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스님 / 논설위원 · 경북 문화재위원 

<대지도론>에 “지혜(智慧)는 생사의 이 언덕에서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는 배[船]와 같다” 하여 해탈 방편으로서 지혜를 들고 있다. 이에 비해 <금강경>은 해탈 방편으로서 좀더 폭넓은 의미인 선근(善根)을 제시한다. 범본 <금강경>에서 선근은 ‘계(戒, śīla)의 구족과, 덕(德, guṇa) ⋅ 혜(慧, prajñā)의 구족’을 말하는 바, 구마라집은 덕 ⋅ 혜를 복(福)이란 한 단어로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선근 쌓는 ‘行善불교’ 실천

계를 바탕한 채, 덕과 혜는 해탈의 두 축을 이룬다. 부처님께 삼귀의를 올릴 때 ‘귀의불 양족존(兩足尊)’이란 표현에서 양족이란 덕과 혜를 두루 갖춤을 말한다.

혜(慧)가 인무아 ⋅ 법무아를 통한 아공 ⋅ 법공의 경지로 우리를 이끈다면, 덕(德)이란 행선(行善)의 과보를 뜻한 채 선행의 행(行)을 촉구하는 원리가 된다. 이렇듯 양족(兩足)의 해탈 원리는 덕혜쌍수(德慧雙修) 추구의 귀결이 되기도 한다.

이에 불교 수행자는 나[我]와 존재[法]에 대한 집착을 떠난 아법이공(我法二空)의 지혜를 성취한 채 선행의 과보인 덕을 쌓아가야 할 것으로, 이를 통해 지혜의 완성(paramita)인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의 경지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반야바라밀은 ‘반야바라밀행(行)’이 수반되는 것임을 말할 수 있다. 또한 그 전제로서 덕을 위한 행선(行善)이 중시됨을 말할 수 있기도 하다.

덕(guṇa)은 행선의 과보로 생겨난 공덕(功德)을 말한다. 즉 ‘선(善)을 행함’으로서 선근공덕이 쌓여지는 것으로, 이는 이념 아닌 우리의 실천을 촉구한다.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후 ‘공덕 쌓음’이란 불자들 생활의 지침이 되었던 것 같다. 양지스님이 영묘사 장육상을 조성할 때 신라 사람들은 “서럽도다 이 몸이여, 공덕 닦으러 오라”는 노래를 되뇌며, 진흙을 지어 날랐음을 <삼국유사>는 전하고 있다. 이외에 공덕경 사경 및 공덕비 건립 등의 표현은 불교 신앙에서 공덕의 위상을 말해주는 예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성문(聲聞)불교’를 추종하는 다수의 불자들이 존재함을 볼 수 있다. 공덕의 종자는 심지 않은 채 공덕의 열매를 바라는 기복(祈福)의 신자들, 관념적으로 불교를 이해하나 실천이 결여된 자들을 말한다.

다행히 근래 ‘행선(行善)불교’의 실천이 종단 중심부로부터 확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캄보디아 향민들을 위한 ‘지구촌공생회’의 학교 건립 및 우물파기 사업, ‘화엄회’의 화엄다목적센타 건립 등 선근을 심는 각종 행보와 마주하게 된다.

행선(行善)은 공덕 쌓음의 인(因)이 된다. 기복(祈福) 아닌 행복(行福)의 원리를 닦아가는 것으로, 행(行)을 바탕한 이같은 행보는 관념만의 불교를 철저히 배격한다.

기복 아닌 행복 닦는 방편

해탈은 탐 ⋅ 진 ⋅ 치 삼독(三毒)에 대한 무탐(無貪), 무진(無瞋), 무치(無癡)의 3종 선근을 말한다. 이는 계 ⋅ 정 ⋅ 혜 삼학(三學)의 수행[śīla]을 바탕한 덕 ⋅ 혜의 해탈방편 추구 원리라 말할 수 있는 바, 행선을 통한 선근과 그 공덕이야말로 우리를 참다운 불교에로 이끄는 원리가 됨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행선(行善)을 통한 덕의 축적이야말로 지혜의 완성인 반야바라밀로 우리를 이끄는 원리가 됨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승만보굴(勝鬘寶窟)>에서는 덕을 불 ⋅ 법 ⋅ 승 삼보에 빗대어 ‘덕보(德寶, guṇa-ratna)’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 불자들은 행선을 통한 선근공덕을 쌓아가는 삶을 살고 있는가?

[불교신문 2646호/ 8월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