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입선(捨敎入禪)이란 말이 있다. 교(敎)를 버리고 선(禪)에 듦을 말하는 것으로, 선문(禪門)에 들어 입선(入禪)코자 하는 참선행자는 등에 걸망을 둘러맨 채 선문의 초입 불이문에 들어선다. 불이문에는 ‘입차문내(入此門內) 막존지해(莫存知解)’란 주련이 걸리어 있다. 그리고 그 문에 들어선 자는 지해(知解)를 끊은 채 대신근(大信根)과 대의단(大疑團), 대분심(大憤心), 대용맹심 속에 참중(參衆)하게 된다.

  대중에 참여한 선자(禪子)는 하루 중 조과(朝課) 중이거나 죽파(粥罷: 아침공양 마침)에, 또는 약석(藥石) 후 조실(祖室)에 입실(入室) 독참(獨參)하여 묻는다. “여하시(如何是)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니까?” 이에 조실의 노사(老師)는 척수음성(隻手音聲), 즉 ‘한 손을 들어 허공을 치니, 그 소리 나는 곳을 잡아 오너라’ 요구할 것인 바, 허공의 당처를 찾고자 선자(禪子)는 내면의 길을 향한 먼 여정을 떠난다.

  즉 분별정식을 투입해 참구오료(參究悟了)해야 할 공안(公案)을 신참납자에게 건네는 것으로, 당대(唐代)로부터 전래된 1700여 개의 공안(公案) 중 신참자의 근기에 따른 화두(話頭)를 비밀리 건네는 것이다. 화두를 건네받은 선자(禪子)는 허리와 등을 세운 채 좌구(坐具) 니사단(尼師壇)을 펴고 자리에 앉는다.

  <사미율의>에 의하면 니사단을 깔고 앉을 때 다음 게송과 주(呪)를 외우게끔 되어 있다. “좌구니사단(坐具尼師壇) 장양심묘성(長養心苗性) 전개등성지(展開登聖地) 봉지여래명(奉持如來命) 옴 단다 단다 사바하.” 즉 ‘좌구 니사단이여, 내 마음의 싹 키워 주는 것. 펼쳐 그 성스런 자리에 오르니, 여래의 혜명(慧命)을 받들어 지니리이다’는 뜻이다.

  이제 음력 10월 상달이 오면 선객들은 선문을 향해 용상방(龍象榜)에 이름을 올린다. <대비바사론>에 “대용상은 신(信)을 손으로 삼고 사(捨)를 이빨로 삼고, 혜(慧)를 머리로 삼으며, 염(念)을 목으로 삼고 무수한 선법(善法)을 양어깨에 메고 가는 자”라 했던 바, 늦가을 용과 코끼리 된 채 내면의 긴 여행을 떠난다.

[불교신문 2762호/ 10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