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교계가 진정한 상생과 호혜의 종교간 대화를 하려면 두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하나는 ‘민주사회의 기본질서가 요구하는 성스러운 가치와 덕목을 존중하는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 실재 자체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진리 인식을 주장할 수 없다는 역사의식과 진리 앞에서의 겸손한 자기 성찰’이다.”

사회통합위 ‘상생을 위한 7대 종교간 대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송석구)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하는 ‘상생을 위한 7대 종교간 대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의 발제 요지다.

기독교인이자 불교학자로 ‘보살예수’의 저자인 길 교수는 미리 공개된 ‘한국 종교계의 상생을 위한 종교간 대화’ 발제문에서 “한국 종교계의 많은 문제들이 민주사회의 기본 상식과 덕목의 결핍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일부 개신교 신자들이 보인 몰지각한 행위는 바로 이러한 덕목이 내면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세계적으로 종교 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유교· 천도교·민족종교 등 7대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러 종교가 공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종교다원주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토론회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노영상 장로회신학대학원장은 “근세 이후 동양적 불교 및 유교사회가 서양적 기독교문화와 동북아에서 만나 양 문화가 유독 한반도 내에서만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다양한 종교의 만남은 자칫 종교간 반목과 문명의 충돌로 비화될 수 있으므로 종교간 ‘민주적 평화’를 도모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서로 견제와 자성(自省)을 통해 더 나은 종교적 토대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실성 없는 대화보다는 종교차별금지법 등 법률적 대안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각(동국대 교수 겸 원각사 주지) 스님은 “한국의 경우 종교 다원주의적 입장은 기독교 안에서 이단으로 매도되는 예가 존재하며 다원주의에 대한 신학자들의 회의론적 견해가 만연하다”며 “공허한 종교간 대화보다는 차라리 ‘종교간 상호 비방 금지협약’ 등 더 실질적 차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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