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통일과 한글화

정각스님 / 논설위원 · 조계종 교수아사리

불교의식에 빈번히 사용되는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란 진언구는 1704년 명연(明衍)이 간행한  [염불보권문]에 최초 그 모습이 보인다.  ｢정구업진언｣이라 제목 붙여진 것으로, 일본 진언종의 [총지사작법]에서는 이를 ｢관목주(灌沐呪)｣라 부르고 있다.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선종에서 목욕을 행하는 날 좌선당과 관계되는 문수보살이 제일 먼저 목욕을 해야 할 것인 바, 옷걸이에 문수보살이라 쓴 천을 드리우고 옮긴 채 다만 ｢관목주｣를 바친다” 하여 목욕 행함에 사용되는 위 진언의 용례를 전하고 있다.

정구업진언의 범어 표기 śrī śrī mahāśrī suśrī svāhā는 “깨끗하고(좋고) 깨끗하다(좋다), 참으로 깨끗하도다(좋다). 그렇듯 깨끗하니(좋으니), (모든 것이) 원만히 성취되어지이다” 라고 번역될 수 있다. 또한 śrī를 호격으로 이해한다면 “길상(吉祥)이시여! 길상이시여! 대길상이시여! 묘길상이시여! 영광이 있기를!”이라 해석할 수 있는 바, 문수보살 즉 묘길상보살에 대한 찬탄의 주(呪)임을 알 수 있다.

1588년 간행된 청허휴정의 [운수단가사]에 지장보살멸정업진언 ‘옴 바라미타 사바하’가 소개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행 의식집에는 ‘옴 바라마니 다니 사바하’가 실려 있는 바, 현재 우리가 잘못된 진언을 외우며, 잘못된 의식을 행하는 것일까? 의구심을 갖게 된다.

2009년 11월 중앙종회는 ‘종단 의례, 의식에 대한 일치와 통일을 기하기 위해’ 의례법을 제정했으며, 이 법령에 따라 최근 9인으로 구성된 의례위원회가 출범된 바 있다. 의례위원회는 출범과 함께 의식의 ‘통일화와 한글화’라는 2가지 목표를 내세웠으며, 그 가운데 의식의 한글화에 좀더 치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편승하여 교육원에서도 ‘한글염불의례교육에 관한 령’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필자의 견해로 볼 때 의례, 의식의 통일화, 한글화는 각 의식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즉 한글의식의 사용 내지 의식의 통일에 앞서, 현행 의식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오류 수정을 행해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다.

[불교신문 2723호/ 6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