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찰을 둘러보면 팔상전 내지 영산전이라 이름된 당우(堂宇)를 쉬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탄생으로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체 부처님 생애를 구체화한 8폭의 탱화가 안치되어 이를 팔상도(八相圖)라 부른다.

  부처님 생애가 회화적 양식인 팔상도로서 형식화된 것 같이, 부처님 생애를 문학적 형식으로 구성한 것으로는 팔상록(八相錄)을 들 수 있다. 이는 율장·『대반열반경』·『아함경』 및 『본생담』 등에 산발적으로 널려진 기록들을 수정·보완하는 가운데 탄생과 성도·초전법륜·열반 등 네 사건을 구체화시켜 연등불의 수기(授記) 및 도솔천으로부터 마야부인의 태에 드는 모습·출가·수도·악마와의 싸움·성도의 과정·초전법륜의 내용과 교단 성립에 관한 기록 등 여덟 편의 이야기를 정형화시킨 것으로, 『마하바스투(Mahavastu, 大事)』 내지 『불소행찬(佛所行讚)』은 위 내용들을 담은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II.
  부처님께서 설하신 [팔만대장경]이 현존한다 하더라도 부처님에 대한 정확한 인식 내지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뼈대 없는 골체요,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인격성과는 결별된 공허한 이론으로서 남아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불소행찬』 등에 담겨진 팔상록, 즉 부처님 생애와 교훈들은 인간적 모습의 불타상을 통해 인간의 도달 가능성으로서 불교 자체를 깊이 있고 예술성 있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우리는 그것을 통해 불교에 대한 경외감과 창시자 붇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III.
  13년 전, 필자는 송광사 강원에 머물며 중·고등부 학생회 지도법사를 맡은 바 있었다. 학생들과 어울리며 그들 가슴에 불교적 감수성을 심어 주고자 나름대로 노력했던 당시, 불교 출판계의 상황은 극히 열악하였다. 불교 입문자들이 쉽게 다가설 만한 책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았으며, 부처님 생애와 관련된 책 조차도 1종의 일본 번역본 및 2종의 편저만이 유포되어 있는 실정이었다.

  당시 나는 학생회 회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다. 아니, 나의 노력을 그들 마음 속 감동의 공간 속에서 공유코자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한달만에 입문 후 첫 번째 책이자 나의 네 번째 책, [부처님 생애]가 쓰여지게 되었다. 

  인도의 Kallash  Pustakalya 출판사에서 간행된 『Life of Buddha』를 저본 삼은 채 그 책의 빈약함과 기술된 내용의 여러 오류를 수정하는 가운데 짧은 분량 속에 내면의 감동과 교리의 전달을 동시에 꾀하였다. 그리고 그 책이 처음 만들어진지 벌써 12년, 약 1만 5천권 정도의 책이 인쇄되었다. 그리고 당시 송광사 학생회에 몸담았던 학생들 중 3명이 출가해 스님이 되었고, 현재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젊은 시기의 삶의 감동 내지 책 한권으로 인해(?) 사람 인생의 항로가 바뀌어질 수 있으리란 점을 새삼 생각해 보게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