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懺悔)

권호형ㆍ법보신문 기자

  자발적 뉘우침… 타율적 개념과 달라
  지난 6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우이동 도선사에서는 자비도량참법 100일 정진기도 회향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지만 150여명의 스님과 불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비도량참법 독송과 함께 108배 절을 하며 기도 삼매에 빠져들고 있었다.
100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비도량 참법 기도를 해왔다는 최계옥(74?정법행)씨는 “자비도량 참법을 독송하고 부처님 전에 절을 하다보니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며 “진실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병이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참회는 전생 혹은 현생에서 지은 업에 대한 과보(果報)로부터 벗어나고 이를 통해 악업을 짓지 않고 선업을 짓겠다는 서원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불교에서는 모든 수행에 앞서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기초적인 수행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까닭에 여러 대승 경전에서는 참회의 의미와 그 공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대승본생심지관경(大乘本生心地觀經)』에서는 “참회는 능히 번뇌를 없애고, 천상에 태어나게 하며 부처의 대원경지를 보게 한다”는 등 참회를 통해 얻는 10가지 공덕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또 『대집경』에서 부처님은 “백년 묵은 때묻은 옷도 하루아침에 세탁해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백겁 중의 쌓인 모든 악업도 불법의 힘으로 참회하면 한날 한시에 모두 능히 소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집경』 등 대승경전서 강조
  참회의 ‘참(懺)’은 범어 ‘크샤마(ksama)’의 음역인 참마(懺摩)를 줄인 말이고, 회(悔)는 범어 ‘크샤마(ksama)’의 뜻을 번역한 것으로 ‘용서를 빈다’, ‘뉘우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참회는 이미 과거에 지은 허물을 스스로 자각을 통해 뉘우치고 이를 통해 참된 행복을 위해 맺힌 것을 풀고 푼 것을 더욱 원만하게 이끌어 가는 묘법이라는 뜻이다.
특히 참회는 몸[身]과 입[口], 마음[意]의 삼업으로 야기된 십악(十惡)을 멸하기 위한 ‘업의 청정’을 의미한다. 이런 ‘업의 청정’을 통해 현세해탈(現世解脫) 또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옛 조사스님들은 수행에 있어 참회를 강조해왔다. 고려 보조 스님은 초발심 수행자를 위한 불교 입문서인 『계초심학인문』에서 “자신이 지은 죄의 장애가 마치 산과 바다와 같음을 알며 이는 몸과 마음의 진실한 참회를 통해 가히 소멸할 수 있음을 알라”고 밝혔다.

  마음 청정케 하는 방편
  원각사 주지 정각 스님은 “수행자가 몸과 입, 마음으로 지은 십악을 참회하는 것은 결국 십선(十善)을 행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적극적인 의미에서 참회는 결국 더 이상 악업을 짓지 않고 선업을 짓겠다는 서원을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참회는 단순히 잘못에 대한 뉘우침보다는 불자로서 또는 수행자로서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한 자각을 통해 다시는 이것을 어기지 않겠다는 다짐 즉 자발적인 뉘우침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불교의 참회는 다른 종교에서 신에게 잘못을 밝혀 용서를 비는 지극히 타율적인 개념의 참회와는 다른 점이다.

  불교에서 참회는 크게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나누고 있다. 이참은 진리와 하나가 되거나 죄업의 실상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참회를 하는 것이고, 사참은 과거와 현재에 지은 죄업과 미래에 짓게 될 죄업을 몸과 말과 마음을 쏟아 참회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일반적으로 ‘참회한다’고 하는 것은 이 사참을 말하는 것이다.

  또 참회의 방법으로는 절?염불?경전독송?사경 등을 통해 참회하는 것과, 참법(懺法)을 기록한 각종 의식문을 읽으며 그 절차에 따라 참회하는 것이 있다. 특히 참법은 5～7세기 경, 중국에서 모든 경전의 설(說)을 기초로 해 그에 어긋나는 죄에 대해 참회하는 것이 널리 행해지고 이를 의식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그 기원은 중국 양 나라 무제의 지시로 여러 학승들이 편찬한 ‘자비도량참법’과 북위의 태자를 위해 만들어진 ‘금광명참의’로 알려져 있다. 이후 천태종을 개창한 중국 수나라 지의 스님이 제정한 ‘법화삼매참의’, ‘방등참법’, ‘청관세음참법’ 등이 있으며 『원각경』, 『약사경』, 『지장경』등에 의한 참법을 비롯해 ‘보현행원 참법’, ‘약사참법’ 등 수많은 참법들이 전해지고 있다.

  선업 짓겠다는 발원 있어야

  이런 참법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행해오고 있다. 이 중 참회문의 총서라고 할만큼 여러 경전들에 들어있는 참회의 방법과 내용들을 일정한 체계로 엮어낸 ‘자비도량참법’이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진주불교회관, 서울 정수암, 서울 도선사, 통도사 부산포교원 등에서는 정기적으로 ‘자비도량참법’을 통해 참회 수행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참회 수행을 강조하고 있는 많은 스님들은 “참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뉘우침보다는 다시는 계율을 어기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인율원 율원장 혜능 스님은 “진정한 참회는 진리에 대한 자각을 통해 작은 허물이라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참괴심(慙愧心)을 바탕으로 자각하고 이를 통해 다시는 어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라며 “이는 기독교 등 다른 종교에서처럼 신에 의지해 잘못을 뉘우치는 타율적인 참회와는 엄격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 「법보신문」 2003년 7월 2일자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