쓰고, 맨 위쪽에 작은 글씨체로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문구를 한 줄로 넣었다. 그리고 양력설, 설명절(음력 1월 1일)과 정월대보름, 입춘, 곡우, 하지, 청명, 한식, 동지 등 매 절기를 숫자 바로 밑에 한글로 꼬박꼬박 표기하고, 태양절(4월 15일) 등 북한이 정하고 있는 국경일 등에 대해 붉은색칠을 할 정도로 잘 표기하였지만, 부처님오신날을 뜻하는 석탄절과 1999년 9월 9일을 기해 조선그리스도교연맹(구: 조선기독교도연맹)과 조선가톨릭협회(구: 조선천주교인협회)로 각기 이름을 바꾼 단체에서 기념행사로 개최하는 성탄절에 대한 표시가 아예 없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의 초파일 행사는 아직 국가적 차원의 행사가 아니다. 더욱이 1970년대 초부터 활동을 재계한 북한불교가 공식적인 종교행사로 처음 소개된 것이 1987년 7월 3일 묘향산 보현사에서 열린 ‘국제불교도평화행진개막’ 행사이고 보면, 한국전쟁 이후 북한지역에서 개최된 최초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는 1988년 5월 5일 묘향산 보현사에서 봉행된 ‘석탄절(釋誕節) 기념법회’이다. 《평양방송》이 종교의 기념일 행사인 석탄절 법회를 처음으로 취재하고 1988년 5월 6일을 기해 보도를 한 바 있다.

이러한 북한의 초파일 법회가 국제적으로 처음 소개된 것은 1989년 5월이다. 내금강산 표훈사를 비롯하여 묘향산 보현사, 평양 용화사 등지에서 열린 석탄절 기념법회가 그 실례이다. 이 시기에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1989.7.1~8)이 평양에서 개최됐다.

그 후 북한의 사월초파일 행사는 1995년 4월 25일 중국 북경의 랜드마크 호텔에서 열린 남북불교대표자회의에 참석한 조불련의 고(故) 박태화 위원장이 “지난 94년부터 석탄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꾸고, 법회의식 때에도 찬불가도 부른다.”고 할 만큼, 북한불교의 주요한 기념행사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학림당 박태화 대선사가 인터뷰한 내용이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초파일 행사는 석탄절로 불리고 표기되고 있다.

조불련이 공식 주관한 석탄절 법회는 1990년대까지 주로 ‘조국통일 3대원칙’에 기초한 조국통일 등 남북관계와 연관된 사항을 강조하고, 그리고 1999년 5월에 열린 석탄절 법회에서와 같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외세와의 공조파기, 국가보안법 철폐” 등 남북대화의 이행을 위한 선행조건(연합뉴스 2000.12.03. 기사내용)을 주장하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우리민족끼리’와 같이 연대성을 강조하고 주장하는 내용을 법회의 주요한 설법 주제로 삼아 「기념사」또는 「기조발표」로 진행하는 것이 남한식과는 크게 다른 특징이다.

북한 석탄절의 봉축법요식

북한에서는 1988년 5월 묘향산 보현사에서 분단이후 처음으로 ‘석탄절’ 기념법회가 개최된 이래 열반절(음력2.15), 석탄절(음력4.8), 성도절(음력12.8) 기념법회를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러한 불교 3대 명절 이외에도 3.1절 그리고 6.15 및 8.15 등 매시기마다 기념법회가 개최된다.

오늘날 북한불교계가 거행하고 있는 법회는 거의 대부분이 남한불교의 법회 순서와 비슷하다. 헌향, 헌화 그리고 반야심경 봉독, 설법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북한식 법회가 남한식 법회와 크게 다른 것은 식(式)을 진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매 시기별로 제시된 북한 당국의 주요 정책이나 입장에 대해 ‘지지’나 ‘적극 참여하겠다’ 등의 성명서 형식이나 또는 ‘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하는 순서를 갖는다는 점이다.

북한의 부처님오신날-석탄절 봉축법요식은 먼저, 식전(式前)에 조불련 책임부원 스님들이나 사찰 소임자 스님이 불단에 공양물을 올린 다음, 내빈소개로부터 법회가 시작된다. 개회선언이 있은 다음으로 헌촉-헌향에 이어 반야심경 봉독, 찬불가, 기념사, 발언(축사), 공동발원문 낭독, 축가, 전달사항을 발표하고 폐회선언으로 끝마친다. 이후, 사찰 마당에서 탑을 중심으로 탑돌이를 하는 순서도 갖는다.

봉축 탑돌이는 시계 방향으로 7~15회 가량을 반복하다가 마치는(회향) 형식을 취한다. 아래의 사진은 1989년 5월 내금강산 표훈사에서 진행된 탑돌이 광경이다.

▲ 내금강산 표훈사에서 봉행된 초파일 법회 - 탑돌이. 출처: Buddhist Temples in the DPRK, 1989년판

▲ 내금강산 표훈사에서 사용한 봉축연등. 2007년 6월 9일 이지범 촬영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