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6년(1869) 간행된 <삼봉집(三峯集)> ‘유점사 설선당 인등(引燈) 발원기’에 인등과 관련된 다음의 최초 기록이 전하고 있다.

 

  “해(日) 달(月) 등(燈)의 세 빛(三光)은 삼재(三才) 만물을 비추는 것이다. 해는 하늘을 비추고, 달은 땅을 비추며, 등은 사람을 비춘다는 뜻으로, 이는 귀계(鬼界)의 어둠을 벗어나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세상 어둠에서 밝은 광명으로 우리를 이끄는(引) 등(燈)’의 의미로 인등을 말하고 있다.

 

 

  한편 ‘금강산 장안사 사성전(四聖殿) 인등시주 축원책 서(序)’에는 “부처의 측면에서 본다면 대광명이요, 중생 측면에서 본다면 일점등(一點燈)이니, 등을 밝힌 후 마(魔)와 외도의 훼방을 받지 않으며, 단월(檀越) 역시 효험을 얻게 되리라” 하고 있다. 인등, 즉 일점등 켬은 내 자신 마(魔)의 장애에서 벗어나 참된 대광명에로 향함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인등을 켜며 불자들은 다음의 광명진언(光明眞言)을 독송하기도 한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Oṃ amogha vairucana mahāmudrā maṇi padme jvala pravardaya hūṃ). 아(oṃ)! 불공견색(amogha) 비로자나(vairucana) (佛)이시여, 대인(大印; 智拳印, mahāmudrā)으로서 마니보주( maṇi)와 연꽃(padme) 광명(jvala) 생겨나(pravardaya), (탐진치 삼독을) 파괴( hūṃ)케 하여지이다.’

 

  이처럼 내 마음 등을 밝히고 탐진치 마(魔)의 장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외적 표시로 우리는 불전(佛殿)에 등을 켠다.

 

  그런데 등을 밝힘에는 콩기름 같은 기름이 필요하여, 위 ‘인등시주 축원책 서’에 기름을 충당키 위한 ‘인등시주’가 존재했음을 볼 수 있고, 그들을 위한 ‘축원’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삼봉집>에는 ‘보봉산 화희사(華戱寺) 대웅전 응진전 양법당 인등불유계(引燈佛油契) 좌목(座目) 서(序)’란 항목이 있어, ‘인등시주’ 외에 ‘인등불유계(引燈佛油契)’란 계(契)가 조직되어 그들에 의해 기름이 충당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사찰에서는 인등시주 및 인등불유계 계원들을 위해 불전 앞에 작은 등불을 밝혀 인등(引燈)이라 했으며, 매달 6일, 13일, 14일 인등대길일(引燈大吉日)에는 그들의 백사(百事) 형통(亨通)을 축원하는 인등법회(引燈法會)를 개설하기도 하였다. 옛 관례에 따라 요즘도 사찰마다 인등과 인등회원 및 인등축원이 존재하며, 매월 사찰에 납입하는 일정 보시금을 향촉대(香燭貸) 내지 인등비(引燈費)라 일컫는다. 즉 사찰에 향촉(香燭)이 끊이지 않게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요즘 사찰들에 향촉이 끊여져 감을 종종 볼 수 있다. 시골의 사찰 재정은 콩기름 대신 불당 전기료 납부에 급급한 채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도심 작은 포교당 역시 향촉이 끊긴 채 문을 닫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인등시주가 부족한 탓이다. 뜻있는 인등불유계가 더 이상 존재치 않는 가운데 향촉의 이어나감과 비로자나의 마니보주와 연꽃 광명을 우리는 기대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인등 유감(有感)은 한국불교의 존폐 위기를 우려케 하는 가운데 스님과 불자들 내면의 각성을 촉구하는 일면이 된다 하겠다.

 

 

[불교신문 2657호/ 9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