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의(三歸依)와 자귀의(自歸依)

정각스님 | 논설위원·고양 원각사 주지

불교에 입문코자 하는 자는 입문의례로서 삼귀의(三歸依)를 행한다. 삼귀의의 의미에 대해 최치원은 ‘남포 성주사 낭혜화상 백월보광탑비문’에서 “군자가 두려워하고 조심해야 할 삼외(三畏: 天命⋅ 大人⋅ 聖人)는 삼귀의에 비견된다” 하는 바, 삼귀의는 불⋅ 법⋅ 승 삼보에 대한 귀의를 말한다. 삼보에 의지한 채 일체 고통에서 해탈될 수 있기를 서원하는 것으로, 불교인이 되기 위해 행해야 할 신앙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삼귀의의 취지에 대해 <구사론>은 “귀의삼보는 능히 일체 고(苦)를 벗어나게 한다” 하였으며, <대승의장>에서는 “생사의 악(惡)과 불선(不善)을 멀리 여읜다는 뜻과 함께 출세열반(出世涅槃)을 구하는 데, 그리고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함에 귀의삼보의 뜻이 있다”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수림왕 2년(372) 순도가 고구려에 불교를 전파한 지 25년 뒤 담시(曇始)가 ‘삼승(三乘)으로서 귀계(歸戒)를 세워 교화하였다’는 계율 관련의 최초 기록이 <양고승전>에 남아 있어, 계율 초전(初傳)과 함께 삼귀의계가 설해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위 삼귀의는 삼자귀(三自歸)라 이해되기도 한다. 삼자귀의 의미에 대해 <육조대사법보단경>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부처님께 귀의한다고 말할 때, 그 부처님은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 그래서 부처님을 뵐 수 없다면 어떻게 귀의를 행할 수 있단 말인가!… 경문(經文)에 분명히 ‘스스로의 부처[自佛]에 귀의하랬지 또 다른 부처[他佛]에 귀의하라 하지 않았지 않는가!’…”

위 육조대사 혜능(慧能)에 의하면 ‘불⋅ 법⋅ 승이란 다름 아닌 깨달음[覺]⋅ 바름[正]⋅ 청정함[淨]을 말하는 것’으로 내면의 깨달음⋅ 바름⋅ 청정함을 드러내는 것이 참된 불⋅ 법⋅ 승이며, 이에 따른 진정한 행(行)을 행함이야말로 참된 귀의가 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삼귀의는 스스로 불교도임을 천명하는 선행 의식을 넘어, 자신 참모습을 발견코자 하는 의지의 표현인 자귀의(自歸依)에로 귀결되어야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삼귀의를 행함에 그치고 있는가? 아니면 좀더 나아가 참된 자귀의를 행하고자 힘쓰고 있는가?

[불교신문 2754호/ 9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