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것이다

정각스님 · 원각사 주지

  우주 창조의 이법(理法)을 찾아서

  우주 창조의 이법(理法)이 사람 정신에 각인(刻印)된 것을 우리는 이념(理念)이라 부른다. 그러므로 사람의 이념은 우주 창조의 이법과 동일하며, 우리 이념을 완전히 할 때 우리는 자연(自然)과 화합할 수 있을 것이라 옛 사람들은 믿어왔었다.

  한편, 우주 창조의 진리를 밝혀 보고자 했던 옛 선인들은 그들의 사상을 궁구(窮究)하는 가운데 종교·철학사상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에 기독교에서는 우주 인생의 창조진리를 창조주에 있다고 생각하였던 한편, 유교에서는 하늘의 이치[天理]에, 그리고 선도(仙道)에서는 자연법(自然法) 가운데 우주 인생의 창조진리가 내재해 있음을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우주 창조의 역동적 원천을 마음[心]에서 찾고 있다. 즉 종교적 도그마(Dogma)로서가 아닌 실존적 인간의 실재원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그 이념을 궁구코자 하였던 바, 이에 불교는 여타 종교 철학적 원리들과는 달리 철저한 인간론(人間論)에 그 기반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마음[心]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주 창조의 역동적 원천으로서 마음이란 무엇인가.

  경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바 마음[心]이란 산스끄리뜨어 흐리다야(h daya)의 번역으로, '심장·핵심·진수(眞髓)'를 의미하고 있다. 또한 칫타(citta)의 번역어로서 '인식의 주체'를 의미하기도 하는 바, 마음이란 우리 인간 인식의 주체이며 인간존재의 중심자리를 뜻한다고 말할 수 있다.(『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할 것 같으면 心이란 몸 중심부에 위치한 것을 형상화한 글자이며, 우주의 五行 木·金·水·火에 둘러싸인 그 중심점을 뜻하는 표현으로서, 心을 달리 土藏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곧 인간 신체의 중심자리며 모든 존재인식의 중심점인 마음, 그것은 또한 인간 존재인식의 출발점이 되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출발점임과 동시에 궁극의 끝을 뜻하게 되는 것. 그리하여 마음을 찾는다는 것은 찾고자 함을 찾는다는 것이다.  

  궁극의 끝을 찾는다는 데에는 일종의 반역과 넌센스의 의미가 함포되어 있기도 하다. 길을 묻고자 하는 인간은 길을 묻고자 하는 의미성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안경을 끼고서 안경을 보아야 한다는 것. 소[牛]를 타고서 소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상념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마음[心], 찾고자 하나 찾을 수 없는 것

  일찍부터 우리의 불교사상은 '찾고자 하나 찾을 수 없는 것'으로서 마음[心]을 정의하곤 하였다. 이제 이를 설명키 위해 불교 선종사(禪宗史)에 전하고 있는, 달마(達磨)와 혜가(慧可)에 얽힌 이야기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혜가(慧可)는 오랜 편력 끝에 달마(達磨)를 찾았다. 그러나 달마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오직 묵묵히 벽을 바라보며 좌선에 들어 있었다. 며칠이 지났다. 때마침 겨울이었고, 눈이 내려 혜가의 무릎을 덮었다. 그때서야 달마는 이렇게 물었다.

  "무엇 하러 왔느냐?"

  "마음이 불안해서 편안한 마음을 찾으려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너라."

  "마음을 찾았지만, 붙잡을 수 없습니다." 

  "찾을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있지도 않는 마음이 어째서 불안하단 말이냐."

  이 말을 들은 혜가는 지혜의 눈이 열렸다. 그의 마음은 법열(法悅)로 충만되었다. 이윽고 혜가의 오랜 편력은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라는 것. 여기서 우리는 불교 특유의 반어법(反語法)적 논리에 맞닥뜨리게 된다. '얻고자 하면 구하지 말라'는 말이다. 현상계의 본질은 사념(思念)이 아닌 사념과 사념의 틈 가운데, 무한공간 속에서 그 그림자를 비추이기 때문이다. 그 공간 속의 바람, 그 바람 속에서 구성지게 울어대는 대나무피리, 이것이 곧 우리의 마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알게 된다. 우리의 마음이란 찾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임이 아닌, 세상 만물을 그대로 비추이는 잠재태(潛在態)의 거울인 것을‥‥

  그리하여 우리는 또다시 말할 수 있게도 된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것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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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원고는 1991년 잡지 <불광>에 실었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