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看經)과 독경(讀經)의 의미

                          정각스님․동국대 객원교수

  I.

  [대한불교조계종 종헌] 제2조에 “본종(本宗)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한 근본교리(根本敎理)를 봉체(奉體)하며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전법도생(傳法度生)함을 종지로 한다” 하고 있다. 즉 ‘부처님 근본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내면의 깨달음과, 그 깨달음의 내용을 전하여 중생들을 제도한다’라는 것으로, 이는 교(敎)를 전제로 한 득오(得悟) 위에 가능한 것이라 하겠다.

  여기서 교(敎)란 ‘직지인심하여 견성성불함의 요체인 자각각타하고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받들어 전법도생함’을 위한 용(用)이 됨을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법] 제26조(수행의 의무)에 의하면 “승려는 불조의 혜명을 이어받고 견성성불 전법도생하기 위하여 참선․염불․간경․주력 등의 수행에 매진하여야 한다” 하여 부용(附用)의 행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종지(宗旨) 선양의 방편으로 제시된 참선․염불․간경․주력 등 행법은 ‘한국불교의 4대 수행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4대 수행법이란 보조(普照)의 [염불요문]을 바탕으로 조선 중기 이후 정립된 경절문(徑截門)과 염불문(念佛門), 원돈문(圓頓門)의 삼문수행(三門修行)을 펼쳐 둔 것으로, 참선은 경절문에, 염불은 염불문에, 간경․주력(呪力)은 원돈문에 해당한다.

  이에 ‘간경’이란 원돈문 이치 연설의 전제가 되어질 것으로, [치문경훈 주(註)] ｢팔일성해탈문(八溢聖解脫門)｣ 항목은 ‘부처님 이치를 밝히는 자’로서 간경자(看經者)를 들어 말하고 있다.

  “예불자(禮佛者)는 부처님 덕을 존경하는 자이요, 염불자(者)는 부처님 은혜에 감사하는 자이요, 지계자(持戒者)는 부처님 행(行)을 행하는 자이요, 간경자(看經者)는 부처님 이치를 밝히는 자이요, 좌선자(者)는 부처님 경지에 도달코자 하는 자이요, 참선자(者)는 부처님 마음에 합하려는 자이다. 득오자(得悟者)는 부처님 도(道)를 증득한 자이고, 설법자(說法者)는 부처님 원(願)을 만족시키는 자이다.”

  한편 간경이란 대승보살 및 출가자의 업무로서 ‘대중 교화’를 위한 전제가 될 것이기도 하다. [치문경훈 주]에 의하면

  “법을 전해 중생을 제도하지 않으면 은혜에 보답하는 자라 할 수 없다. 법을 전함에는 다섯 방법이 있으니, 수지(受持)․간독(看讀)․풍송(諷誦)․해설(解說)․서사(書寫)가 그것이다. 안과 밖으로 보호한 즉 불․법․승 삼보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는 바, [묘법연화경] ｢법사품｣에서는 ‘오종법사(五種法師)의 행(行)’을 지칭해

  “수지(受持)하며 독(讀)하며, 송(誦)하며, 해설(解說)하며, 서사(書寫) 묘법화경(妙法華經)하되”

라 이를 풀이하고 있다. 오종법사의 행은 ①수지․②독송․③해설․④서사 등 넷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실행은 각 의식 행법으로 정착되어, ③해설에 대한 강설의식, ④서사에 대한 사경의식, ②독송에 대한 간독(看讀)의식이 이에 해당한다.

  II.

  간독(看讀)이란 간경과 독경을 말한다. 여기서 ‘간(看)’은 선림(禪林) 용어로 ‘소리내지 않은 채 바라봄’을 뜻하여, 간서(看書)적 측면에서 간경․묵독(黙讀) 등의 용어가 쓰이고 있다. 한편 ‘독(讀)’은 ‘소리내어 읽음’을 뜻하여, 독서(讀書)적 측면에서 독경이란 용어가 쓰이고 있다. 또한 ‘부처님 덕을 찬탄하기 위한 독(讀)’은 독경․풍경(諷經)이라 하고, ‘경전의 뜻을 통해(通解)하기 위한 독(讀)’은 간경이라 칭하기도 한다.

  독경 내지 간경 대상으로는 부처님 일대시교(一代示敎)가 이에 해당한다. 내용적 측면으로는 경․율․론 삼장이 이에 해당될 것이며, 형식적 측면으로는 십이분교(十二分敎)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독경․간경의 실제 대상으로 부처님 일대시교 전체를 상정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에 권장되는 방법이 소의경전(所依經典)을 간․독경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다. 이에 천태종․법화종의 경우 [법화경]이 주(主)가 될 것이요, 정토종에서는 [정토삼부경]이 주가 될 것이며, 진언종에서는 [이취경] 내지 [금강정경]이 주가 될 것이며… 이렇듯 소의경전 뿐만이 아닌, 법상종에서는 [성유식론]이, 삼론종에서는 [중론]․[백론]․[십이문론]이, 남산율종에서는 [사분율]이 소의(所依) 전적이듯 율장과 논장 역시 독․간경의 대상이 되며,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 “[금강경]과 ｢전등법어(傳燈法語)｣를 소의경전으로 삼는다” 하는 한 제(諸) 조사어록(祖師語錄) 역시 소의전적(所依典籍)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덕전등록] ｢백장회해전｣에

  “독경과 어언(語言)의 간교(看敎)만을 행하지 말라. 이는 모름지기 (자신을) 온전히 돌이켜 자신에 귀의함을 성취케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체 언교(言敎)로서, 오직 각성된 자기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하여, 독․간경의 궁극적 대상으로는 ｢자심(自心)의 경(經)｣이 이에 해당함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듯 ‘자심경(自心經)’의 독․간경을 통해 진정 문자 읽음이 가능하다는 측면 속에 우리는 독․간경으로부터 참된 간교(看敎)의 경지에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2005년 4월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