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과(僧科)’를 굳이 설명하자면 ‘스님들의 과거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통해 나라에서는 특정 승려를 선출, 그들에게 승직(僧職)을 부여했는데, 이러한 전통은 삼국시대 이래 고려,  조선에 이른다. 다만 조선시대 승과는 1564년 폐지되면서, 명종 대 승과가 진행되었던 서울 봉은사의 승과평(僧科坪)은 현재 코엑스 구석의 표석으로만 남았고 남양주 봉선사의 승과원(僧科院)은 채마밭으로 변해버렸다.

중앙승가대 교수 정각 스님(고양 원각사 주지)이 저술한 〈조선의 승과 연구〉는 역사 속에 묻힌 승과, 특히 조선시대 승과의 양상과 전개에 관해 고찰한다. 또한 옛 문헌을 통하여 조선의 각 시기별 승과 주관자(主管者)와 입격자(入格者)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 전기 불교사 연구를 위한 하나의 주요 자료를 정리하려는 목적이다. 

저자는 먼저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시대까지 존재한 승관제(僧官制)에 대해 설명한다. 역사적 전통을 고찰함에 있어 그 시작점을 살피는 일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사찰 관련 업무를 관장했던 기관인 승록사(僧錄司)의 구성과 양태,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 조선 초에 행해진 종파(宗派)의 통폐합과 승록사의 혁파 과정을 서술한다. 특히 혁파된 승록사를 대신한 양종도회소(兩宗都會所)의 구성과 역할을 살피는데, 그 역할 중에서 승니(僧尼)의 시재행(試才行)과 도첩 발급, 선시(選試, 승과의 별칭)의 주관, 주지(住持)의 작첩(爵牒) 발급 등의 역할에 주목한다.

3장에서는 조선 초부터 세조 연간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선시의 형식과 이를 통해 수여된 품계(品階)에 대해 알아본다. 이어 유교 사회인 조선에서 선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고찰하는 대목이 주목된다. 

저자는 시기별로 선시가 혁파되고, 다시금 복원되며, 나아가 기형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는데, 여기에는 왕족의 친불적 성향이나 조선시대의 커다란 사건 중 하나인 임진왜란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각 시기에 따른 승과의 주관자와 입격자를 파악한다. 조선시대에 승과에 입격한 자들은 당대 문인들과 견줄 수 있던 자들로, 조선시대 불교계의 위상을 대변해 주었던 자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관련 사료의 부족 등으로 인해 조선시대의 승과에 대한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고, 승과 입격자들의 현황과 그 활동 또한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에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문집, 불상 조상기(造成記)와 불화 화기(畵記), 조선시대 간행 불서(佛書)의 간행질(刊行秩)을 통해 이들 각각의 명단을 파악한다. 특히 불서의 간행질에 수록된 다수의 입격자 명단은 조선 전기 불교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승과는 1564년 이래 폐지되면서, 잊혀진 역사가 됐다. 하지만 조계종에서는 승과 전통을 되살려 2001년 이래 승가고시를 실시하였고, 현재는 5급에서 1급까지의 승과고시가 정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천 무비 대종사는 이 책을 “승과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종단의 역사적 전통 가운데 하나를 되살린 중요한 업적”이라고 상찬했다.

역사의 한켠에 묻힌 승과 전통을 우리 불교사의 중요한 전통 가운데 하나로 다시금 소환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이다. 

▲저자 정각 스님은
가톨릭대학 신학과 졸업 후 송광사에 출가, 통도사 강원을 졸업하였다.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 및 미술사학과를 수료,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무비 스님을 법사로 강맥(講脈)을 전수하였으며, 조계종 교수아사리에 위촉됐다.
동국대·중앙대 객원교수 및 불교신문 논설위원, 경북 문화재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한국 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승가대 교수 및 이화여대 객원교수, 고양 원각사 주지로 있다. 〈불교 부적의 연구〉 등 17권의 책과 ‘천수다라니에 대한 인도신화학적 고찰’ 등 50편의 논문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