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천수경> 불교다』고 할만큼 <천수경>은 한국불교 신앙 의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천수경>은 대장경 속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면 <천수경>도 위경일까. 최근 <천수경>에 관한 논문과 책을 펴낸 동국대 보광스님, 중앙승가대 불전국역연구원 간사 정각스님, 김호성씨(동국대 강사) 등의 주장은 이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국대 보광스님은 일본 인도학불교학회에서 9월 5일 발표한 「한반도에서 제작된 疑僞經에 대하여」에서 『천수경은 儀範用 위경』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당에 유학하고 있던 의상스님은 가범달마가 번역한 <천수천안대비심다라니경>을 가지고 671년 귀국했다. 이후 이 경은 여러 과정을 거쳐 1575년 개판된 용천사版 <염불작법>에 체계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형태를 지니는 것은 1881년에 간행된 삼성암本이 처음이다.
의상 이후 한국불교 신앙 형태에 있어 이처럼 중요한 위치를 점해온 <천수경>에 대해 보광스님은 『경전의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천수경>이라는 경명을 붙이고 있지만, 체계가 구비되지 않은 위경』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앙승가대 불전국역연구원 간사인 정각스님은 최근 펴낸 <천수경 연구>(운주사 刊)를 통해 『<천수경>은 밀교경전인 <금강정경>에서 갈라져 나온 일종의 支分經(큰 경전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경전)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불교 신앙의례의 근간을 이루는 현행 <천수경>의 저본에 해당하는 「천수경류」 경전들은 B.C. 2∼3세기경 인도에서 생겨난 관세음보살 신앙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밀교부 경전이다. 경전 자체는 A.D. 2세기 혹은 4∼5세기로부터 7세기 말 경에 걸쳐 단일 경전으로서가 아닌 다수의 「천수경류」 경전으로 형성됐다.
중국에 처음 전래된 것은 A.D. 7세기 초반(620년경)의 일로 650년경 智通에 의해 번역된 <천안천비관세음보살다라니신주경>이 최초의 문헌으로 현존해 있다. 그리고 이후 14세기에 이르기까지 무려 18종에 이르는 「천수경류」 경전들이 다른 역자들에 의해 중국에서 번역된다.
문제는 한국불교 신앙의례에 사용되고 있는 <천수경>은 기타 불교 諸國에서는 볼 수 없는 특유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 원래의 「천수경류」 경전들에 비추어도 내용상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행 <천수경>은 『한국불교에 의해 독자적으로 형성된 일종의 지분경』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현행 <천수경>이 여러 「천수경류」 경전들을 포함한 다수의 경전들과 의식집에서 체계적으로 편집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밀교, 화엄, 정토 등 여러 경전이 현행 <천수경>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한편 김호성씨는 「<천수경> 신행의 역사적 전개」(<목정배 교수 화갑기념논문집>에 실릴 예정)에서 『천수경은 의례용 儀軌』라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천수경>은 인도에서는 <금강정경> 계통의 의궤 속에 편입된 모습을 띠고, 중국에서는 禮懺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한국에서는 『다라니를 중심으로 화엄과 선의 입장에서 재편됐기에 의궤』라고 설명했다.
『<천수경> 신앙이 주관적 신심 차원을 넘어 객관적 학문적 연구를 통해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연구는 많은 다른 연구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活>

 (불교신문 96.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