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보편적 삶을 살아가는 데 추구해야 할 네 가지 가치가 있다. 즉 진리(眞)와 선(善) 및 아름다움(美)과 성스러움(聖)을 뜻하며, 진.선.미 등의 가치 추구 가운데 우리는 자연스레 성스러움에 접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진.선.미와 더불어 성(聖)의 추구는 학문 탐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진리에 대한 형이상학 내지 인식론, 선에 대한 윤리학, 아름다움에 대한 미학, 성스러움에 대한 종교학의 범주가 그것이다. 형이상학과 인식론 내지 윤리학과 미학에 대한 탐구는 학문적 입장에서 종교학적 탐구의 기본 토대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치 추구의 궁극은 가치성의 의미 탐구가 아닌 가치성에 따른 자신의 삶의 변혁 가운데 그 타당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위 가치에 따른 자신의 삶의 성스러움에 근접해가야 한다는 말로, 불교적 표현으로서 정변지(正知)란 이러한 이상 경계를 서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나자렛 예수는 말하였다. “진리를 보는 자는 나를 보는 것이요, 나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보는 것이다”라고 고타마 붓다는 말하였다.

 

이에 인도의 베다(Veda) 문헌에서는 ‘진리는 한 분이시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서 그를 칭하고 있을 뿐이다(ekam sat viprah bahudha vdanti)’ 하는 바, 진리가 하늘에 떠 있는 달이라면 그 달빛은 호수에도 강물에도, 드넓은 바다와 나의 찻잔 가운데 빛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호수와 강물, 바다와 찻잔에 비춰진 진리의 모상(模像)을 추구하는 가운데 우리는 찻잔 속의 달이 아닌, 호수와 강물, 바다 속의 달이 아닌 달 본래의 밝음에 접근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진리의 모상에 접근하는 여러 길. 이는 다원주의(多元主義)에 입각한 수많은 종교적 가르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화계사 앞 한신대 학생들이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지금. 그럼에도 ‘예수천당, 불교지옥’의 슬로건은 여전히 지하철과 터미널 주변에 횡행하고, 소수 극렬분자의 폐불(廢佛) 행각이 자행되는 와중에 ‘한국에서의 종교 다원주의’란 이념은 살아남을 것인가?

 

 

[불교신문 2584호/ 2009년 12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