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스님 / 고양 원각사 주지(동국대 겸임교수)

  화합중으로서 승가

  불교 교단은 교단 질서를 유지시키는 중요 항목으로서 화합(和合)을 강조해 왔다. 이에 불교 교단을 승가(僧伽, saṁgha)라 칭했던 바 승가란 화합중(和合衆)이라 의역되며, 여러 강물이 바다로 합쳐 한맛을 이룸을 비유해 화합중을 해수일미(海水一味)의 해중(海衆)이라 칭하기도 하였다. 화합중 내지 해중은 승려(僧侶)라 불린다. 개별 승(別僧)이 아닌 다른 승(僧)과 짝하여(侶) 성립되는 복수(複數) 개념으로, 화합을 바탕한 승가 내지 승려는 삼보(三寶)의 하나로서 신앙 대상이 된다.

  제(諸) 율장에 의하면, 승가란 4인 이상의 출가자가 동일 경계(境界)에 머무는 것을 말하며, 광의적 개념인 사방승가(四方僧伽)와 달리 지리적 경계의 구분으로 이를 현전승가(現前僧伽)라 칭한다. 4인 이하의 경우 승가 아닌 무리(群)라 불리며, 이에 대해 <마하승기율>에서는 “화합승이란 별중(別衆)이 아니다” 하고 있다.

  또한 “여러 비구가 비록 다투며 설(說)을 달리할 지라도, 한 지역(一界)에 하나의 대중(一衆)으로, 한 장소에 머물며(一處住), 같이 포살자자(一布薩自恣)하는 까닭에 화합승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하여, ‘동일 지역 대중으로 동일 장소에 머무는 현전승가의 성립 및 포살자자의 실행’은 승가 성립의 개념적 전제가 됨을 전하고 있다.

  포살, 그 정주(淨住)의 정신

  현전승가의 구성 및 포살의 실행은 고대 인도 브라만교의 관례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고대 인도에서 매월 6번의 성스러운 날(六齋日) 사람들이 그 전날 밤부터 종교의식 장소에 모여 단식을 하며 하루를 경건히 보냈던 예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것이 불교의례로 정착된 것은 부처님 재세시 마가다국 왕 빔비사라(Bimbisāra)의 요청에 의해서였던 것으로 전한다.

  흩어져 수행하던 비구들이 이 6번의 성스러운 날 동일 장소에 모여 현전승가를 이루며 포살(布薩)을 행했던 것이다. 포살은 우포삿타(upoṣadha) 또는 포삿타(poṣadha)의 음역(音譯)으로 설계(說戒)의 뜻을 갖는다. 교단에 입문한 초학(初學) 비구들이 계를 듣고 배울 수 있도록 계의 내용을 담은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prātimokṣa)를 설했던 것으로, 포살일에만 계를 설했던 까닭에 이를 설계포살(說戒布薩)이라 칭한다.

  <사분율>에 의하면 포살의식은 한달 중 백월(白月)과 흑월(黑月)의 1일, 14일, 15일, 즉 6번의 재일(齋日)에 행해졌으며, 이날 비구들은 재집포살당(齋集布薩堂, uposathāgāra)에 모여 율법비구(律法比丘)를 청해 바라제목차를 염송(念誦)하였다.

  또한 계의 항목에 대한 과실을 참회케 함으로써, 비구들이 청정한 계(淨戒) 안에 머물러 선법과 공덕을 육성케 함에 그 뜻이 있어 포살을 정주(淨住) 내지 장양(長養)이라 번역하였다. 또한 계(Śila)와 율(vinaya)을 반조함으로써 해탈(mokṣa)에 근접(prāti)해 내적 자유(prātimokṣa)를 추구해 나가기도 하였다.

  포살, 그 형태의 변천

  이후 육재일(六齋日)의 포살은 신월제(新月祭, darśa-māsa) 및 만월제(滿月祭, paurṇa-māsa)라 불리는 인도 전통 제법(祭法)에 영향을 받은 채 한달에 2번의 행사에로 그 횟수가 축소되었다. 그 전통 제법에 의하면 보름 또는 초하루 전날 거행된 우포삿타(upos.adha) 동안 제주(祭主)는 단식을 하고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여 계법(戒法) 가운데 머물렀다고 하는 바, 부처님 허락 하에 불교의 포살 역시 이같은 형태를 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분율>에 의하면 후대에 있어 포살의 방법 및 형태에 변화가 생겨났던 것으로 보인다. 즉 <사분율>에서는 삼어(三語)포살, 청정(淸淨)포살, 설바라제목차(說波羅提木叉)포살, 자자(自恣)포살 등 4가지의 포살 형태를 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앞의 셋은 바라제목차를 설함과 그로 인해 청정함을 얻게 된다는 포살의 일반적 개념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자자포살이란 포살의 특이한 형태가 성립됨을 볼 수 있다.

포살이란 스스로 자신 범계(犯戒)를 대중 앞에 드러내 반성하는 자율적 참회의 절차를 말한다.

자자란 대중 앞에서 상대방의 허물을 드러내는 타율적 폭로의 성격을 갖는다.

이렇듯 자자와 포살을 통한 지계(持戒)의 정신. 이는 승가의 내적 화합을 위한 필수 요건이며,

교단 질서를 유지시키는 중요 전제가 되어진다.

  포살과 자자(自恣)

  이에 포살과 자자(自恣)의 차이점을 간략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포살이란 스스로 자신의 범계(犯戒)를 대중 앞에 드러내 반성하는 자율적 참회의 절차를 말한다. 자자란 대중 앞에서 상대방의 허물을 드러내는 타율적 폭로의 성격을 갖는다. 즉 포살이 자발적 참회를 위한 것이라면, 자자는 타(他)에 의한 나의 참회가 요구되는 것이다.

  한편 시기적으로 볼 때 포살이 우기(雨期) 즉 안거(安居)를 제외한 여타 기간 동안 행해졌다면, 자자는 우기 즉 여름 안거에 행해진 독특한 포살 방법이었다. 즉 인도에서의 여름 안거 동안 대부분 수행자들은 일상생활 중 보통 묵언을 하였는 바, 이는 석 달 동안의 공동생활에서 서로간의 분쟁을 야기시키지 않고자 함에 뜻이 있었다.

  그러나 90일의 안거가 끝나는 음력 7월16일 밤, 대중들은 안거 동안 동료 수행자들의 행위에 있어 본 것.들은 것.의심이 가는 것 등 세 가지 잘못을 지적하였다. 이에 지적 받은 자는 지적한 자의 뜻에 따라(隨意) 참회.속죄를 하였으며 이에 자자를 수의(隨意)라 번역하기도 하였다. 이는 본인이 알지 못한 채 저지른 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포살 및 자자 건도(犍度)

  이렇듯 포살 및 자자의 차이는 의식 진행의 상이점 속에서도 발견된다. 이에 율장 중 포살 방법을 전하는 포살건도(布薩度, poṣadhakaṇḍa) 및 자자의 방법을 전하는 자자건도(自恣度, skandha) 부분을 인용해 보기로 한다.

  우선 율장 대품(大品)의 포살건도 부분을 간략하면, 포살날 정해진 시간에 모든 비구들이 자리에 모이면 의식을 진행하는 율법비구가 자리에 앉아

  “오늘은 포살 날이니…교단은 포살을 베풀고 계본(戒本)을 외우리라. 무엇이 교단의 첫째 행사인가. 여러 대덕께서 몸의 청정함을 고백함이니…비구는 대중 속에서 세 번 질문을 받을 것이며, 세 번 질문을 받고도 죄가 있으면서 고백하지 않는다면 고의적 망어죄를 짓는 것이다…그러므로 죄 있는 것을 기억하는 비구로 청정하기를 원하는 이는 그 죄를 드러내 참회하라. 참회하면 안락함을 얻으리라.”

  이후 비구 포살의 경우 250계.비구니 포살의 경우 348계를, 사미.사미니의 포살에서는 각각 10계 항목의 범계(犯戒) 여부를 세 번씩 되풀이해 물으며, 포살에 참석한 자들은 그 질문이 자기를 향해 물은 것처럼 스스로 잘못이 있으면 드러내 참회를 해야 했던 것이다.

  한편 율장 대품의 자자건도는 다음과 같이 자자의 진행 형식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모든 대중이 참석해 둥글게 둘러앉은 후, 한 비구가 일어나 “대중들이여…오늘은 자자가 있는 날이니…교단은 자자를 베풀려 합니다”라고 선언하며, 이후 장로 비구로부터 합장한 손을 높이 들고 대중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세 차례 반복해 말하게 된다.

  “나는 교단에 대해 자자를 행하노니, 나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언가를 듣고 나에게 의심을 갖는 분이 있으면, 대덕들이여 저를 가엾이 여기사 그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죄를 알면 그것을 제거하겠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신입 비구에 이르기까지 다 마쳐졌을 때 비로소 끝나게 되는 자자의식. 이렇듯 포살과 자자는 교단 계율을 유지키 위한 아름답고 숭고한 의식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행자들은 상호간 믿음을 갖고 신뢰, 화합한 채 진정한 수행의 길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맺으며

  이렇듯 자자가 행해지는 음력 7월16일, 대중(衆) 앞에 자신 범계(犯戒)를 고백(白)한다는 의미에서 백중(白衆)이란 용어가 생겨났으며, 자자가 마치면 승려의 법랍(法臘)이 한해 더해가는 까닭에 이날을 수세일(受歲日)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편 이렇듯 자자와 포살을 통한 지계(持戒)의 정신. 이는 승가의 내적 화합을 위한 필수 요건이며, 교단 질서를 유지시키는 중요 전제가 되어진다. 또한 바라제목차 즉 내면적 자유에로 나아가기를 추구한 채 해탈 성취의 지름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신문 2465호/ 10월8일자]