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힘 보여주던 동양 최대의 가람

-경북 경주시  구황동 황룡사지(皇龍寺址)

황룡사는 1963년 사적 제6호로 지정되었다.

황룡사지는 경상북도 경주시 구황동(九黃洞)에 자리잡고 있다. ‘구황’이란 지명은 신라 진흥왕이 궁궐을 지으려 할 때 아홉 마리 황룡이 나타나 승천해서 궁궐 대신 절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라 최초의 절은 이차돈이 순교하던 해인 법흥왕 14년(572년)에 짓기 시작하여 진흥왕5년(544)에 완성된 흥륜사이다. 당시 신라가 고구려, 백제와의 잦은 전쟁에도 흥륜사에 이어 또다시 황룡사라는 거대불사를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불교가 새로운 국가이념이며 정신적 지주임을 흥륜사를 통해 선언한 것이라면 황룡사는 불교가 뿌리를 내리고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여 더 나아가 삼국통일을 향한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연이은 대형 불사에 진흥왕이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용 이야기를 꾸며낸 것이라는 설도 있다. 황룡사를 비롯, 분황사, 황복사 등 ‘황’자가 든 아홉 개의 절이 있었다고 해서 유래된 지명이라고도 전한다.

신라의 3가지 보물 중 천사옥대(天賜玉帶)를 제외한 2가지 보물이 황룡사 9층목탑과 장육존상이었다는 것에서도 황룡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황룡사는 국가적인 사찰이었기 때문에 역대 국왕의 거동도 잦았고 신라 국찰 중 제일의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신라 4대왕, 93년에 걸쳐 완성.

절터는 서쪽에 첨성대와 반월성이 가까이에 있는 경주 도성 중심지의 넓은 평지이다. 따라서 이 터는 궁궐을 짓기에 충분한 지형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황룡사는 동서남북으로 각각 명활산, 선도산, 소금강산, 경주 남산이 교차되는 중심에 위치한다. 원래 늪이었던 곳을 메워서 절을 만들었다고 발굴조사 결과 밝혀졌다.

황룡사지는 지난 1976년부터 대규모 발굴 작업이 진행되었다. 백제 지역의 익산 미륵사지 발굴조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고고학 발굴 사상 최대규모, 최장 기간 진행된 발굴작업으로 기록되고 있다. 발굴조사에서 금동불입상·풍탁·금동귀걸이·각종 유리 등 4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금당에는 솔거가 그린 벽화가 있었다고 전하며, 목탑지에서 발견된 당나라 백자항아리는 당시의 문물교류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밝혀진 황룡사지 터는 이만 오천여 평에 이르며 남서288, 남북 281미터에 달한다. 불국사의 8배에 이르는 동양 최대 절이었다.

 옛날 황룡사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망새’라고도 불리는 건물의 치미이다. 치미는  전통 건축물의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얹는 상징적인 장식 기와인데 화재를 예방하는 주술적 기능도 함께 지니고 있다.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치미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치미 중 가장 큰 것으로 높이가 182센티미터, 최대 너비 105센티미터로서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아직 발견된 예가 없어 동양최대라 할 만하다. 아울러 치미의 크기로 건물의 웅장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경주박물관  황룡사 전시관에에 황룡사지 기와와 치미가 전시되어 있다.)

황룡사 인접 지역에는 신라시대 옛 시가지 흔적이 남아있다. 서쪽, 남쪽으로 곧게 뻗은 시라시대 옛길과 배수구 등을 볼 수 있는데 사람이 다니던 인도와 수레가 다니던 차도가 구분되어 있다. 과거 신라는 황룡사지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중심 번화가임을 짐작하게 한다.

 황룡사는 중문·목탑·금당·강당이 남북으로 길게 배치된 1탑식 배치였다. 그러나 장육존상과 목탑 등이 조성된 후 금당 좌우에 작은 금당이 배치되는 1탑 3금당 식으로 바뀌고, 탑의 좌우에 종루와 경루(經樓)가 대칭을 이루어 배치되었다. 또 사방은 복도와 같은 회랑으로 둘러싸여, 독특한 가람배치를 보이고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종루에는 거대한 종이 있었는데, 몽고가 침입했을 때에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황룡사는 평지에 위치한 관계로 아늑한 느낌이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가람 배치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즉 남문 3칸, 중문5칸, 목탑 7칸, 금당 9칸, 강당 11칸으로 절 안으로 갈수록 칸 수를 늘려 부처님의 넓은 세계로 확대되는 느낌이 들도록 배치하였다.

신라 3보중 장육존상과 황룡사 9층탑을 보유

<삼국유사>에 보면 "고려왕이 신라를 치려고 하다가 말하기를 신라에는 세 가지 보배가 있으니 침범해서는 안 된다. 그 첫째는 황룡사 장육존상이요, 둘째는 황룡사 9층탑이요, 셋째는 진평왕의 천사옥대이다"라고 했다.

황룡사지 입구에 있는 우물터를 지나면 신라삼보(新羅三寶)의 하나인 장육존상이 있던 곳이 보인다. 당시 불상은 고려 몽고의 침략으로 없어지고 현재는 대좌만이 금당 터에 남아있다. 장육존상은 진흥왕 34년(573)에 만들기 시작, 그 다음 해에 완성되었다. 

<삼국유사>에 보면, 인도의 아소카 왕이 석가삼존불을 만들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인연이 있는 국토에서 장육존상이 조성되기를 축원했다고 한다. 이에 황금 3만 분과 황철 5만 7,000근, 석가삼존의 모형을 배에 실어 바다로 띄웠는데 경주에 이르러 574년에 불상이 완성되었다 한다. 이 장육존상은 이듬해 왕이 돌아갈 것을 미리 알고는 눈물을 발꿈치까지 흘려 땅을 1척이나 적셨다고 하는 설화가 전한다.

이 불상은 1238년 몽골 침입 때 완전히 소실되었기 때문에 그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인도의 아소카 왕이 불상의 견본을 보냈다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이국적인 불상양식을 반영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당지에는 장육존상과 두 개의 협시 불을 모셨던 대좌석이 남아 있다. 또한 이들 삼존불 대좌석 동서쪽에 나한상, 천왕상 등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4개의 불대좌석의 흔적이 남아있다.

현재 황룡사 금당지 중심부에는 자연석으로 된 큰 돌이 세 개 남아 있는데, 그 모양과 크기로 보아 장육존상은 입상으로 그 높이가 5미터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남아있는 대좌는 장육존상의 흔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유물이다.  자연 그대로의 바위 윗면을 평평하게 고른 뒤 장육존상의 발이 들어갈 수 있게 홈을 파고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킨 것이다.

25층 빌딩 높이의 9층 목탑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 때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접견한 자장대사는 갑자기 나타난 신인(神人)으로 이런 말을 듣는다.

“황룡사에 9층탑을 세우면 이웃나라가 항복하고 9개국의 야만족이 와서 조공을 바치며 왕업이 태평할 것이요.”

선덕여왕 12년(643)에 귀국한 자장대사는 즉시 여왕에게 황룡사에 9층탑을 세울 것을 말씀드린다.

신라조정에서는 조각계의 명장인 백제의 아비지를 초청하여  이백 여명의 장인과 함께 탑을 완성하였다. 신라의 가장 귀중한 보물 중의 하나인 황룡사 9층목탑을 백제 의자왕 때 가장 이름난 목수였던 아비지가 만들었던 것이다.

금당지를 지나면 황룡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9층목탑의 흔적지가 보인다. 지금은 초석만 남아 과거 영광을 말해주고 있다. 각 초석은 지름이 약 1미터 내외로 사방에 8개씩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으며, 그 가운데 심초석(중심 기둥의 받침돌)이 있다.  이 탑은 문헌에 따르면 높이가 약 80m, 지금으로 치면 아파트 25층 정도의 높이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탑지를 발굴한 결과 건물터의 크기는 가로 세로 29m이고 사방 7칸씩으로 모두 64개의 장대한 초석과 한 복판에 심초석이 드러났다. 이러한 건물터의 규모나 초석 배열로 미루어 높이 80m의 탑은 문헌의 과장이 아닌 실제로 존재한 탑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9층 목조탑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앙 심초석 위로 심주가 노반까지 뻗어 올라가고 이 심주를 주변 기둥과 보가 각 층에서 붙잡아 주는 것이었다고 짐작된다. 외관은 9층의 기와지붕이 중첩되고 꼭대기에는 상륜이 높이 솟아 도성 경주 어디서나 바라다 보이는 상징물이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탑은 이후 여러 차례 수리를 거치면서 경주의 상징물로 남아 있다가 13세기 몽고의 침입 때 소실되었다.

황룡사지에는 백제사람 아비지가 국경을 초월해 서라벌 터전 위에 제일의 목탑을 이룩한 것에 대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황룡사 9층목탑을 세운지 23년 후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였다.

 신라 멸망 후에도 황룡사는 고려 왕조에 이어져 깊은 숭상과 보호를 받았으며 9층탑의 보수를 위해 목재까지 제공받았다. 그러나 1238년(고종 25) 몽골군의 침입으로 탑은 물론 일체의 건물이 불타 없어졌다.

황룡사지 목탑지 전경 백제의 아비지가 9층 목탑의 창건에 참가했다.

황룡사지 대웅전 삼존불의 흔적으로 보이는 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