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 고달사지(高達寺地)

고달사지(사적 제 382호)는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위치하고 있다.

고달사는 신라 경덕왕 23년(764)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고 있었고, 남한강의 유리한 수로를 확보하기 위해 그 배후에 거대한 사찰을 건립했다는 설도 있다.

인근의 신륵사를 비롯, 남한강 물길을 중심으로 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 등도 수운 교통의 요충지에 지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고달사는 고려 광종때 이르러 도봉원, 희양원과 함께 나라안에서 3대 선원으로 꼽혔으며 왕실의 비호를 받았다. 사방 30리가 고달사 땅이었으며 수백명 스님들로 도량이 넘쳤다고 한다.

도의 경지를 통달한다는 뜻을 가진 고달사(高達寺) . 이 고달사의 석조물은 모두 ‘고달’이란 석공이 조성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이 ‘고달’은 가족이 굶어 죽는 지도 모르고 석조물 건축에 온 힘을 기울였고 완성 후 스스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훗날 도를 이루어 이 석공의 이름을 따서 고달사라 불렀다는 것이다.

전성기에는 신륵사가 고달사의 입구에 해당할 만큼 사역이 광범위했다고 하는데 혜목산(慧目山)일대 1만 2천 평에 걸친 ‘사방 30리 거대한 가람이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고달사가 언제 폐사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달사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는데 이로 보아 조선 중기까지는 번창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고려말 나옹선사의 제자 무학대사가 나옹선사 입적 후 신륵사 옆 고달사에 은신하였다는 기록으로 볼 때 고달사는 고려시대 우왕(1375~1388 재위)이후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농토로 변신한 채 숱한 역사의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고달사지는 1998년부터 시작된 경기도 박물관 등의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하나씩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발굴조사로 사지 중앙에 위용을 들어낸 석불대좌(보물 제 8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잘생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거기서 서북쪽으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원종대사 부도비(보물 제 6호)의 귀부와 이수가 있다. 날카로운 용의 발톱, 눈썹을 치켜든 부엉이 눈, 콧등의 깊은 주름은 금강살타의 화신으로 지도층 인사들에게 일갈하던 원종대사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상기시켜준다.

여기에서 산그늘 쪽으로 10여미터정도 걸음을 옮기면 작은 귀부 1기가 얌전하게 엎디어 있다.

멀리 솔 능선에 숨어있는 고달사지 부도(국보 제 4호)와 원종대사부도(보물 제 7호)는 고달사지 답사의 절정이다. ‘사방 30리 절터’설에 걸맞게 13개의 건물지와 탑지 석등지, 축대 등이 그 흔적을 노출시킨다.

고달사지는 굵직굵직한 성보 못지않게 우리나라 국보급 고승들의 발자취가 즐비하다.

사지 한가운데 위치한 원종대사 혜진탑비에 의하면 고달사는 선문 중 봉림산파의 선찰로 고달선원으로 불렸다. 경남 창원에서 봉림선문을 개창한 심희(854~923)는 30여년 가까이 이곳에 머물며 선풍을 떨치던 고승 원감국사의 법통을 이어받은 제자였다. 진경대사는 다시 원동대사 찬유에게 법통을 전수하였는데 원종대사는 고달선원의 제 3대 정신적 지주로 고려 역대 왕들의 비호를 받게 한 명실상부한 중건주였다.

원종대사의 비범한 흔적은 부도비인 혜진탑비 말고도 오른쪽 양지바른 산골짜기에 아름다운 부도로 남아 있다.

혜진탑비와 부도는 대사가 입멸한지 20여년이 지나 세워진 것인데 원종대사의 법력이 응축된 모습이다.

장중함과 완벽한 조형미의 고달사지 부도

고달사지 위쪽으로 는 100여미터 가량의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의 끝에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부도가 나타난다. 국보 제 4호인 고달사지 부도이다. 높이 약 4미터의 부도는 팔각의 지대석 위에 기단부, 하대석, 중대석, 상대석, 옥개석을 모두 갖춘 정형적인 팔각 원당형의 고려시대 초기 부도이다.

이 부도는 원감국사 현욱의 것으로 여겨지는 데 그 장중함과 완벽한 조형미가 단연 으뜸이다. 산 아래 원종대사 부도와 같은 팔각원당형으로 몸돌 중앙에 거북을 두고 구름에 노니는 네 마리 용을 두른 것까지 같지만 세련미와 균형미에서는 차이가 느껴진다. 원감국사는 문성왕2년부터 혜목산에 주석하여 당대 최고의 선법을 떨친 ‘혜목산 화상’으로 그가 입적하자 경문왕은 원감화상이란 시호를 내려 그 공적을 기린 바 있다 .

산 아래에 있는 원종대사 혜진탑은 높이 2.5미터로 전형적인 고려 초기 팔각 원당형의 부도이다. 고달사지 부도의 축소판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데 정면 중앙의 거북머리와 그 좌우의 꿈틀거리는 네 마리의 용과 구름들이 고달사지 부도와 합사하다.

고달사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고달사지 석불대좌이다. 석불대좌는 옛날 고달사의 금당지로 추정되는 건물터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높이 1.57미터 대좌인데 그 크기로 보아 불상의 크기와 법당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불상의 대좌는 일반적으로 원형이나 팔각 모양인데 고달사지 대좌는 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석불대좌는 전체적으로 크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석불 대좌에서 몇 발자국 올라가면 거대한 돌거북이 눈에 띈다. 이 돌거북은 고달사를 중흥시킨 원종대사(869~958) 혜진탑비이다. 그러나 비신은 보이지 않고 귀부와 이수만 남아있다. 비신은 1916년에 넘어져 여덟조각으로 부서져서 당시 경복궁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기고, 지금은 귀부와 이수만 고달사지에 남아있다.

원종대사 혜진탑비는 높이 2미터에 달하며 현재 남아있는 우리나라 귀부와 이수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거북의 치켜 올라간 눈꼬리와 정면을 응시하는 눈, 꽉 다물어 옆으로 길게 찢어진 입에는 물갈퀴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비신을 안치할 비대좌에는 구름무늬를 깊게 돌출시켜 장식하였고 구름과 용무늬로 장식했으며 ‘혜목산 고달 선원 국사 원종대사지비’이라고 쓰여 있다.

고달사지에는 현재 남아있는 것 외에 쌍사자석등(보물 제 282호)도 있었는데 이것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있다.

고달사지 석불대좌(보물 제 8호)

원종대사 혜진탑비(보물 제6호)

원종대사 혜진탑(보물 제7호)

고달사지부도 (국보 제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