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제식주의(祭式主義)에 대한 부정을 근본 기저로 삼았다. 제식의 의례관습을 반대한 것이 아닌, 생명존중의 입장에서 제신(諸神)에게 숫양[羝羊]을 봉헌한 공수제(供獸祭, Nīdhapaśu-bandha)와 같은 동물 살해의 제사를 반대했던 것이다.

 

한편 “선조의 혼(餓鬼, preta)을 위해 공양함은 불교를 믿는 장자의 성스런 의미”임을 말하는 <자경(子經, Puttasuttam)>의 언급은 오히려 제식 자체를 권장하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조상 섬김은 수용했으나, 섬김 자체가 조령(祖靈)의 생을 좌우한다는 제식지상주의에 반대, 이를 업(業)의 차원에서 수용코자 하였다.

 

제식주의에 대한 초기불교적 관점은 <가미니경(伽彌尼經)>에 잘 나타나 있다. 부처님께서 나난타원(園)에 머물 때 아사라천의 아들 가미니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범지(梵志) 자고(自高)는 천신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생의 목숨이 끊어질 때 천신이 능히 선처(善處)에 왕래하며 그를 천상에 태어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목숨이 마치는 중생을 선처에 이르거나 천상에 태어나게 해 주실 수 있겠지요?”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미니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불선업을 행하였으며, 살생과 사음, 삿된 소견을 취했다면, 그의 목숨이 끊어질 때 여러 사람이 그를 향해 ‘줄을 잡으라’ 소리 높여 기도하는, 이 같은 인연으로 그가 선처에 이르거나 천상에 태어날 수 있겠는가?”

 

또한 경전은 설하고 있다. “(선업을 성취한 경우) 목숨이 마칠 때 부모를 쫓아 생한 사대(四大)는 파괴될 지라도, 그의 심의식(心意識)은 정진과 지혜에 훈습된 바 이 인연으로 그 사람은 선처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즉 생천(生天) 내지 선처에 태어남은 현재적 삶을 살아가는 개인 선악의 업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자작자수(自作自受)의 인과원리에 바탕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범지타연경> 중 ‘부모 . 선조 . 신 등을 존경공양 함으로써 사후 향락을 얻고 천계에 태어나고자 한다’는 범지 타연의 바램은 생자(生者)의 원리로서, 제식의 덕목을 현세적 차원에서 수용코자 한 예라 하겠다.

 

 

[불교신문 2694호/ 2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