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부적’은 미신 또는 민간신앙의 산물로 여겨진다. 사찰은 물론 불자 가운데서도 부적은 불교 정법(正法)과 무관한 것이란 인식도 확산되어 있다. 그런 만큼 신문에서 다루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현존하는 고려・조선시대 불교 유물 중 불복장 등에서 출토된 다라니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적이 실려 있음을 확인한 정각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이 이 부적의 정체를 조명한 책을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 ‘(부제)불교 부적의 원류와 한국의 불교 부적’을 조명한 <불교 부적의 연구>(불광출판사 발행)가 바로 그 책이다.

■ ‘불교 부적의 연구’- 불교 부적의 원류와 한국의 불교 부적(정각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이 책의 저자 정각스님은 돈황 자료 및 대장경에 실린 부적을 점검하고 한국불교 의식집을 검토하던 중 기존의 연구에 많은 자료가 누락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부적과 근ㆍ현대에 사용된 부적에 관한 연구가 전무함을 알게 됐다. 이 책은 그런 점을 보완하여 불교 부적의 연원이 되는 <오명론(五明論)>의 의미와 중국 전래의 고찰에서부터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에 이르는 시공간 속의 불교 부적 연구를 시도했다.

정각스님은 고려시대 다라니에 실린 부적을 연구하던 중, 동일한 형태가 돈황 자료에서 발견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돈황에서부터 고려・조선시대까지 현존하는 불교 부적의 비교 분석을 통해 그 전래 양상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의 연구 여정은 돈황에서 시작된다. <오명론>의 의미와 중국 전래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돈황 문서 중 부적이 실린 12종의 사본을 분석함으로써 각각의 차이와 사본 간 부적의 형태 및 내용 변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발걸음은 ‘대장경’을 향한다. 저자는 <대정신수대장경>과 도상부(圖像部) 중 불교 부적이 실린 총 18종의 문헌을 대상으로 각 부적의 내용과 의미를 검토한다. 여기에서 <불설북두칠성연명경>에 실린 부적은 도교 부적과의 관련 속에 생성된 것임을 언급한다.

세 번째 여정은 우리나라로 향한다. 먼저 고려시대 부적을 정리하고 그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데, 고려시대에 사용된 불교 부적은 돈황 사본에 실린 부적에 기인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조선시대 부적에 관한 연구에서는 도교 문헌인 <태상비법진택영부>나 <옥추경>, <태상노군설익산신부묘경> 등의 도교 부적 유입 양상이 엿보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불교 부적이 다양화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제강점기 및 근현대에 이르러 불교 부적이 기형화된 형태로 변화된 모습을 진단한 것도 주목된다.

저자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간행된 다라니에 불교 부적과 함께 실린 불인(佛印)과 탑인(塔印) 등 다양한 인(印)의 수용과 전개에 대한 서술로 이 연구서를 마무리한다.

이 책은 불교에 전래된 부적에 대한 연구 결과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학술서이지만, 지금까지 그 존재를 부정해 왔거나 알지 못했던, ‘부적’이라는 또 하나의 불교문화에 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불교 전통 부적에 담긴 의미에 관한 해설에 따르면, 특정 부적을 지닐 경우 정토(淨土)에 태어나거나 성불(成佛)을 하게 되며, 또는 만겁에 걸친 생사(生死)를 받지 않거나 모든 죄를 능히 멸하게 된다는 이야기, 현재의 소망을 성취하거나 행복한 삶, 부유한 삶을 기원하는 부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언급된 불교 부적들이 과거에 신비롭고도 기적 같은 결과를 실제로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 입적하기 전 책의 추천사(‘출판에 부처’)를 통해 “부적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소박한 염원을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제대로 알고, 이 부적 문화를 새롭게 일구어 간다면 한류(韓流)의 흐름에 아름다운 꽃잎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책의 저자 정각스님은 동국대・중앙대 객원교수 및 불교신문 논설위원, 경북 문화재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중앙승가대 교수 및 이화여대 객원교수, 고양 원각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한국의 불교의례> 등 17권의 책과 ‘천수다라니에 대한 인도신화학적 고찰’ 등 50편의 논문을 저술했다.

정각스님은 ‘저자의 말’을 통해 “<불교 부적의 연구>는 중국 당나라 이래 한국에 전래된 불교 부적의 원류와 돈황 자료 및 대장경 실린 불교 부적, 그리고 고려 및 조선시대에 통용된 불교 전통 부적에 대한 이해를 제공할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현대 불교용품점에서 ‘불교 부적’으로 유통되는 부적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