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은 밀교경전인 <금강정경>에서 갈라져 나온 支分經"

  한국불교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천수경'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집대성한 '천수경 연구'가 출간되었다. 본교 불전국역연구원 간사인 정각스님이 집필한 이 책은 조선조 이래 간행된 경문·진언집·의식집(염불보권문, 삼문직지, 운수단가가, 작법귀감, 불기일용작법, 석문의범, 행자수지 등)을 비교 검토하였다.
천수경은 현재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사찰에서 행해지는 불교의식 가운데 가장 많이 독송되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불교 신앙의례에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을 쓴 정각스님의 본래의 관심사는 '구사학'과 '유식학' 그리고 '중관학'이지만, 천수경과의 각별한 숙연(宿緣) 때문이라면서, "은사스님으로부터 들은 '천수경'이 나를 커다란 환상의 세계 속으로 몰입시켰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스님은 이 책에서 천수경을 밀교경전인 '금강정경'에서 갈라져 나온 일종의 支分經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한국불교 신앙 의례의 근간을 이루는 현행 천수경의 저본에 해당하는 천수경류 경전들은 B.C. 2∼3세기 경 인도에서 생겨난 관세음보살 신앙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밀교부 경전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천수경은 기타 다른 불교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 천수경류 경전과 비교해 보아도 그 내용상 많은 차이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 불교의 신앙의례에 사용되고 있는 천수경은 우리나라 불교에 의해 독자적으로 형성된 경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우리나라 특유의 통불교적 성격이 나타난 것으로, 밀교와 화엄, 정토, 천태법화, 선 등의 요소가 결합된 채, 모두 관음신앙이라는 특정적 신앙요소로서 종합되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정각스님은 <선의 세계>를 쓴 고형곤 박사와 원효스님의 <금강삼매경론>을 공동으로 번역하고 있다.
또한, '천수다라니에 대한 인도 신화학적 일고찰'을 목정배(동대) 교수 회갑논문집에 게제할 예정이라고 한다.

(승가대신문 96.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