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작은 설

정각스님 | 논설위원·고양 원각사 주지

  동지(冬至)가 되면 태양은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夏至)로부터 짧아져 간 낮은 동지에 이르러 극한에 이르고, 동지로부터 짧았던 낮은 노루 꼬리만큼씩 길어져 옛 사람들은 이것을 태양의 죽음과 부활로서 상징하였다. 태음(太陰)의 상징인 노인과 소양(小陽)의 상징인 어린이의 양면성을 지닌 날로서, 동지는 ‘가득 참(마침)’과 ‘텅 빔(시작)’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날이기도 하다.

  동지는 ‘작은설’ 즉 아세(亞歲)라 불린 채 ‘까치 까치 설날’에 해당하는 날이다. 큰 명절 앞에 작은 명절을 두는 관례에 따라 ‘우리 우리 설날’ 앞에 까치의 설날을 두는 바, 여기서 까치는 태양의 상징인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를 뜻한다.

  ‘작은설’로서 동지. 예부터 동지에는 새해를 예고하는 달력을 주고받음이 행해졌다. <동국세시기>에 “관상감에서는 이날 관청에 달력을 올린다” 하며, 관청에서는 각 관리들에게 달력을 나누어 주는 하선동력(夏扇冬曆)의 예를 행했던 바, <열양세시기>는 “달력을 받은 하급관리는 자신 상사에게 팥죽을 보낸다”는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세시기(歲時記)에 따르면 팥죽은 몸의 음사(陰邪)를 씻어 준다고 하여 집안과 동네의 고목 등에 뿌려 사귀(邪鬼)의 침입을 막았던 바, <형초세시기>에서는 “공공씨(共工氏)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 죽어 역질 귀신이 되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생전에 팥을 몹시 두려워하였기에 동짓날 팥죽을 쑤어 이를 물리친 것이라” 하였다.

  동짓날 아침, 절에서는 불단에 팥죽을 올리고 예불을 올린다. 또한 민간에서는 이날 나이 수만큼의 팥죽 새알(옹심)을 먹는데, 이는 몸에 새 태양을 받아들임과 함께 나이가 먹음을 뜻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한편 동지가 동짓달 상순에 드는 애동지(兒冬至)와 하순에 드는 노동지(老冬至)를 구분하여 아이에게 좋은 애동지 때에는 팥죽을 쑤지 않으나, 절에서 쑨 팥죽은 이와 상관없는 것이라 하여 절에서 팥죽을 얻어 가는 풍속이 전하기도 한다.

  한편 <고려사>에는 “동지를 전후해 팔관회(八關會)가 베풀어졌음”을 전하는 바, 이는 몸과 마음의 재계(齊戒)를 행한 후 새해를 맞아야 함을 권했던 것이라 하겠다.

 [불교신문 2778호/ 12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