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를 대표하는 미륵사찰- 전북 익산 미륵사지

미륵사지(사적 제 150호)는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에 미륵산을 뒤쪽으로 두르고 남쪽을 향해 앉아 있는 백제 시대의 절터이다. 대담한 구상 아래 웅장한 스케일로 전개된 우리나라 최대의 사찰 중 하나이다. 익산은 유리한 교통 여건과 풍부한 농업 생산력을 바탕으로 군사적, 정치적 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했던 곳이었다. 

사찰의 규모는 동서 172m,남북 148m에 이른다. 미륵사지 절터를 조성한 토목기술 또한 경이로운 것으로 평가받는데 어느 건물터 하나 침하된 곳이 없이 평면으로 잘 다져져 있다.

이곳 미륵사지 창건설화는 삼국유사 ‘무왕(30대,600~641)조’편에 수록되어 있다.

 백제의 도읍 남쪽에 혼자 살고 있는 여인이 28대 혜왕의 눈에 띄어 아기를 갖게 되나 혜왕은 곧 죽게 되었다. 여인은 아기가 왕의 후손임을 밝히지 않고 혼자 키운다. 장성해진 아들은 생활이 궁핍해지자 마를 캐다 팔았다. 사람들이 그를 ‘서동’이라 불렀다. 서동은 신라의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에게 마를 주면서 “선화 공주가 서동을 숨겨두고 밤마다 만나러 다닌다”는 내용의 동요를 부르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신라의 진평왕은 공주를 궁에서 내쫒았고 서동이 공주를 아내로 맞아 살다가 인심을 얻어 백제의 왕이 되었다. 

그 백제의 무왕이 부인 선화공주와 함께 사자사에 가려고 용화산(현 미륵산)아래 큰  못가에 이를 즈음, 그곳에서  미륵삼존이 출현했다. 이에 무왕 일행은 수레를 멈추고 절을 했다한다. 선화공주가 왕에게 '여기에 절을 지어 주십시요' 하고 청하니 왕이 이를 허락하였다. 무왕은 지명범사에게 명하여 산을 헐고 못을 메워 미륵삼존의 상을 만들고 탑과 절을 세운 뒤 '미륵사'라 칭하였다고 한다.

“평민까지도 용화세계로” 미륵 신앙의 구현

백제 미륵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라 황룡사와 비교 된다. 우선, 왕이 직접 관여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건립된 호국사찰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미륵사가 백제 불교에서 미륵신앙의 구심점이었다면 신라의 최대 가람인 황룡사는 화엄사상의 중심지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황룡사가 왕을 중심으로 화엄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건립되었다면 미륵사는 일반 평민까지 용화세계(龍華世界)로 인도하겠다는 미륵 신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백제와 신라의 기술자가 서로 파견되어 기술의 교류가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건축의 출발은 황룡사가 미륵사보다 앞서나 황룡사의 완결판인 9층 목탑이 완성된 시기를 놓고 보면 거의 같은 시기라 볼 수 있다. 신라와 백제를 대표하는 두 절은 또한 거대한 규모의 9층 석탑을 갖고 있다. 

미륵사는 총 10만여 평에 이르는 방대한 사지에 가람의 조성만 무려 35년이 걸렸다. 절의 배치는 동·서로 석탑이 있고 중간에 목탑이 있으며 탑 뒤에는 부처를 모시는 금당이 각각 자리한다. 이것이 복도(회랑)로 구분되어 매우 특이한 가람배치를 하고 있다. 금당의 규모는 앞면 5칸·옆면 4칸이고 바닥에는 빈 공간이 있는데, 이것은 바닥마루의 습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조선시대 건물터에서 온돌시설이 발견되어 온돌의 발전과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미륵사지가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우선 세 개의 절을 한 곳에 합친 듯한 삼원 일가람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여 군수리 절터를 비롯, 대부분의 백제 사찰들은 보통 남북을 축으로 하여 중문, 탑, 금당, 강당 등의 일탑 일금당 형식이었다. 미륵사지의 ‘삼원 일가람’의 형식은 백제는 몰론, 고구려의 회탑식, 신라의 일탑 삼금당 형식과도 다른 것으로, 외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것은 익산 미륵사가 미륵 삼존불의 출현에 따라 삼존불을 모셨다는 『삼국유사』창건설화를 뒷받침하는 한편 용화삼회 설법으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신앙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보여진다.

최초의 석탑 미륵사지 9층 석탑. 

미륵사지를 유명하게 하는 또 하나는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이 있기 때문이다. 백제 무왕 때 건립된 미륵사지 석탑은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고대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원래 미륵사지에는 중앙에 목탑이 있었고 동서 양쪽에 2기의 석탑이 더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보 11 호 미륵사지탑은 서쪽에 있는 탑으로 한창 복원중이다.

미륵사지 석탑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으로 보는 이유는 탑의 양식이 그 전에 있던 목탑의 각 부분 양식을 나무대신 돌로 재현하였기 때문이다. 즉 미륵사지 석탑은 수많은 돌을 끼워 맞춰 목조 건축의 양식을 충실히 모방한 것이다. 탑을 구성하는 재료만 돌로 바꾸었을 뿐 이전의 목탑의 양식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으로 시작된 석탑의 흐름은 신라시대에 이르러 감은사지석탑을 거쳐 불국사 석가탑을 통하여 비로소 석탑 양식의 완성을 보게 된다.

미륵사지 석탑은 창건 당시에는 9층으로 짐작되나 세월의 무게로 무너지기 시작하여 해체 전까지 6층 규모에 남아있는 높이만도 14. 25미터에 이르렀다. 원래 탑의 높이는 26미터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륵사지 석탑의 기단은 한단이고 평면은 정방형이며 매 면의 중심부에는 오르내리는 계단이 있다. 기단  모서리마다 돌사자가 대각선 방향의 바깥쪽으로 세워져 있다. 첫번째 층은 넓고 높으며 둘째 층부터는 점점 좁고 낮아진다. 첫 층의 매 면은 기둥 돌을 4개씩 세워 3칸으로 돼있고 가운데 칸은 출입문으로 , 좌우 옆 칸은 창문처럼 돼있다. 기둥은 위가 가늘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차 굵어진 흘림기둥이며, 사면의 가운데  문사이로는 서로 통하게 되어 있으며 탑 몸안에 4각의 중심기둥이 네모나게 세워져 있다.

미륵사 석탑은 석재를 눕히거나 세우는 방법으로 하고 석재가 튀어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여 햇빛이나 달빛 속에 음영의 다양한 입체감을 풍부하게 자아내도록 만들었다. 또 석탑 모서리 네 면에 석수 (石獸)를 배치했는데 석탑이 2기이므로 석수는 총 8 마리인 셈이다.

미륵사지 9층 석탑(서탑)은 한창 복원 중이다. (오른쪽은 복원 전의 사진)

현대 기술의 한계 보인 동쪽 석탑

미륵사지를 찍은 사진을 보면 너른 벌판에 툭 튀어나온 듯 보이는 현대식 석탑이 있다. 이는 동쪽에 위치한 9층 석탑으로 1991년 노태우 정권 때 공사를 시작, 2년 만에 복원한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 새로운 기술과 석재를 썼다는 이 탑은 우리나라 복원 기술의 한계를 생각하게 한다. 기존 탑에서 나온 석재를 재활용하는 한편 현대식 석재를 혼합해서 쓰다 보니 인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주변 풍광과도 어울리지 않아 ‘최악의 복원 사례’라는 말도 듣는 형편이다. 

절의 규모가 크다보니 보통 하나씩 있는 것이 보통인 당간지주(보물 제 236호)가 미륵사지에는 동편과 서편 2기가 서 있다. 미륵사지 당간 지주는 높이 395미터로 두 지주의 크기나 양식 조성기법이 같다. 간대받침 중앙에는 간대 고정 구멍이 있으며 내면에는 아무 장식이 없다.

미륵사의 폐사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조선 영조 때의 문인 강후진의 와유록(臥遊錄)에 석탑이 반파되어 7층만 남아있다고 기술된 것으로 보아 이미 절이 없어졌음을 알 수 있다.

 백제가 망하면서 목탑과 주요 건물들이 소실되었지만 그후 통일신라시대에도 유지됐고, 발굴 당시 대부분의 기와가 고려시대 것으로 밝혀져 이때에도 대대적인 중창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륵사지에는 백제뿐 아니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걸친 건물터와 가마터가 존재하고 있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억불정책과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