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미나

  50여 회 개최된 세미나는 예년과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났다. 소장학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새로운 주장들이 많이 제기됐다.

  ‘토론·논쟁 활발’로 평가되는 금년 불교학술세미나를 선도적으로 이끈 곳은 고려대장경연구소·한국종교학회불교분과. 성철선사상연구원의 백련불교아카데미, 보조사상연구원의 월례발표회 역시 발표·토론 문화 정착에 큰 역할을 했다. 

  신(新)학설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인도 델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준호씨가 보조사상연구원 월례발표회(10월23일)를 통해 제기한 “불교는 우파니샤드 아류가 아니다”는 주장.

  물론 청주대 김성수 교수가 연세대 국학연구원 주최 ‘세계인쇄문화의 기원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밝힌 “무구정광다라니경은 세계 최고(最古) 목판 인쇄물이 확실하다”는 지적, 서울대 심재룡 교수가 능인불교연구소 세미나에서 밝힌 “간화선 수행법에 문제 있다. 선문답은 룰만 알면 흉내낼 수 있는 게임으로 변했다”는 주장 등은 다음 세기에서도 곱십어야 될 학설들로 평가된다. 

  3.논문 

  금년에 나온 박사학위논문 가운데는 기존 연구 주제·영역에서 과감하게 탈피, 새 영역을 개척한 논문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불교 근·현대를 연구한 논문들. 동국대 제선스님의 ‘뇌허 김동화의 불교사상 연구’, 서울대 송현주씨의 ‘현대 한국불교 예불의 성격에 관한 연구’, 정신문화연구원 이재헌씨의 ‘근대한국불교학의 성립과 종교인식’ 등은 연구가 미흡한 근·현대 불교분야를 조망해 주목받았다. 

  서울대 최연식씨의 ‘균여 화엄사상 연구’, 정신문화연구원 김천학씨의 ‘균여 화엄일승의 연구’ 등은 국민대 김두진 교수가 제기한 “균여 화엄사상은 고려 초기 왕권통치를 강화해준 이데올로기였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의미 있는 논문들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김일권씨의 박사학위논문인 ‘고대 중국과 한국의 천문사상 연구’도 연구영역을 새롭게 개척한 대표적인 논문으로 평가된다.

  본지를 통해 발표(92년)보다 몇 년 늦게 첫 소개된 중국 용문석굴연구소 원위청 명예소장의 ‘혜초스님’ 관련 논문은 상당한 주목을 모았다. “혜초스님은 밀교승 아닌 선승” “왕오천축국전 저자는 혜초(慧超) 아닌 혜초(惠超)”라는 주장이 담겨있었기 때문.

  서강대 길희성 교수가 〈한국종교연구〉 제1집에 발표한 ‘한국불교사 연구의 어제와 오늘’은 개항 이후 한국불교사 관련 저술들을 비판적으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4. 기타

  정신문화연구원 한형조 교수가 본지를 통해 제기한 “당·송시대 만들어진 화두로는 깨달음을 못 풀고, 선은 미래사회의 대안사상이 아니다”는 주장은 교계 안팎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주장은 ‘간화선 효용 논쟁’으로 이어져, 논쟁 부재의 교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기도 했다.

  선우도량 한국불교근현대사연구회의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근현대사〉 출간을 계기로 시작된 ‘근대불교성격 논쟁’ 역시 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가 인터넷에 올린 〈한국불교전서〉, 고려대장경연구소가 고려대장경 전부를 인터넷에 올린 것 등도 획기적인 일.

  한국선학회 창립, 〈밀교학보〉·〈정토학 연구〉·등이 창간된 것도 기록될 만한 일이다. 
趙炳活기자   (불교신문 99년 1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