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과 개장

  정각스님 | 논설위원·조계종 교수아사리

  우리 민족은 고래로 개고기를 즐겼다. <규합총서>와 <음식디미방> 등 조리서에는 개고기를 삶는 법 내지 찌는 법, 굽는 법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한편 <경도잡지>에 “개고기를 총백(白), 즉 파의 흰 대목을 넣고 푹 삶는다. 고춧가루를 뿌리고 흰밥을 말아서 먹기도 한다. 이것을 먹고 땀을 흘리면 무더위를 이길 수 있다” 하는 바, 7월의 삼복(三伏) 더위에 접어들면 민간에서는 ‘개장’ 또는 ‘구장(狗醬)’이라 이름한 채 이를 즐겨 먹었다.

  불가에서는 삼복 동안 개장을 대신해 육개장 내지 삼계(개)탕 등 ‘개장’과 유사한 발음의 음식을 먹거나 팥죽을 쑤어 먹거나 팥죽을 쑤어 먹었다. 불가에서 개를 먹지 않음은 개에 대한 윤회적 질서에서의 배려가 내재해 있다.

  즉 <목련경>에 의하면 ‘목련존자의 어머니 청제부인은 개의 몸을 받은 후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어, 개는 전생의 내 부모일지도 모른다는 관념이 확산되어 있다. 또한 <삼국유사>에 자장법사를 찾아 석남원(石南院)을 방문한 노인이 삼태기 속의 죽은 강아지를 땅에 던지니 강아지는 금빛 찬란한 사자좌(獅子座)로 변하고 노인은 문수보살로 화현하여 하늘로 올라갔다’는 일화가 전하는 바, 개는 사자좌로서 문수보살의 탈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등 불가에서는 개를 다른 동물보다 성스럽게 생각하였던 것 같다.

  한편 <사분율>에 “한 비구가 백정의 집에 가서 개고기를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 그 다음부터 비구들이 걸식할 때마다 개들이 미워하면서 쫓고 짖으니,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지금부터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 말씀”하고 계시며, 이러한 맥락에서 조주(趙州)스님은 탁발시 언제나 짖어대는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말하였나 싶다.

  여하튼 이러한 관념 하에 불자들은 ‘개장’ 대신 쇠고기를 이용한 ‘육개장’을 끓여 먹는다. 그러나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니타나목득가섭송>에 “발가락이 하나로 뭉쳐진 짐승의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조목에 따라 족발인 돼지고기 및 쇠고기와 말고기 등을 피한 채, 삼복 동안 불자들은 햇병아리를 이용한 삼계탕을 끓여 먹거나, 승가에서는 팥죽을 끓여 먹음으로써 삼복 더위를 이기게 된다.

[불교신문 2738호/ 7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