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사와 인연 맺은지 만 3년인데 성지순례는 운주사가 두번째입니다.

다녀와서의 좋았던 점,  느꼈던 점,  반성할 점 등을 편하게 형식없이 썼으니 재미로 읽어주세요.

전남 화순 천불산 운주사에 새벽에 도착하여 하늘을 올려다 보니 북두칠성과 이름도 어려운  별자리들의 별무리가

까만 천에 다이아몬드를 흩뿌려 놓은듯 선명하면서도 가깝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어요.

역시 새벽녘 산사의 하늘은 신비롭다 못해 경이롭기 까지 했답니다.

어두운 길을 따라 걸으면서 우리들의 발자국 소리에 컹컹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가 참 정겹게 들리더군요. 

한편으론  '아이구 스님들과 주무시는 보살님들 다 깨우겠구먼..' 하는 미안함도 있었구요.

원각사 법당 반만한 법당에 ㄷ자로 모여 앉아 운주사 주지스님의 도량석과 종소리를 들으니  

진정한 보살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근데 스님이 도량석 하실 때에는 개가 짖지도 않데요. ㅎㅎ

그 개들은 어쩌면  우리들 보다도 부처님께 예불을 더 많이 드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우리 신도들 외에도  외국스님 네분이 더 들어오시더군요.  승복입은 모습이 많은 생각을...

그러면서 느꼈습니다.  언젠가는 외국스님들이 한국절의 주지스님이 되는 날이 오지않을까?  하는 생각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회에 적극적인 반면 요즘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불교에 더 관심을 갖는거 같아요.

운주사 스님이 도량석을 하실때  올해 봄학기 천수경공부때 정각스님이 가르쳐 주시던 도량석이 생각났습니다.

콩나물 콩에 물만 주는데도 콩나물이 되듯이 대충대충 알아들은 것이 기억에 나더군요.

아침 공양을 마친 후 뜨끈뜨끈한 방에 (심야전기라서 보일러 비용이 싸대요) 누워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면서

웃고 떠들고.. 근데 다들 주부이다 보니 7시부터는 핸드폰 알람소리,  전화해서 아이들 일어나라는 통화소리,

남편에게 당부하고,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통화소리로 가득 찼었어요.  주부도 직업이라던데 직업은 못속이나봐요.

어떤 이들은 아이들 아침밥 못준다고 성지순례를 안간다던데 함께 가신 여러분들 대단하세요.ㅎㅎㅎ

그리고 여기저기 석불들을 보고,  단풍도 구경하고(그럴싸한 단풍은 몇그루밖에..),  

'어제밤에 걸어온 길이 이길이었어?' 하는 보살님들도 있고, 사진찍고,  열심히 공부하는 보살님들도 있고... 

이야기꽃 피우며 무리무리 모여서 돌아다니는 모습들이 여고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서 혼자 피식 웃었어요. 

하지만 단순하게  보며 지나치는 석불에 지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인터넷 검색창에서나 스님이 버스에서 나눠주신

설명서를 보면 알수있겠지만 가이드의 설명이 덧붙혀 졌더라면 공부가 더 잘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이리 저리 각각 관람하다보니 단체 사진도 한장 못찍었어요.

그러고 나서 가지산 보림사로 향했습니다.  도착을 하니 사시예불이 끝나가더라구요.

끝맺음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법당에 들어섰는데 금방 끝날줄 알았던 신중단 마지막 예불을 30분 정도를 하시는

거예요 글쎄.  하필 신중단 탱화 옆에 벽시계가 걸려있었는데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나고 스님의 화엄성중

정근은 그칠 생각은 안하고 입으로는 화엄성중 화엄성중 하면서 눈은 힐끔힐끔.  '아이구 배고파 언제 끝내시려나'...

다른 신도들은 밖에서 우리들 기다리느라 점심공양 못하고 있고  법당에서 예불 드리는 몇몇 신도들은 끝나지 않는데

나가기가 미안해서 못나가고...  그래도 초하루도 아닌 평일에 그렇게 긴 시간을 신중단을 향하여 기도한적은

처음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개인적으로..  또한 금도금을 하지 않은 비로자나 불을 보니 왜 더욱더 숙연해지는

것인지요. (나만 그랬나?)

                 (국보 44호 삼층석탑 및 석등,  국보 117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앞에서 )

점심공양 후 일산으로 오는 길에 쌍봉사라는 절에 더 들렀어요. 개인적으로 전 쌍봉사가 참 맘에 들었어요.

속리산 법주사의 팔상전처럼 지어진 대웅전이 작지만 참 다정해 보였구요 부처님 옆으로 존자 두분이 웃으며

좌우로 서 계셨는데  불교와 인연된지 얼마안된 보살님이 막 웃으시며 왜 저분들이 옆에 서 계시냐는 거예요.

부처님 옆에는 우리들이 잘아는 보살님들이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었나봐요.  그 물음에 전 대답을 못했어요 ㅠ.ㅠ

그 뒤쪽으로 지장전과 미타전과 나한전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자그마한 규모지만 참 정겹고 푸근하고 안락해보였어요.

또 미타전에서는 젊은스님 두분이 부처님 추우실까봐 겨울맞이 문풍지를 바르고 계셨는데 그 소박함과 성실함이

미소짓게 만들더군요.  (참고로 저는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안좋아  얼굴을 찌푸리고 다녔답니다.  감기땜에 안가려고

했는데 어떤분들이 공기 좋은 운주사에 다녀오면 금방 나을거라 해서 갔다가  두배로 아파 곧 죽을지도 몰라요.ㅎㅎ)

그렇게 전라도의 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역사와 보물을 간직한 절을 재미있게 무사히 다녀왔어요.

그러면서도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었어요.

첫째

스님과 하나되어 진실하게 절실하게 함께 예불을 올려야 하는데  염주를 돌리며 기도하거나,  절을 끊임없이 하거나,  

핸드폰을 꺼두지 않았거나,  공양물을 소리나는 비닐봉투에 담아와 귀에 거슬리게  하는 등의 아주 사소한 예절을

잊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는  것.  몇년이면 법당 예절을 충분히 익혔을텐데 초심자들께 작고 부끄럽게 느껴지더군요.

둘째

문화재나 건축물은 설명 들으며 유심히 보아도 기억하기 힘든데 산책하듯이 다니며 보았기에 무엇을 보았는지, 

어느곳의 무엇이 보물인지를 가족들에게 설명이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앞으로는 성지순례 담당자나

함께할 신도중에 관심있는 분들이 미리 공부를 하여 가이드 역할을 하시면 많은 복을 지으리라 생각듭니다요.

셋째

몇십년 후면 어쩌면,  아마도,  혹은,  외국인 주지스님을 모시고 예불을 드려야 할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불자들의

나태하고 이기적인 포교현실에 각성을 했습니다.  당장 우리 가족들을 포교하여야 하는데요.

일요일이면 집앞의 아주 작은 지하 교회에도 많은 가족들이 예배를 드리러 오는것을 보면서  집앞 광장이  

교회인들의 주차장이 됬다는 생각만 했지 그곳에서 본받을 점은 생각지도 못한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일산이라는 큰 도시에 포교당이 왜 있겠어요.  불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절이라면 산에다  지었겠죠.

도시 한복판에 지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저 먼저 참회합니다. 부처님법 만나는 것도 인연이라지만

이렇게 무량하고 훌륭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도시인들이 어서빨리 들을수 있도록 우리들이 노력해야겠어요.

예불때마다 입으로만 사홍서원을 외치고 있지 정작 그 중요한 진실한 핵심은 놓치고 있는것이 아닐까요.

         중생무변서원도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무진서원단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무량서원학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무상서원성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

                              ***   여행 사진은 포토 갤러리에 저장 되어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