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의 본사(本寺)

-충북 서산 보원사지 (普願寺址)-

보원사지(사적 제316호)는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위치해 있다. 서산 지역은 중국 남조의 양 나라와 활발하게 교류하던 시기에 길목 역할을 했다. 태안 반도를 거쳐 해미면에 이르는 바닷길은 당시 중국과 교류하는 무역 항로였고 해미-운산-예산-부여로 이어지는 육로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한편 보원사지가 위치한 가야산 줄기는 산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보원사지 외에도 개심사, 백암사지, 일락사 등이 가야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고 그 주변에 각종 보물이 산재해 있다.

보원사지는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진 서산 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다. 과거 마애삼존불과 보원사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며 보원사는 마애삼존불의 본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원사는 한 때 ‘고란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보원사지는 1969년도에는 백제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금동여래입상이 발굴되었고 1918 년 금당지에서 모신 거구의 철불 2기는 통일 신라시대 작품으로 국립중앙 박물관에 안치되어 전시 중이다.

그동안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면면으로 보아 백제 시대에 창건되어 통일 신라, 고려말에 거쳐 조선시대까지 법등을 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보원사지의 문화재적 가치를 입증하듯 국립 부여문화재연구소가 12년의 계획으로 2006년부터 발굴조사를 진행 중이다.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구들의 정밀조사 결과 보원사지 지정 범위는 10만 2886㎡(약 3만여 평)으로 알려졌다.

일대의 절터는 모두 경작지로 변해 다른 폐사지와는 달리 주춧돌 등의 건물터 흔적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살고 있는 인근 농가 등에서 계단과 석축의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찾아볼 수 있어 암자와 절터, 그리고 많은 건물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법인국사 탄문 스님의 체취 남은 곳

보원사의 창건 내력과 정확한 연대와 폐사 내력에 관해서는 밝혀진 문헌이 별로 없다. 그러나 고려왕실의 절대적인 지지와 후원으로 성장했던 사찰임에는 분명하다. 최치원이 쓴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에 따르면, 화엄사·해인사 등에 더불어 신라 10산의 10사찰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정확한 창건 시기는 마애삼존불의 건립 연대와 백제금동여래입상의 발굴로 비추어 백제 말기 창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 신라를 거쳐 고려 초에 이르러 주변에 백 여개의 암자와 천 여명의 승려가 있었다고 전하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규모의 사찰이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원사 이름이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조선 중기 이전에 폐찰된 것으로 보인다.

절터 맨 뒤쪽 산 밑에 자리 잡은 부도비에는 법인국사(法印國師)의 행장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어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법인 국사(900~975)는 신라 말 고려 초의 고승으로 고려 광종의 국사를 지낸 탄문(坦文)스님이다. 스님은 화엄종 승려로 정진하던 중 949년 광종의 즉위와 더불어 왕사가 되었다. 이때 광종의 즉위를 기념하여 철조 장육상을 조성하여 보원사에 봉안하였는데 이것이 국립중앙 박물관에 소장된 보원사지 장육철불좌상이다.

광종은 호족들의 비호를 받아온 선종을 배격하고 왕권 강화에 유리한 화엄종의 고승인 탄문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975년 임종을 앞둔 탄문 스님이 보원사로 떠나자 광종은 태자와 백관을 거느리고 개성의 교외까지 나와 그를 전송하였다고 한다.

스님은 그해 3월 보원사에서 열반하였으며, 그의 영향력을 기려 978년 보승탑과 부도비가 건립되었다.

보원사지 현장으로 접근하면 멀리 당간지주가 눈에 들어온다. 보원사지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역천의 지류를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으로 나누어진다. 동쪽 영역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유물이 당간지주와 석조이다. 당간지주는 하천의 동쪽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석조는 북쪽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보원사지 당간지주는 양식과 조각수법에서 절제와 균형을 나타내고 있어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두 개의 당간지주가 70㎝ 정도 간격을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안쪽 면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고 바깥 면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넓은 띠를 새겼다. 기둥의 윗부분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모를 둥글게 깎아 놓은 형태이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폭이 약간 넓어져 안정감을 준다.

보원사지에서 가장 주목되는 성보 중의 하나는 절터 오른쪽 수풀 속에 놓인 석조이다. 석조는 사찰에서 쓰는 물통인데 직육면체 모양의 이 석조는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길이 3 .48m, 너비 1.75m, 높이 0.65m로 4톤 정도의 물을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웅장해서 전성기의 세력을 증명해 준다.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법통을 이어왔던 절 터

석조 맞은 편으로 개울가를 건너보면 보원사지가 완벽하게 구획 정리되어 있다. 남북으로 14칸, 동서로 10칸이다.

서쪽 산으로 가면 다시 한 단 위에 법인국사 보승탑과 탑비가 자리 잡고 있다. 부도는 팔각 원당형으로 높이가 4.7미터인 비교적 규모가 크다.

이들 탑과 탑비 오른쪽으로는 건물이 있던 터가 보이는데 이것은 법인국사 영당과 산신각 등으로 추정된다.

오층석탑은 금당지 앞에 세워진 고려시대의 석탑으로 보원사 한 가운데 위치한다. 이 탑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5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형태이다. 아래 기단 옆면에는 사자상을 새기고 위 기단 옆면에는 사방으로 2구씩 팔부중상(八部衆像)을 새겼다. 8부중상은 불법을 지키는 여덟 신상으로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석탑 기단에 많이 나타난다. 이 탑은 장중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고려 전기의 우수한 석탑이다.

1968년 6월 오층석탑을 해체, 수리한 적이 있는데 이때 탑 안에서 금동 사리갑이 발견되었다. 그 금동 사리갑 바닥면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偈頌)이 음각되어 있다.

모든 법은 연기에서 비롯되니 諸法從緣起

여래께서 그 연유를 말씀하셨다. 如來說是因

저 법은 인연이 다하였으니 彼法因緣盡

이것이 큰 사문의 말씀이다. 是大沙門說

                                         보원사지 당간지주(보물 103호)

                                         보승탑(보물 제105)호과 보승탑비(보물 제 106호)

                                   법인국사 입적 후 보승탑이 세워졌고 탑비에는 법인국사의 생애가 기록되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보물 104호)

백제계 양식 기반위에 통일신라와 고려초의 석탑양식을 갖추고 있다.

                                                보원사지 석조 (보물 102호)

                               어린아이가 수영장 삼아 놀아도 될 정도의 크기로 화강암을 통째로 다듬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