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관련 각종 문헌 살펴

  일목요연하게 비교하고 분석

  전문가들 조차 ‘한국불교는 〈천수경〉 불교다’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불교의례에서 〈천수경〉의 중요성은 확고하다. 그렇지만 막상, ‘지금 우리가 의례에서 사용하는 〈천수경〉은 대장경의 어디에 있는가’란 질문에 선뜻 답할 정보는 취약하다. 여기에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번역되어 지금의 형태로 전해진 것이며, 만일 대장경에 속해 있는 경전이 아니라면 천수경은 위경인지 의심스러운 하나의 의식문에 불과한 것인가란 식의 질문까지 던진다면 대부분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종교는 크게 교리, 의례, 조직이라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의례는 신앙의 실천차원을 이루며 실제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종교에서 교리와 사상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성 때문에 의례의 중요성은 자칫 간과하기 쉽다. 불교학계에서도 불교의례에 대한 연구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경전에 대한 연구도 〈화엄경〉 〈법화경〉 등의 주요 경전에 집중되어 왔으며, 〈천수경〉과 같이 일상 신행에서 쓰이는 경전에 대한 연구는 오히려 소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1996년 출간된 정각스님의 〈천수경연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저술은 〈천수경〉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본격적인 학문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천수경〉에 대한 나름의 연구들이 있었지만, 이 책은 〈천수경〉에 대해 매우 치밀하고 총체적인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는 면에서 연구사적 의의가 있다.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째 부분은 천수경 신앙의 바탕이 되는 관음신앙의 성립과 전래, 천수경류 경전의 성립 및 중국과 한국으로의 전래 등이다. 두 번째 부분은 한국불교의례에 사용되고 있는 현행 〈천수경〉의 성립사를 출전문헌 분석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고, 그 구조와 내용분석을 통해 한국불교의례에서 차지하는 〈천수경〉의 위치와 신앙적 성격의 규명으로 끝맺고 있다.

  책의 결론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천수경〉이 한국불교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독특한 의례적 경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조선 중기 이후 〈염불보권문〉 〈삼문직지〉 등 각종 의식집들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와 근세에 성립된 의식집 관계 문헌들을 거쳐 〈행자수지〉에 이르러 현행 〈천수경〉이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책에 의하면 1969년 통도사에서 간행된 〈행자수지〉에서 현행 천수경의 완결된 형태가 처음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 내용과 구성은 기본적으로 가범달마와 불공 등의 천수경류 경전에 의거하지만 그밖에 아미타불 신앙 및 밀교 신앙의례의 내용도 삽입되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조선시대의 제종 통합에 따른 각 종파 의식들의 집대성의 결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책의 백미는 불교의식관련의 각종 관계 문헌들을 세밀히 살펴보고 그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비교분석하고 도표화하여 친절하게 제시해주는 데 있다. ‘현행 천수경 성립 개관을 위한 공관표’, ‘현행 천수경 성립 추론을 위한 도표’, ‘현행 천수경 각 항목들의 출전문헌표’ 등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천수경〉과 그 의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책이 더욱 넉넉해 보인다.

[불교신문2945호/2013년9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