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 종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종교의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에 맞는 토착화 작업이라는데 각 종교 권위자들이 의견을 모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 어산작법학교가 12일 중앙승가대학교 정진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제1회 불교 어산작법학교 심포지엄 '한국 종교의례의 현황과 과제'에 참석한 각 종교 대표자들과 관련 연구자들은 가톨릭·기독교·불교 그리고 무속신앙의 종교의례와 과제를 비교 논의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전통 종교로 자리잡고 있는 불교는 물론 우리나라에 유입된지 1∼2백년 가량 된 가톨릭과 기독교 역시 우리나라의 전통 의식과 정서에 맞는 종교의례의 토착화 작업에 소홀했었다.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지금까지 한국종교와 문화가 서로 다른 영역을 구축하며 발전해온 점에 공감하며 "모든 종교 의례들이 한국인의 기본 정신이며 사고의 틀인 이상 그것을 기초로 새로운 종교문화를 창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을 대표해서 참석한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각 지역마다 고유문화와 전통에 맞는 의례를 발전시키기 위한 전문 연구기관의 설립을 주장했다.
정신부는 발표문 <한국 가톨릭 전례의 현황과 과제>를 통해 "서구 유럽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리스도교적인 전통을 극복하고 우리의 문화와 전통·상황에 맞는 전례를 정착시켜 토착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대표로 참석한 이정훈(성실예배교육문화원장)은 "기독교 예배의식의 토착화"를 강조했다. 이씨는 발표문 <한국 개신교 예배의 특성과 토착화 과정>에서 "예배의 행위들이 한국 전통 문화예술들을 충분히 소화시켜 재창조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기독교 의례의 토착화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나 음악·미술·건축·문학·절기 등 많은 분야에서 예배의 토착화 작업이 꾸준히 준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불교계를 대표해 발표에 나선 정각스님(불전국역연구원 연구원)은 종교 구성의 삼요소인 교의(敎義)·의례(儀禮)·교단(敎團) 중 종교의례는 종교의식의 외적 표출로서 종교적 대상과의 합일의 상징작용이라고 정의하고, "불교의례는 그것이 외적으로 표출될 때에는 연희의 성격을 띈 종합예술적 차원에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민속신앙의 의례를 조명한 민족문화유산 연구소의 주강현 소장은 "오늘날 무당이 비속화 된 것은 일제 강점기 등 외곡된 역사 속에서 제국주의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남수연 기자>

(주간불교97.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