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교단조직의 상징으로 총림(叢林)이 있다. 총림의 설립 기준으로 선원(禪院), 강원(講院), 율원(律院), 염불원(念佛院)을 포괄하고 있지만 염불원에 대한 비중이 낮은 편이다. 남한에서는 경남 양산 통도사-영축총림, 경남 합천 해인사-해인총림, 전남 순천 송광사-조계총림, 충남 예산 수덕사-덕숭총림, 전남 장성 백양사-고불총림이 5대 총림으로 자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묘향산 보현사가 북한불교의 총본산 사찰 내지 가람(伽藍), 도량(道場), 총림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선원의 기능을 제외한다면 조불련중앙위원회가 총림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불련중앙위원회가 위치하고 있는 청사 건물에 강원과 염불원의 기능을 맡고 있는 불교학원(佛學院)과 율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법계자격고시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너에서는 북한 사회에서 행해지는 종교교육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 교육시설과 불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교육은 한 사회의 발전과정과 연속성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또한 교육을 통해 사회와 조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체제적인 프로세스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종교교육에 대한 배경

지금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교단체의 설립 근거를 살펴보면, 고(故) 김일성 주석이 1975년에 지시한 ‘종교에 관한 교시’가 고전적인 의미의 틀이라 할 수 있다.
그 교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종교를 반대하면서도 왜 중앙에 종교단체를 조직해 놓고 있는가 하고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조국을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많은 종교인들이 있으므로 우리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우리를 반대하는 적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과 재일동포들은 우리에게 종교를 왜 믿지 못하게 하는가 하고 묻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종교를 허용하지만 인민들이 각성되어 믿지를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들이 우리가 종교인들을 다 죽인다고 생각을 하면 그들도 우리를 반대하는데 합세할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종교를 허락하고 있는 이유입니다.”(김현웅,『북한선교전략』, 전주대학교출판부, 2001, p.311)라고 했다.

이와 같이 북한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반종교 선전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통일전선적 협조의 측면이 다시 강화되는 변화가 있었다. 북한 당국이 종교정책의 시행에 있어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발견되는 질적인 차이를 띄게 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의 신종교정책이 이론적,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은 주체사상과의 관련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종교는 반드시 부정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문제는 특정 시점, 특정 사회에서 종교의 다양한 역사적 발련형태와 다양한 사회적 기능들 가운데 어떤 것이 보다 지배적인 것이 되느냐 하는 점이라는 것이다”(은희곤,『민족화해를 위한 눈높이』,2001, 기독교대한감리회서부연회본부 홈페이지 자료 중에서)라는 평가가 실용주의적 견해를 종교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1948년 9월과 1972년 12월에 제정되고 그 후,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제1차 회의에서 수정 보충된 북한의 헌법 제5장 제86조에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짖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심상진,『불교도들의 참다운 삶』, 조불련중앙위원회, 평양인쇄공장, 2001, p.36)고 명시함으로써 공식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법적 근거로부터 북한의 종교와 단체는 “종교의 전파활동은 주로 해당 종교의 교직자들에 의해 진행된다. 그러므로 종교가 유지되는가, 없어지고 마는가 하는 것은 결국 계속되는 교직자 양성과 함께 변화되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교리와 풍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데 달려 있다.”(심상진, p.73)고 정의하고, 불교에서 도제양성과 포교, 역경을 3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종교학과

남한의 경우와 달리 북한에서의 중앙대학은 내각의 교육성이 직접 관할하고, 지방대학은 해당 도·시의 인민위원회 교육부가 맡아 운영, 관리하는 것을 지칭한다. 다만,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은 예외적으로 내각 직속이다 이 대학 내에 종교학과를 둔 것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김일성종합대학교에 종교학과가 신설된 배경에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국, 일본 등 외국 종교단체들과의 접촉과 교류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에 대해 “종교를 신앙 차원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 종교 단체들과의 접촉과 교류를 위한 요원을 양성하기 위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종교학과의 인기는 단번에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에서 최고 인기 직종은 해외 관련 분야이고, 종교학과를 졸업하면 해외 활동이 보장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조선닷컴, NK리포트:「北 최고인기 학과는 김일성大 종교학과」, 2000.10.8)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의 여러 대학에 개설된 종교학과에서도 신앙 차원에서 종교를 다루기보다 종교에 대한 연구와 사상, 문화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 출처: 평양에 위치한 김일성종합대학 전경(영문판: PANORAMA OF KOREA, 1999년 刊)

2005년 11월 11일 갑자기 입적한 조불련 박태화 위원장이 1995년 5월 24일 중국 북경 랜드마크호텔에서 열린 남북불교회의 석상에서 “우리도 남측과 같이 석문의범에 따라 염불과 찬불가 등을 하고 있으며 이를 불학원이 담당하고 있다. 불교교리 학습은 선배 스님들이 전담해 가르치고 있으나 역사 등 다른 과목은 다른 연구기관의 인사들을 초청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불학원이나 불교강습소를 상설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남한의 강원이나 승가대학의 경우와 같이 일정한 교육시실과 과정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승려 양성교육은 중앙당 통일전선부와 조불련중앙위원회가 필요에 따라 개설하는 것과 입학 후 3년 과정이 종료되면 다시 신입생을 뽑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승려 양성교육은 중앙당 통일전선부가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승려가 되는 절차는 김일성종합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거나 각급 기관에서 간부로 활동을 한 사람 중에서 불교학원, 지방순회 강습소에서 불교교육을 이수한 경우이다.

<(표2) 북한 승려교육기관 - 불학원 운영형태>

불학원(佛學院) 등에 대한 입학 자격은 고등중학교 이상의 학력을 소지하고 각 도와 시, 노동자구에 속한 지역사찰과 연관이 있거나 조불련의 도·시·군 위원회에서 추천하면 조불련중앙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선발을 하게 된다. 불학원에 입교하는 예비승려(교역자)는 대부분이 대학을 졸업하고 조불련 소속의 지역사찰과 기관 그리고 도·시 위원회 등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연령이 30세 가량이 된다.

불학원 교육을 이수하고 졸업한 분들이 조불련의 공식 승려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조불련의 법계자격고시위원회를 통해 자격심사를 거친 다음에 비로소 조불련의 임원 내지 승려의 자격을 갖게 된다. 현재, 5대 조불련 위원장 심상진 대선사를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이 불학원을 졸업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2003년부터 평양 용화사의 주지를 맡고 있는 박경일 스님이 김일성종합대학 종교학부를 졸업하고 불학원을 마친 분으로 알려져 있다.(『미주현대불교』2005년 9월호)

조불련의 교육과정에 대한 주요 내용을 보면, 불교의식과 행사는 사찰에서 행하고 있고, 승려의 교육과 양성은 불학원이 담당한다. 부정기적인 교육과정의 불교강습소는 “조선불교도연맹은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각지에 불교강습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개성 시내에서는 약 50명의 참가자가 있었다. 그런데 가장 젊은 사람이 40대였다”라고 일본의《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이 보도(『하나로 통권14호』,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1995,p.24)한 바와 같이 북한불교의 주요한 교육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불학원의 교육방법은 강의를 기본으로 하면서 문답, 통보, 강습, 강연 등과 함께 절하기와 법복을 입는 방법 등에 관한 습의도 같이 진행한다. 그에 따라 교육과정에서는 종교역사와 경전 이론강의, 염불기술강습, 집중강의, 의복기술강습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불학원이나 불교강습소의 교육에서는 ‘방식상학’(일종의 시범학습법으로, 사상교육과 기술지도에 쓰이는 방법)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 단위에서 모범을 창출해 놓고 그것을 본보기로 하여 일군들에게 정치사업 방법이나 방식 또는 선진기술의 창안이나 도입 등을 가르치고 실무 수준을 높여줌으로써 모든 단위에서 그 모범을 본받도록 하는 방법인 방식상학을 통해 북한 조불련의 예비 승려들에게 이론강의와 염불경험, 목탁 등 불교용품의 제작 등, 실물보이기, 법회 등 본보기 등이 제시된다.

불학원 등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당 통일전선부에서 제공한 교재를 사용하고, 염불 등 불교의식에 관한 것은 구전(口傳)강의를 통해 전수를 받거나 외우고, 필사 등을 통해 경전 내용을 학습한다. 북한이 1949년 한자 사용을 전면 폐지하고 한글전용의 원칙을 세움에 따라 불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도 거의 다 한글화되었다.

북한불교의 미래

“한국에 처음 들어온 개신교는 교육과 의료라는 문명의 매체를 통한 선교 사업에 매진했다. 근대적인 세속사회의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과 의료에 종교를 결합시켜서 종교와 비종교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문자를 가르치고 몸을 치료하는 종교의 이미지는 해당 종교가 성공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이창익,《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제288호, 2012.4.3)라는 평가는 북한불교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불학원의 오래된 미래이다.

북한의 조선기독교도(그리스도교)연맹중앙위원회 위원장은 1989년부터 김성률 위원장을 이어 강영섭 위원장이 맡고 있고, 리천민 서기장이 대외교류협력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강영섭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외조부 강돈욱과 6촌인 강양욱(1983년 사망)의 아들이다. 이러한 파워를 가진 북한의 기독교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두 곳을 신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교회로 평양시 만경대구역 건국동(옛 봉수동) 보통강변에 위치하는 봉수교회는 건립비로 북한돈 약 50만원이 소요되었는데 신도헌금 30만원과 정부대여금 20만원으로 충당했다고 전한다. 1989년도에 완공된 칠골교회는 평양 만경대구역 칠골동에 건립됐으나 봉수교회에 비해 규모와 내부장식 등이 미흡하여 1992년 말 새로이 증축했다. 칠골교회는 김일성 주석의 모친 강반석 여사의 이름을 빌어 반석교회로도 불린다.

그리고 1989년 5월 결성된 조선천주교인협회는 현재 조선가톨릭협회로 단체명을 바꾸었다. 조선적십자사 위원장과 조선종교인협회(1989.5.30 결성됨) 회장을 맡고 있는 장재언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미국, 케나다 등 해외기독인들의 후원으로 1987년부터 신축공사를 시작해 건립한 평양 장충성당이 종교 시설로는 유일하다. 또한 러시아정교회는 2006년 평양에 다 정백사원을 완공했다.

위와 같이 북한지역 내의 모든 종교단체들이 북한체제에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활동하고 지속적인 교세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67개의 사찰을 두고 있는 북한불교는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조선가톨릭협회, 조선천도교회중앙지도위원회 등 다른 종교단체들과 형식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조직인 위상에서 보면 여러 가지로 부족한 측면이 많다. 행동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홀로 사는 동물에게 종교가 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듯이, 북한불교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단을 일구어 갈 수 있는 승려의 양성과 육성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다음 내용은 <북한불교의 역경사업>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