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그 여행을 꿈꾸는 자에게

                              정각스님 • 원각사 주지
 

   I. 인도(印度), 그 명칭

  인도(印度)란 명칭은 인도의 서북부를 흐르고 있는 강(江), 인더스(Indus)와 관련을 맺는다. Indus는 달리 Sindhu, Hindhu라 표기되는 바, 오랜 옛날 그곳 인도를 방문하기 시작한 중국인들은 Sindhu, Hindhu를 신독(身毒) 혹은 현두(賢豆)라는 명칭으로 음역(音譯)하여 표현하였던 것이다.

  한편 인도(印度)는 달[月]과 관련을 맺기도 한다. 고대 인도어인 싼스끄리뜨어에서 Indu는 달[月]을 뜻하며, 그것의 복수형 Indus는 '달이 환연히 비추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A.D. 640년 경 승려 현장(玄　)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의할 것 같으면, "태양[白日]이 숨어버리면 밤의 등불이 빛을 잇는 것과 같이 가령 별빛이 비추는 일이 있어도 어찌 또렷한 달의 밝음에 미칠 것인가. 그곳의 성현(聖賢)이 유법(遺法)을 이어받아 보통 사람들을 이끌고 사물을 다스리는 법은 마치 달이 천하를 비추는 것과 같아서, 이러한 의미에서 이곳을 인도(印度; 달, 혹은 달의 비추임)라 부른다"고 하였다.

  II. 인도, 서역(西域)을 비추이는 달

  즉 끝없는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세계, 무명장야(無明長夜)가 지배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어둠 속에서 우리를 비추어 주는 빛, 우리를 인도하는 달[月]로서 인도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듯 끝없는 윤회전생, 어둠의 수레바퀴 속에서 우리를 비추어 주는 빛, 인도(印度). 고대로부터 그곳 인도 땅에는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훌륭한 사변적 논리를 주장해 왔던 수많은 대학자들과 더불어, 심원한 인생의 제(諸) 문제를 풀어 헤쳐왔던 종교사상가를 포함한 그렇듯 많은 인물들… 그리고 이제 그들 가르침은 밤하늘 달빛이 되어 무명번뇌 속에 헤매는 인간들에게 어둠 속에 찬연히 그 빛을 비추이고 있는 것이다.

  III. 인도를 찾던 여행자

   옛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찾았다. 또한 불교사상의 근원지라는 측면에서 삼국(三國) 이래 우리나라의 많은 구법승(求法僧)들도 인도를 방문하였는 바, A.D. 600년대의 기록에 의할 것 같으면 당시 무려 10여명이 넘는 우리나라 스님들이 그곳에 이르러 중론(中論)과 백론(百論)·유가학(瑜伽學)·구사학(俱舍學) 등 불교의 최신 학문들을 접하였던 것 같다.

  현재는 그곳까지 비행기 직행항로로 약 15시간이면 충분하나 당시 우리 땅에서 중국을 거쳐 그곳에 이르는데는 약 2∼3년. 현재 남아진 당시의 기록 혜초(慧超)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통해 볼 때, 그들 대부분은 역경을 아랑곳 않고 '죽음과 진리의 여행'에 몸을 맡겼던 것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이들이 그 여행 도중 목숨을 잃기도 하였는 바, 『삼국유사(卷四, 「歸竺諸師」 條)』는 그에 대해 다음 기록을 전하고도 있다.

  "멀고 먼 천축(天竺) 길
  만첩산(萬疊山)에 애써 오르고 오르는 나그네들
  몇 번이나 외로운 배를 띄워 갔던가
  아직도 구름이 일장(一杖)을 따라
  돌아옴을 보지 못했도다"

  이렇듯 차라리 죽음이 예정된 순간에 조차, 떠남을 결심했던 사람들. 그런데 왜 인도라는 광활한 대지(大地)는 그들을 부르고 있던 것인가? 들을 표시할 울타리도 없으며, 숲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모은 여인들이 그 짐을 시장에 가져갈 오솔길도 없는 나라. 모래밭의 몇 조각 노란 풀 더미와 지혜로운 늙은 새 한 쌍이 둥우리 친 오직 나무 하나 뿐인 테판다르 사막이 있는 나라 인도는…

  그러나 떠남을 결심하고 떠남을 행하고자 했던 자에겐 떠남만이 의미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리운 들녘의 땅을 떠나 막막한 대지에로 나아갔던 침묵의 여행자에게 모든 대지의 광활함은, 사막의 차가움은, 그리고 무더위 속의 상념은 떠난다는 의미 자체의 의미성을 아주 서서히 알려 주었으리라 생각도 든다.

  IV. 인도적 감수성

  기원전 5,000년경에 이미 인더스문명의 요람지를 마련해 가졌던 그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케트를 쏴 올리고 핵탄두를 소유하고 있는 국가. 몇억의 인구에, 언어만 해도 14가지나 쓰이고 있는 크나큰 대륙 인도. 아직도 수많은 물리학자며 화학자들이 그곳 땅을 찾아 학문을 전수 받는 곳, 그곳은 최신과학의 첨단을 이끄는 곳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두 번씩이나 수상했던 나라.

  그럼에도 정직하지 못한 공무원, 최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물질적 헤게모니의 정착 속에 무너지는 계급 질서. 그러한 그들 편에 선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차라리 길가에 노니는 소[牛]를 잡아 끼니를 때우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한 그들은 데칸고원 및 힌두스텐 평원에 널린 무수한 지하자원에 눈독을 들이기도 할 것이지만, 그러한 생각은 인도와는, 적어도 인도의 민중들 가슴에 내재된 감수성과는 거리가 먼 이념들이다.

  인도를 오래 접해 본 필자는 또 다른 생각에 잠기게 된다. 우리 나그네가 인도의 생활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마치 환상(幻想)을 보는 것과도 같다. 아니, 그들 마음속에 깃든 끝없는 몽상의 세계와 접하게 되며, 그들 눈동자 속에서 우리는 허공에 잠긴 영원(永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원의 그림자 가운데, 그들은 죽음과 삶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죽음도 삶도 아닌 무한성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 인도에 조금 살았다면 인도를 안다고 할 것이지만, 오랫동안 인도에 머무른 사람은 인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차라리 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V. 인도, 그 여행을 꿈꾸는 자에게

  그럼에도 당신, 인도에로 여행을 꿈꾸는 몽상가. 아마도 당신 삶의 여정은 머나먼 여행일런지도 모른다. 그러한 삶의 여행자, 당신은 그 사막의 여행길에서 지혜로운 늙은 새 한 쌍이 둥우리 친 오직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날 것인가? 한껏 지혜의 샘물을 마신 늙은 한 마리의 뱀을 사막의 오아시스, 그 커다란 바위 뒷켠에서 만나기도 할 것인가? 그러면 당신 영혼에 영원한 나이팅게일, 불사조(不死鳥)의 노래 소리 들려 오기도 할 것인가?

    아 그러한 당신은, 이제 시성(詩聖) 타고르(R. Tagore)의 다음 시편을 인용하며 경쾌한 헤어짐의 인사를 드려야 한다.

     "마지막 안녕(安寧)을 노래했으니
     이제 우리는 떠나야 합니다
     더 이상 밤이 우리를 찾지 않을 때
     그 기나긴 밤 조차 잊기 위하여…"

     THEN finish the last song and let us leave.
     Forget this night when the night is no more.

  갠지스강 장면                     

  갠지스강은 인도 신앙의 중심지라 말할 수 있다. 또한 갠지스강의 작은 조각배. 그 조각배 피해 흐르는 강물, 그 강물은 천계(天界)의 흐름으로, 이곳 강에 이르러 몸을 한번 담그면 이생에 닦은 모든 죄 씻어버리고 끝없는 윤회로부터 해방을 맛볼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그리하여 인생의 황혼 무렵, 수많은 <죽음의 순례자>들은 저마다 이곳을 찾아들며, 그 수효는 일년에 무려 6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월간 현대불교,  2000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