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燃燈會)

정각스님 | 논설위원·고양 원각사 주지

  최근 연등회(燃燈會)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예고 되었다. 연등회는 삼국기 이래 정월 보름에 행해진 관등(觀燈)에서 유래한 것으로, 민족 고유의 달 숭배 의식과 관련된 의례라 할 수 있다.

   한편 고려의 경우 태조의 <훈요십조> 제6조 가운데 ‘지극히 원하는 바는 연등(燃燈)과 팔관(八關)에 있다. 연등은 불교를 섬기는 것이다’ 하였던 바, 고려조 이래 연등회는 불교의례의 하나로 자리하게 되었다. 현종 원년(1010) ‘정월 망연등(望燃燈, 上元燃燈) 후 2월에 연등회를 베풀었음’을 전하는 <고려사> 기록은 <유행경>에 의거한 ‘2월 8일 불탄일’과 즈음한 연등회 행사를 전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또한 <송사> ‘외국열전’ ‘고려’ 조에 “2월 보름날 유려(儒侶)의 풍속으로서 연등하는 것이 중국의 상원절과 같습니다”는 기록 및, 고려 속요 ‘동동’에 “二月ㅅ 보로매 / 아으 노피현 燈ㅅ불 다호라 / 萬人 비취실 즈이샷다 / 아으 動動다리”란 표현은 2월 연등의 양상을 전해주는 예이기도 하다.

  2월 보름의 연등회는 발음상 유사점으로 인해 영등제(靈登祭)와 동일하게 인식되기도 하였다. <동국세시기>에 “제주도 풍속에 2월 초하룻날 긴 장대 12개를 세워 놓고 신을 맞이하는 제사를 지낸다… 이것을 연등놀이라 한다”는 표현은 영등제와 2월 연등과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예가 되기도 한다.

  이후, 고려말에 이르러 2월 연등은 4월 8일 연등회로 전이된다. “연등행사는 정월대보름 14∼15일에 행해지던 풍속으로 최이(崔怡)가 날짜를 4월 8일로 옮긴 것이다”는 <고려사> 기록 이후, 공민왕 13년(1364)에 이르러 4월 8일 연등이 국가행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근래 문화재청에서 “연등회는 삼국시대 이후 불교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족 전통의식”으로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예고하였다” 함은 종교적 차원을 넘어 민중의 삶에 깊숙이 자리매김한 민속의 가치를 재조명한 의미 있는 결정이었음을 말할 수 있다.

[불교신문 2794호/ 2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