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창조의 이법(理法)이 사람 정신에 각인된 것을 이념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사람의 이념은 우주 이법과 동일하며, 그 이념을 완전히 할 때 우리는 자연과 화합할 수 있을 것이라 옛 사람들은 믿어왔었다.

 

한편 우주 창조의 진리를 밝히고자 했던 옛 선인들은 그들 이념을 궁구하는 가운데 종교 ⋅ 철학사상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에 기독교에서는 우주 창조원리를 창조주에 있다고 생각했던 한편, 유교에서는 하늘의 이치에, 선도(仙道)에서는 자연법 가운데 우주 진리가 내재해 있음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우주의 역동적 원천을 마음에서 찾고 있다. 마음(心)이란 범어 hṛdaya의 번역으로, 심장 ⋅ 핵심을 뜻하고 있다. 또한 citta의 번역어로 인식의 주체를 뜻하는 바, 마음이란 인간 인식의 주체이며 존재의 중심자리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인간 존재인식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렇듯 출발점임과 동시에 궁극의 끝을 의미하는 것. 이에 마음을 찾는다 함은 찾고자 함을 찾는다는 것이다.

 

궁극의 끝을 찾는 데에는 반역과 넌센스의 의미가 함포되어 있다. 길을 묻고자 하는 인간은 길을 묻고자 하는 의미성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안경을 끼고 안경을 보아야 한다는 것. 소(牛)를 타고 소를 찾아 나서야 함은 우리에게 어떤 상념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선종사(禪宗史)에는 달마(達磨)와 혜가(慧可)에 얽힌 다음 이야기가 전한다. 혜가는 오랜 편력 끝에 달마를 찾았다. 달마는 물었다. “무엇 하러 왔느냐?” “마음이 불안해 편안한 마음을 얻으려 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너라.” “마음을 찾고자 하나, 붙잡을 수 없습니다.” “찾을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있지도 않는 마음이 어찌 불안하단 말이냐.”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라는 것. 여기서 우리는 불교 특유의 반어법적 논리에 맞닥뜨리게 된다. ‘얻고자 하면 구하지 말라’는 말이다. 현상계의 본질은 사념 아닌 사념과 사념의 틈 가운데, 무한공간 속에 그 그림자를 비추기 때문이다. 그 공간 속의 바람, 그 바람 속에 구성지게 울어대는 대나무 피리, 이것이 우리 마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 2714호/ 4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