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보물 박물관

-홍천 물걸리사지 (物傑理寺址)

물걸리사지는 그 독특한 이름 때문에 물[水]과 관계될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물걸리(理)’라는 행정상의 명칭에서 비롯된다. 물걸리사지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에 있는 절터이다. 홍천은 강원도 태백산맥 서사면에 자리한 산악지방이며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교통의 요지이다.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강원도 기념물 47호로 지정된 물걸리 절터는 통일 신라시대의 홍양사(洪陽寺)로 추정된다. 명문이 발굴된 바 없어 정확한 명칭도, 사원의 내력도 밝혀진 것이 없다.

물걸리(物傑理)란 ‘만물이 모여드는 곳‘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동창(東倉)’이란 지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지금은 한적한 산골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영서 지방과 영동 지방의 각종 생산물이 모이던 곳이다. ‘지방 여기저기 거둬들인 조세를 보곤하던 곳’이란 뜻으로 동창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보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적지

이름 모를 절터 치고는 그 발굴된 유적들의 규모나 수준면에서 상당하다. 당대에는 홍천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사찰이라고 보인다.

지금까지 절터에서 금동여래입상 및 각종 기와조각 그리고 조선시대 백자조각 등이 발견되었던 것으로 보면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절이 유지된 것으로 추측된다.

물걸리 절터에는 석조여래좌상, 석조 비로자나불좌상, 불대좌, 불대좌 및 광배, 삼층석탑 등 보물 다섯 점이 보관되어 있다. 강원도 한 곳에서 보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적지인 셈이다.

1967년 통일 신라시대 금동여래 입상과 1971년 발굴조사에서 나온 5점의 보물급 유적들은 불교 미술의 전성기를 이뤘던 통일 신라의 것 답게 그 규모나 기법 면에서 매우 웅장하고 화려하다. 특히 보호각으로 옮겨진 네 점의 성보들은 하나같이 크기와 규모가 압도적일 뿐 아니라 그 조각 솜씨 또한 빼어나다.

물걸리 절터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삼층석탑으로 현재의 문화재 보호각 오른편에 절이 있었음을 암시적으로 전해주고 있다. 이 석탑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려 세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삼층석탑은 이 절터에서 유일하게 본래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이 석탑은 1975년 보수를 했는데, 탑재가 화강석임에도 탑 전체가 풍상에 그을린 듯 검푸른 이끼가 올라있다.

탑의 위쪽에는 노반(露盤: 탑의 꼭대기 층에 있는 네모난 지붕 모양의 장식)이 남아 있으나 탑의 맨 위를 장식하는 부분은 없어졌다.

삼층석탑 상하 기단의 양쪽 모서리엔 우주가, 중앙에는 탱주가 양각되어있다.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어져 있으며 옥개석 추녀 위쪽이 살짝 올려 있어 신라시대 석탑의 특징적 요소를 갖고 있다.

탑의 위쪽에는 자그마한 언덕이 있는데 절의 대웅전 같은 전각이 보인다. 이곳은 보물 네 점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보호각이다. 절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보물들을 한곳에 모으고 이들을 위해 세운 건물이다.

가장 왼쪽에는 부처 몸에서 나오는 광배와 부처가 앉았던 자리인 불대좌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다. 부처 머리의 빛을 나타내는 두광과 몸의 빛을 나타내는 신관이 두 줄의 선으로 구분되어 있다.

광배를 받치고 있는 대좌는 팔각형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윗단과 아랫단에는 연꽃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 오른쪽에 위치한 석조여래좌상은 오랜 세월을 비바람에 노출된 듯 얼굴 부분의 윤곽도 머리칼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마모가 심하다. 손모양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여 다리 위에 놓고 오른 손은 무릎 위에 얹어 땅을 향하고 있는데 부처님이 깨달은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석조여래좌상은 통일 신라 것으로 추정되며, 광배는 없어졌고, 목은 떨어졌던 불두를 접착시킨 흔적이 남아있다.

바로 옆에는 같은 시기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있다. 코가 깨지고 심하게 마모되었는데 두 손은 가슴에 모으고 한손으로 나머지 손의 둘째 손가락을 감싸안고 있다. 이는 진리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상이 갖고 있는 형태이다.

가장 오른쪽의 불대좌는 불상은 없어지고 몸에서 나오는 빛을 나타낸 광배와 부처가 앉았던 대좌만 남아있다.

보호각 옆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옆에 절터가 자리잡고 있다. 절터엔 주춧돌과 장대석들이 깔려있는데 금당 자리의 흔적인 것으로 보인다. 발굴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당지는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정남향 가람이었다고 밝힌다.

물걸리 사지는 규모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물을 쉽게 끌어다 쓸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수로 등의 시설이 없이는 절의 규모 확장에 제한을 받았을 것이다.

물걸리사지의 보물 네점 오른쪽부터 불대좌 및 광배(보물 제544호) ,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41호) , 석조 비로자나불(보물 제542호), 불대좌보물 (보물 제543호)의 순서이다.

       보물 네점을 보호하고 있는 전각

 물걸리사지 삼층석탑(보물 제545호) 상륜부는 유실되었고 노반석만 남아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