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후 100년경, 제2차 경전결집의 동인 중 하나는 금은전 소유 문제였다. 전통 율(律)의 입장에서 비구는 금은전을 소유치 못하였음에도, 바이샬리의 단월(檀越)들은 비구에게 음식 대신 돈을 제공했던 바, 이에 따른 적법성 논란에 의해 승단은 대중부와 상좌부의 근본분열에 이르게 되었다.

  2500여년이 흐른 지난 7월, 조계종 유지재단은 “재단 고유 목적사업을 위한 경비 조달을 위해 ‘수익사업을 진행할 수 있음’을 골자로 정관을 개정,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오늘날 경제의 시대에 “승단 역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도반과의 대화 속에 논의의 핵심이 되기도 하였다.

  초기 율의 입장에서 비구의 경제생활은 철저히 금지되었다. ‘금은 등의 보물을 받지 말며, 물건을 판매하지 말며…’ 등. 이에 비구들 삶의 유지는 탁발에 의존하게끔 되었던 바, ‘출가자에 대한 공양은 복전(福田)이 된다’는 관념 속에 탁발은 출가자의 자비 방편으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출가자의 밭갈이가 언급되기도 하였다. <잡아함경> ‘경전경(耕田經)’ 중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 먹습니다. 당신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십시오”라는 생활인의 비난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소. 믿음은 종자요, 고행은 비며, 지혜는 쟁기와 호미, 의지는 잡아매는 줄이고, 생각은 호미날과 작대기라오. 노력은 나의 황소, 나를 안온의 경지로 실어다 주오. 나의 밭갈이는 이렇게 이루어지며, 감로의 과보를 가져오는 이런 농사를 지으면 온갖 고뇌에서 풀려나게 되오.”

  비구의 밭갈이는 믿음과 고행.지혜 등을 통한 것으로, 고뇌에서 풀려나는 내면의 밭갈이로서 이해된다. 물론 <중아함경> 중 “옷과 음식.주택 등을 축적하여 선법(善法)이 증대하고 악법이 쇠퇴한다면 나는 그런 것을 축적해도 좋다고 설한다”는 표현을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렇듯 선법 증대를 위한 ‘율(律)의 목적론적 정지’를 우리는 자신껏 담보할 수 있는가? ‘재단 고유 목적사업을 위한 경비조달로서 수익사업.’ 그 배리(背理)의 이치를 짊어짐에는 살얼음의 조심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불교신문 2558호/ 2009년 9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